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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단편소설 『별』 황순원 단편소설 『별』 황순원(黃順元 1915∼2000)의 단편소설로 1941년 [인문평론]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소년의 내면적 성숙을 다룬 성장소설이다. 어려서 어머니를 잃어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소년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방해하는 못생긴 누이를 미워한다. 죽은 어머니에 대한 아이의 그리움을 마치 시를 읽어가듯 섬세한 문체로 그려져 있다. 황순원의 문체는 작가의 적극적인 서술을 피하고, 생략ㆍ암시와 장면을 보여주는 묘사의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는 독자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의 문체가 만드는 동화적 분위기 속에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동네 애들과 노는 아이를 한 동네 과수 노파가 보고, ‘동북 뉘.. 2024. 3. 4.
흔적도 없는 사라짐이 아름답다 흔적도 없는 사라짐이 아름답다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계로록)》을 쓴 30대 후반부터 조금씩 주변을 정리해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얼마 전부터 사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족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이미 상당한 양을 태웠지만 내 사진은 50장 정도 남겨둘 생각입니다. 언뜻 시시해 보여도 고령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변 정리입니다.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써온 육필 원고를 모두 태웠습니다. 문학관과 흉상 등에 집착하는 분이 간혹 있는데 그런 분을 볼 때마다 왜 저렇게 세상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살아서 무리해도 죽은 후에는 잊히기 마련입니다. 나만 해도 (관광지에서) 문학비 등이 시야를 가려 경치가 잘 안 보인다고 투덜거립니다. 문학관은.. 2024. 3. 2.
‘칵테일’의 어원 ‘칵테일’의 어원 영어로 써서 'cocktail'이니 영락없는 ‘수탉꼬리’다. 우리네 풍습도 저쪽을 많이 닮아 번득하면 ‘칵테일파티’(영어식 표기로는 ‘콕테일')를 연다는 거다. 출판기념회라는 것이 그렇고, 무슨 회의 정기적인 모임이 그런데, 우리네 생각으로 '칵테일파티'다 하면, 술이나 맥주를 마시더라도 '서서 웅성거리며 마시는 술자리' 인상이다. ‘칵테일’에 대한 유래는 많으나, 어느 것이 진짜 어원이 되는 것인지는 분명치가 않다. 그러나 역시 ‘수탉’과 ‘꼬리’를 갖다 붙이는 이야기 쪽이 가장 많다. 그러는 중에도 미국의 한 손님에게 아름다운 술을 주었다는 멕시코의 왕녀 Xoc-te(혹테)에서 와전된 것이라는 설이 상당히 유력하긴 한 모양이다. 그는 그렇고, 지난날 영국의 뱃사람들이 멕시코에 상륙해.. 2024. 3. 1.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성역(Sanctuary)』 윌리엄 포크너 장편소설 『성역(Sanctuary)』 미국 소설가 윌리엄 포크너((William Faulkner.1897∼1962)의 장편소설로 1931년 발표된 문제작이다. 이 소설은 '미국 사디즘의 최고의 예'라는 평을 받으며 충격과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폐쇄와 억압의 이미지, 성적 욕망 및 관음증 등을 통해 죄악에 대한 불감증에 빠진 현대 사회를 강하게 비판한다. 또한 편협하고 속물적인 사회, 그 사회로부터 상처 입고 버림받은 사람들을 다룸으로써 부도덕한 미국 남부 상류 사회를 고발하며, 인간에 대한 신뢰와 휴머니즘의 역설적 표현을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을 규명한다. 여러 작품을 통해서 포크너는 미국 남부사회의 변천해 온 모습을 연대기적으로 묘사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요크나파토파군(Yo.. 2024. 2. 29.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1918~1979)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2024. 2. 28.
오 헨리 단편소설 『20년 후에(After twenty years)』 오 헨리 단편소설 『20년 후에(After twenty years)』 미국 소설가 오 헨리(O Henry. 1862∼1910)의 단편소설로 1903년 발표되었다. 오 헨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즈버러 출생으로 본명은 윌리엄 시드니 포터(William Sydney Porter)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서 보통 사람들, 특히 뉴욕 시민들의 생활을 낭만적으로 묘사했다. 오 헨리는 은행원을 지냈으며 40세 가까이 기구한 생활을 하다가 단편소설을 써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심한 남작(濫作)과 음주로 건강을 해쳐 사망하였다. 어릴 때 부모를 잃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오 헨리는 은행 돈을 몰래 쓰고 남아메리카로 도망갔다가 아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 체포되었다. 3년간 감옥 생활을 하면서 얻은 경험을.. 2024. 2. 27.
