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집 감상102 김명순 시집 『생명의 과실(果實)』 김명순 시집 『생명의 과실(果實)』 탄실 김명순(金明淳, 1896∼1951)의 창작집으로 1925년 4월 5일 서울 [한성도서주식회사]에서 간행하였다. 4ㆍ6판 162쪽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이 작품집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제1부에는 등의 24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제2부는 감상문 또는 수필이라고 할 수 있는 등 4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3부는 와 라는 소설 두 편이 실려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대부분 1920년대 초반에 발표된 것들로서, 시가 중심이 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가는 시인으로서보다 소설가로서 그 작품 활동의 범위가 훨씬 폭넓었다고 할 수 있는데, 1920년대 초반에 발표된 소설로서 등의 주요 작품이 빠져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 “이 단편집을 오해받아온 젊은 생명의 .. 2023. 9. 12. 장석주 시집 『몽해항로』 장석주 시집 『몽해항로』 이 시집 『몽해항로』는 정신을 차리기 힘들만큼 빠르게 변하는 세상살이 속에서 시를 쓰는 또는 시를 읽는 일의 의미, 즉 느리게 사는 것의 가치를 보여준다. 시인이 서울을 벗어난 10년 동안 고요의 삶 속에서 느림과 비움의 삶을 통해 얻은 마음의 기쁨과 평화, 인생의 참의미와 행복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몽해항로는 흑해, 그 죽음을 향해 가는 험난한 길을 뜻한다. 꿈속 바닷길을 항해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외면하고 도피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깨 버리면 그만인 덧없는 꿈이지만, 그 꿈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은 확대되고, 기존 현실과는 다른 현실을 탐색함으로써 삶의 지평은 확장된다. 그의 신선한 감각과 시어로 인해 새로운 세계와 삶의 영역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집에는 58.. 2016. 10. 28. 박영근 시집 『 솔아 푸른 솔아』 박영근 시집 『솔아 푸른 솔아』 "이른 나이에 시인의 길로 들어서 이른 나이에 시인의 길을 접었지만 박영근1은 역사와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게 맞서기 위한 치열한 싸움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누군가는 평가했다. 이 시집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인의 ‘눈물’과 ‘어머니’의 세계는 ‘민중’이라는 범주로 대상화, 특권화할 세계는 아니요, 1970년대 이후 이 땅의 보통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실상에 대한 애착이자 일종의 자기애의 표현으로 읽혀진다. 이 시집을 읽으면 자본주의의 삭막한 독주와 일그러진 가난한 일상들, 착잡한 분단 현실을 시인이 마땅히 회피하지 말아야 할 주제로 끌어안고 ‘사투’를 벌이는 시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결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은 그의 내성(內省)의 진정성, 세기의 전환기에 우리 삶.. 2016. 10. 21. 박정만 시집 『혼자 있는 봄날』 박정만 시집 『혼자 있는 봄날』 올림픽이 열리던 그 해, 1988년에 발간된 이 시집을 다시 읽는 일은 지난 시대의 불행한 인권사를 다시 들쳐보는 일과 같다. 박정만☜은 1970∼1980년대에 걸쳐 독특한 서정의 영역을 개척한 이로, 길지 않은 생애 동안 다양한 시의 양상을 보여 주면서 특유의 시 세계를 형성한 시인이다. 이러한 시 세계는 시인이 겪은 이른바 ‘한수산 필화 사건1’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을 기점으로 보다 선명하게 제시되고 있다. 그 사건 이후 고전 정신을 계발하던 시인의 내면은 시대의 폭력성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 차기도 하고, 생래적 고독감이 심화되어 허무감에 젖기도 하는 등 점차 비극적 서정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광기에 사로잡혀 때.. 2016. 10. 14. 김용택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김용택(金龍澤, 1948~)은 모더니즘이나 민중문학 등의 문학적 흐름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로 독자를 감동시킨다. 대상일 뿐인 자연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절제된 언어로 형상화한 그는 김소월과 백석을 잇는 시인으로 부르고 싶다.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사는 농촌, 풀 한포기, 어머니의 머리 기름 냄새 등에서 시인의 작품은 시작된다. 그에게 있어 애정의 대상은 주변 사람들, 또는 그냥 지나치기 쉬운 주위의 흔한 사물들에 대한 것이다. 때문에 도시의 독자 또한 시인의 그같이 섬세하고 여린 마음에 의해 우리의 근원인 농촌에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가 있다. 그의 시는 농촌에 대한 친근감 넘치는 묘사와 현상 파악에만 머무르지 않고 매서운 비판의 눈을 동반.. 2016. 9. 27. 