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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희 단편소설 『바람의 넋』 오정희 단편소설 『바람의 넋』 오정희(吳貞姬.1947∼)의 단편소설로 1982년에 발표되었다. , , , 등과 함께 그의 대표작 중의 한 편이다. 작가 오정희의 소설은 사건의 기술이 아니라, 의식의 내면세계의 묘사로 이루어진다. 오정희의 인물들은 타인들과 철저히 단절되어 있다. 나와 타인의 관계라는 점에서 보면, 오정희 소설이 주는 한 인물의 의식 세계는 타인 존재를 무화(無化)시키는 유아론적(唯我論的) 고립의 세계이다. 타인의 존재는 그 존재를 겁탈당하고 인식의 대상이 되어 버리며, 나와 타인의 대립 관계가 아니라 이익 관계가 되는 것이다. 나의 의식 세계는 나와 타인의 대립 관계를 나와 대상의 관계로 바꾸어 버리는 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세중은 자기 자신을 평범하고 모질지 못한 남자로 생각하.. 2024. 2. 13.
손창섭 장편소설 『부부(夫婦)』 손창섭 장편소설 『부부(夫婦)』 손창섭(孫昌涉. 1922∼2010)의 장편소설로 1962년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1962년 7월 2일부터 그해 12월 29일까지 [동아일보]에 총 164회로 연재되었고, [정음사]에서 단행본으로 바로 간행되었다. 기생의 아들인 ‘나’(차성일)와 근엄한 윤리주의자 아내(서인숙)의 부부 문제를 중심으로, 1960년대 당시의 일상적ㆍ통속적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장편소설 『부부』는 전통적인 부부 관계가 전도된 상황에서 성과 사랑의 갈등 양상을 전면에 내세워 연재 당시 많은 대중의 비판과 관심을 받았다. [세대] 지와의 대담에서 작가 스스로 밝힌 것처럼, 여론의 지나친 관심은 작가가 작품 의도와 구성을 수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 가정의 부부 관계를 통해 애정의 .. 2024. 2. 12.
타인의 친절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 타인의 친절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 (전략) 70세 이상 노인 수를 계산해서 버스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 즉 연료비와 보험료 등을 고려한 적정 요금을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고령자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공짜나 다름없어서 심심풀이로 버스를 탄다.”고 말하는 노인도 상당수입니다. 생활 전선에서 활동하는 노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제도임이 틀림없지만, 사회가 제공해 주는 것은 일단 받고 보자는 못된 근성에 악용될 때도 많다는 견해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특히 버스 요금을 낼 능력이 없는 노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스스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요금을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인 미우라 슈몽도 버젓한 후기 고령자입니다. 그러나 .. 2024. 2. 10.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As I Lay Dying)』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As I Lay Dying)』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1897∼1962)의 장편소설로 1930년 발표되었다. 국내에서는 또는 라는 제명으로도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미국 남부의 농촌 마을을 배경으로, 한 시골 아낙의 죽음과 그녀의 가족이 겪는 슬프면서도 기묘한 장례 여행을 통해 삶과 죽음, 선과 악, 운명과 욕망에 대한 무거운 성찰을 담고 있는 포크너의 초기 걸작 중 하나이다. 포크너는 미시시피 주에서 일생을 보내며 이 지역을 거의 모든 자기 작품의 배경으로 삼았다. ‘요크나파토파’라는 가상의 마을을 설정하고, 이곳에서 남부인의 몰락해 가는 운명과 정서를 심도 깊게 파헤친 그의 작품은 흔히 요크나파토파 연작이라고 불릴 정도.. 2024. 2. 9.
'설ㆍ살'의 어원 '설ㆍ살'의 어원 중국 당대(唐代)의 유명한 시인 유정지(劉廷芝)의 시에,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꽃은 그 꽃이언만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아니하네.) 라는 대목이 있어서 오늘날에도 덧없는 인생을 빗대어 곧잘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작품은 송지문(宋之問)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정지는 송지문의 사위였는데, 그 시가 하도 그럴싸해서 장인이 그것을 달라고 했으나, 불응하므로 죽여버렸더라는 이야기와 함께. 유정지의 시에는, [今年花落顔色改 明年花開復誰在] (올해 꽃이 지니 용태가 변하누나. 내년 꽃 필 때 뉘라서 그 꽃과 함께 있을 수 있다 하겠는가.) 하는 것도 잇는데, 전자와 궤(軌)를 같이 한 채, 역시 인생의 무상(無常)을 노래하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은 설운 일이고, .. 2024. 2. 8.