'갈보'와 비슷한 단어들 '갈보'와 비슷한 단어들 - 매음녀, 창녀, 은근자, 더벅머리, 여사당, 색주가, 기생, 공창, 사창, 양공주, 삼패, 양갈보 갈보라는 말은 매음을 업으로 삼아 생계를 이어 나가는 여자. 특수한 매음녀, 즉 창녀에게만 이 말을 쓰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매음하는 행위를 갈보질한다, 또는 갈보 노릇한다고 한다. 매음녀를 갈보라고 부르게 된 것은 19세기말부터이다. 갈보는 교태와 색정으로써 남성을 유혹하여 금품을 흡취하는데, 그것이 마치 ‘갈(蝎: 전갈)’이라는 벌레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고 사람을 망치게 하는 것과 같아서 갈보라고 부르는 것이라 한다. ‘보’라는 말은 항시 천시되는 사람에게 붙이는 접미어이다. 털보ㆍ곰보ㆍ째보ㆍ울보ㆍ떼보ㆍ쫌보 등이 그 예이다. 갈보는 ‘갈과 같은 것’이라는 뜻이다... 2024. 2. 26.
자주 버릴 것 자주 버릴 것 우리 몸의 세포가 그러하듯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특히 인간이 미적으로 정연하고 활동적으로 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단순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깔끔하지 못한 사람의 방에는 결코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온갖 불필요한 물건이 생활 공간을 점령하고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버리는 데에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하지만 버리는 행동 자체가 귀찮아서 있는 물건을 그대로 두기 쉽다. 좁은 아파트에 젊은 세대와 같이 살면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모든 물건을 벽장 속에 꽉.. 2024. 2. 24.
‘한가위ㆍ보름’의 어원 ‘한가위ㆍ보름’의 어원 요즈음 도시의 한가위야, 중천에 뜬 ‘아폴로’에 처녀성까지 침범당한, 멋없는 달 그것밖에 더 있는가. 그건 여느 보름달과 다름이 없으며, 특별한 뜻이 곁들여 있지도 않은 평범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농촌에서의 어린 날을 가진 이라면 ‘더도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의미를 알게 된다. 들판의 곡식들은 익고, 김ㆍ밤ㆍ대추 같은 과일이 따가운 볕에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운데, 아낙네의 떡방아 찧는 소리가 신나고, 산들바람 때문인가, 하늘은 마냥 높아만 가고……. [王旣定六部中分爲二 使王女二人各率部內女子 分朋造黨 自秋旣望 每日早進六部之庭 積麻 夜分而罷 至八月十五日 考其功之多少 負者置酒食 以謝勝者 相與歌舞 百戱皆作 謂之嘉俳] - ‘유리왕(儒理王) 구년조(九年條)’ - 라는 기록이 .. 2024. 2. 23.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설화집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 제프리 초서(Geoffrey Chaucer) 설화집 『캔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 영국 중세 시인 G.초서 (Geoffrey Chaucer.1342∼1400)의 최후 작품이자 최고 걸작으로 1387년 집필에 착수, 1400년 작가의 사망으로 중단된 설화집이자 장편 서사시 작품이다. 이 작품은 남부 영국의 캔터베리 대성당을 참배하는 사회 각층의 대표 31명의 순례자가 런던 템스강 변의 한 여관에서 여관 주인의 제의로 번갈아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미완성의 이야기를 포함하여 24편의 이야기가 실렸다. 중세기 설화문학의 모든 장르가 이 한 권에 집약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캔터베리 이야기』는 14세기 중세 영국의 사회상, 특히 교회의 부패상을 알게 해 주는 작품이다. .. 2024. 2. 22.
김승옥 단편소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김승옥 단편소설 『누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김승옥(金承鈺, 1941~)의 단편소설로 1963년 [서울신문]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은 전체가 6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누이'가 도시로 가서 적응하려다 실패한 이유를 '나'의 입장에서 밝혀 보려는 독백적 문체의 작품이다. 김승옥은 60년대의 의식의 방황, 과학의 발달과 산업화 등의 외부적인 상황으로 인한 개인의 소외 문제를 뛰어난 감수성으로 형상화시켰다. 이처럼 그는 오랜 동안의 소설 문학적 상식에 반기를 들었으며, 이 도전을 작품의 현실로 보여 줌으로써 현대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실증해 주었다. 이러한 이유로 그는 60년대 작가의 대명사처럼 불리며,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극찬을 받은 것이다. 김승옥 소설의 중요한 주제의 하나는 개인의 자기 세계이다. .. 2024. 2. 21.
염상섭 단편소설 『짖지 않는 개』 염상섭 단편소설 『짖지 않는 개』 염상섭(廉想涉. 1897∼1963)의 단편소설로 1953년에 발표되었다. 염상섭은 이 작품으로 1956년 [아시아자유문학상]을 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한만국경지대(韓滿國境地帶)의 불안한 상황을 잘 보여준 작품이다. 염상섭은 1936년 만주로 건너가 [만선일보]의 주필 겸 편집국장으로 활동하였다. 이때의 경험이 작품의 배경을 이루었다고 짐작된다. 해방 후 귀국하여 1946년 [경향신문] 편집국장이 되었으며, 주로 가정을 무대로 한 인륜 관계의 갈등과 대립을 그린 작품을 발표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신의주에서 삼팔선에 이르기까지의 도정을 그린 , 옥임의 정신적 파산과 정례의 경제적 파산을 통해 당대의 세태를 적실하게 표현한 , 그리고 인민군 치하의 서울의 모.. 2024. 2.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