길상호 시집 『모르는 척』 길상호 시집 『모르는 척』 길상호(1973~) 시인은 기존의 자연친화적인 서정성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에 펼쳐져 있는 불안과 고통을 가감 없이 털어놓는 듯하다. 그의 시에서 보이는 사물어의 형태에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족관의 겨울’에서 눈길을 끄는 사물어 ‘물고기’들의 모습을 살펴보면 한결같이 일그러진 형태를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모두 화상을 입었거나, 광어狂漁가 되어가고 있거나 지독한 언어의 비린내를 풍기고 있다. 이는 시인과 동일시되는 시적 주체가 외적 억압의 현실 속에서 수인囚人의 시간을 가까스로 끌어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그 상한 몸의 물고기들을 가슴에 담아놓고 운문을 만드는 시인의 모습을 통해 그가 지니고 있는 세상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 2016. 9. 9. 차옥혜 시집 『숲 거울』 차옥혜 시집 『숲 거울』 차옥혜 시집 『숲 거울』은 숲을 거울로 삼은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며 생명과 사랑, 평화를 노래한 맑고 아름다운 시편들이 실려 있다. 『숲 거울』을 통해 시인은 숲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숲과 인간의 공동체적인 운명을 자각시키고 인간이 궁극적으.. 2016. 7. 15. 심보선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심보선(1970~ )1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는 현실을 면밀히 관찰하는 투시력, 그 현실 가운데를 스스로 지나가는 짙은 체험, 그러면서도 거기에 이른바 시적 거리를 만들어 놓는 필력을 느끼게 한다. 시 속에 녹아있는 번뜩이지 않으면서도 눅눅히 녹아 있는 달관의 표현력, 때로는 미소를 흐르게 하는 유머 등은 서로 적당한 거리와 긴장감으로 조응하여 감탄을 자아낸다. 어떤 시는 살바도르 달리의 회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난해하다는 느낌을 주진 않는다. 그리하여 이 시인은 이제껏 우리가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시적 공간을 선사한다. 근대 자본주의의 도래기에 한없는 도시의 우울과 그늘을 산책자로 관찰자로 부유했던 시인 보들레르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사유는 전범.. 2016. 6. 17. 김용호 서사시집 『남해찬가』 김용호 서사시집 『남해찬가』 특정 인물 한 사람을 위한 내용으로 일관된 시집이 있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실제 그런 시집이 있다. 그 시집명은 『남해찬가』이고 시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충무공 이순신이다. 진보논객 박노자는 충무공 이순신의 위상은 군인출신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미화를 위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 시집은 그와 관계없이 6.25 전쟁 중인 1952년에 간행되었으며, 국문학사에 몇 되지 않는 서사시집으로 손꼽히고 있다. ◑ 『남해찬가』는 김용호(金容浩 : 1912 ~ 1973)가 지은 서사시1집으로 1952년 남광문화사(南光文化社)에서 간행되었으며, 1957년 인간사(人間社)에서 재판되었다. 창작 동기는 이 시집의 후기에서 임진왜란이 일어난 뒤 육주갑(六周甲 : 306.. 2016. 4. 28. 박두진 시선집『어서 너는 오너라』 박두진 시선집『어서 너는 오너라』 청록파 시인 박두진(朴斗鎭.1916∼1998)의 시집으로 2013년 발표되었다. 표제시 「너는 어서 오너라」는 일제가 패망하기 직전에 쓴 작품으로 몰래 간직해 두고 있다가 해방된 이후 발표한 것이라 알려져 있다. 많은 시인, 작가들이 일제에 굴복하여 친일 문학으로 전향하거나 붓을 꺾었음에 비해, 오히려 시인은 조국 광복의 미래에 대한 분명한 예감과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이러한 민족 해방에의 열망을 노래했다. 이와 같은 작품이 존재하기에 동시대의 친일 문학은 상대적으로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친일 문학을 비판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가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1916년 생의 박두진 시인은 1917년 생의 윤동주 시인보다 한 살 나이가 많다. 「너는 어서 오너라」의 화자.. 2016. 3. 25.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박준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뭐니 뭐니 해도 올해 우리 사회를 지배한 키워드로 ‘불안’이라는 낱말일 것이다. 작년의 세월호 사건의 여파를 필두로 해서 전국민을 전염병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 청년실업과 정리해고, 비정규직 확산에 따른 고용 불안.. 2015. 12. 28. 강성은 시집『단지 조금 이상한』 강성은 시집『단지 조금 이상한』 이 시집『단지 조금 이상한』은 시인 강성은의 두 번째 시집이다. 여기에 수록된 시들은 특유의 초현실적인 상상력으로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잠 속에서 꿈꾸는 자아는 의식을 잠정적로 중지시키고 기억을 넘어서는 근원적인 시간을 탄생시킨.. 2015. 10. 14. 이전 1 2 3 4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