프리드리히 실러 희곡 『군도(群盜)』 프리드리히 실러 희곡 『군도(群盜)』  독일 시인·극작가 J.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1759∼1805)의 처녀작 5막 15장의 희곡으로 1781년 발표되었다, 다음 해 [만하임 극장]에서의 초연으로 일약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질풍노도) 시대의 대표작이 되었다. '슈투름 운트 드랑'은 1770년에서 80년에 걸쳐 독일에서 일어난 문학운동이다. ‘질풍과 노도(怒濤)를 뜻하는 이 운동은 계몽주의 사조에 반항하면서 감정의 해방ㆍ독창ㆍ천재를 부르짖었으나, 당시 사회적 기반이 부족한 탓에 그 영역은 문학에만 국한된 채 단 기간에 소멸되었다. 이 작품은 1871년에 발표한 프리드리히 실러의 대표희곡으로 순진하고 용감한 주인공 지방 영주 .. 2024. 2. 7.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 예이츠(Yeats)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 윌리엄 예이츠(William Buttler Yeats. 1865∼1939)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한낮엔 보라빛 환한 기색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20대에 다시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평화.. 2024. 2. 6.
이광수 중편소설 『꿈』 이광수 중편소설 『꿈』 이광수(李光洙, 1892∼1950)가 지은 중편소설로 1947년 [면학서관(勉學書館)]에서 간행하였다. 탑상(塔像) 제4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에 나오는 ‘조신의 꿈’ 설화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단편소설 『꿈』은 용선화상(龍船和尙)이라는 고승으로 표상되는 불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섭리에 따라 욕망을 이루지만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살인과 배반으로 파멸하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구조로, '현실의 욕망 → 욕망의 성취 → 파탄 → 자아인지의 갈등'과 같은 구조가 간결하고도 유려한 문체로 형상화되어 있다. 전편이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첫째 권은 조신이 달례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하여 탈출하는 이야기고, 둘째 권은 달례와 조신의 행복한 생활과 방해자인 평목 스님을 죽이고.. 2024. 2. 5.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정치가가 죽었을 때 (생전에 자신이) 총리가 되지 못한 사실을 내심 서운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장, 예술가, 등산가, 운동선수, 누구든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 말을 들은 제삼자가) ‘그 사람은 도저히 그렇게 될 인물은 못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제법 잘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인간이 평생 지닐 수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일생 어찌 됐든 비와 이슬을 막아주는 집에 살 수 있었고, 매일 먹을 것이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기본적으로 ‘성공’이다. 만일 그 집이 깨끗하며, .. 2024. 2. 3.
이근삼 희곡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 희곡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李根三. 1929∼ )의 희곡으로 1966년 발표되었다. 한 청년의 출세기를 통해 배금주의 풍조를 아이러니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국물도 없다’는 표현을 반어적으로 활용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향해 전진하는 인간상을 서사극적 요소로 다룸으로써 풍자 효과를 냈다. 1966년에 양광남 연출로 [민중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현실적 가치질서를 왜곡, 전도시켜 현대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허점을 풍자한 소극(笑劇)이다. 이 작품을 대할 때 우리가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특징은 풍자와 아이러니, 그리고 다분히 문명비평적인 그의 희극정신이다. 희극성이 비극성에 비해서 다소 뒤지고 있는 우리나라 희곡문학계에서 그의 희극세계는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1966년 [동아연극상].. 2024. 2. 2.
‘소나기’의 어원 ‘소나기’의 어원 쨍쨍 내려쬐던 햇볕이었는데, 느닷없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늘이 낮아져 이윽고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다. 여름날이면 하루에도 이런 소나기를 몇 번씩 맞게 된다. “소나기는 오려하고 똥은 마렵고 괴타리는 옹치고 꼴짐은 넘어지고 소는 뛰어나갔다” 는 속담은, 일이 너무도 바쁘고 많아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름을 이르지만, 거기서도 ‘소는 뛰어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소’와 ‘소나기’와는 관련을 짓게 되어 있긴 한 모양이다. 소나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지금부터 2백여 년 전 경기도 안성(安城) 장에서 30리쯤 떨어진 어느 마을에 고집 세기로 이름난 두 노인이 있었다. 어느 해의 7월, 안성 장으로 소를 팔려고 한 마리씩 끌고 10리쯤 갔을 때 날이 흐려졌다. 한.. 2024. 2. 1.
에드워드 올비 3막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에드워드 올비 3막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의 3막 희곡으로 1962년 뉴욕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1막 , 2막 , 3막 로 구성되어 있다. 이 희곡의 색다른 제명은 W. 디즈니의 영화인 중의 라는 노래에서 딴 것이며, 미국의 여류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와는 무관하다. 이 연극에서는 금기로 되어 있던 성적인 대사가 계속 나오며, 미국 사회의 위선과 허위가 예리하게 폭로되어 초연 당시에는 큰 충격을 주었다. 1966년에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뉴잉글랜드 지방의 조그만 대학 캠퍼스에 있는 주택의 거실로, 평범한 부부들이 등장한다. 조지는 무능력한.. 2024.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