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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석11

낙엽을 태우면서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李孝石, 1907∼1942) 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거의 매일 뜰의 낙엽을 긁어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날마다 하는 일이건만, 낙엽은 어느새 날아 떨어져서, 또다시 쌓이는 것이다. 낙엽이란 참으로 이 세상의 사람의 수효보다도 많은가 보다. 삼십여 평에 차지 못하는 뜰이건만 날마다의 시중이 조련치 않다. 벚나무, 능금나무---제일 귀찮은 것이 담쟁이이다. 담쟁이란 여름 한철 벽을 온통 둘러싸고, 지붕과 굴뚝의 붉은빛만 남기고, 집안을 통째로 초록의 세상으로 변해줄 때가 아름다운 것이지, 잎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드러난 벽에 메마른 줄기를 그물같이 둘러칠 때쯤에는, 벌써 다시 거들떠볼 값조차 없는 것이다. 귀찮은 것이 그 낙엽이다. 가령, 벚나무 잎같이 신선하게 단풍이 드는 것도 .. 2023. 11. 24.
이효석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 이효석 단편소설 『도시와 유령』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이 지은 단편소설로 1928년 [조선지광(朝鮮之光)] 7월호(통권 79호)에 발표되었고, 1931년 작자의 최초의 단편집 에 수록되었다. 학생시절 때부터 작품을 발표했던 이효석의 초기 작품은 유진오와 함께 프로 문학, 신경향파 문학에 동조적이며 그들 작가와 밀접하다는 면에서 동반작가의 면모가 나타난다. 에 수록된 작품들은 그러한 경향의 대표 작품이다. 「도시와 유령」은 이효석이 21세 때 발표한 작품으로 일인칭소설로 미장이인 ‘나’에 의하여 관찰된 현실의 단면을 제시하는 고발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념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를 부르짖으며 현실적으로는 부르주아적 생활을 지향하는 당대 인텔리 청년들의 분열된 성격을 추출해냄으로써 암울하고도 폐쇄된.. 2023. 9. 5.
이효석 단편소설 『산』 이효석 단편소설 『산』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단편소설로 1936년 [삼천리]지에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작품들 도처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인간형, 즉 향토적인 자연 속에 살면서 자연과의 교감으로 행복을 느끼고, 그 생활 속에서 자급자족하는 뭇 짐승들과 동화된 채 인위적인 사회 제도, 풍습, 습관, 윤리관의 밖에 존재하는 인간형을 서사시적인 문체로 묘사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효석의 빼어난 단편소설 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자연의 미학 속에서 애욕의 순수한 미학이 부각되고 있는 작품으로 사실주의적이며 서정적이다. 향토 내음이 물씬 풍기는 어휘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사라진 우리말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수필적인 서정의 세계를 중실이라는 등장인물을 빌려 소설이란.. 2023. 8. 30.
이효석 단편소설 『황제(皇帝)』 이효석 단편소설 『황제(皇帝)』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이 지은 단편소설로 1939년 7월 [문장](제7집) 임시 중간호에 발표되었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의 최후를 표현한 작품으로, 고도에 추방되어 마지막 죽음에 직면한 영웅의 고통이 고통으로서보다는 극적인 비장미로 승화되어 있다. 이효석은 초기에 경향문학의 동반작가로 출발하였으나 1930년대 중반부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원초적인 내면세계를 성의 문제로 해석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하였다. 1938년 이후에는 한편으로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세계를 지향하여 주의를 끌었다. 특히 「황제」는 서구적인 동경과 향수가 두드러진 작품인데, 일물일어식(一物一語式)의 분석적인 표현법 대신 시적 구문을 사용하고 있어 그의 후기 문학의 특질을 잘 .. 2023. 8. 28.
이효석 단편소설 『들』 이효석 단편소설 『들』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단편소설로 1936년 발표되었다. 1936년 『신동아』2·3월호에 발표되었다. 시적인 문체와 세련된 언어, 서정적인 분위기의 작품으로, 주인공 ‘나’는 인위적 세계를 벗어나 자연과 교감하면서 본능적 생활에 기쁨을 느낀다.초기 동반자 작가에서 자연 친화적 순수 서정의 세계로 눈을 돌린 이효석의 대표적 단편으로, ‘들’에 대한 묘사가 뛰어날 뿐 아니라 자연의 원초적 생명성, 건강함 등이 잘 나타나 있다. 으로 잘 알려진 이효석은 1930년대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이효석은 일제 강점기에 불안이 가중되는 시대 의식이나 민족의 수난 속에서도 독립 정신의 고취와는 무관한 작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효석의 작품은 크게 생활의 미화(美化)와 인간이 .. 2023. 8. 21.
이효석 단편소설 『장미 병들다』 이효석 단편소설 『장미 병들다』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사실주의 단편소설로 1938년 [삼천리 문학]에 발표되었다. 이효석은 1930년 경성제대를 졸업하고 이듬해 조선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보름 정도 근무하다 함경도 경성(鏡城)으로 내려가 경성농업학교 영어교사로 근무했다. 그는 이때부터 작품활동에 전념하여 1940년까지 해마다 10여 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1933년 구인회에 가입했고, 1934년 평양숭실전문학교 교수가 되었다. 1936년에는 한국 단편문학의 전형적인 수작이라 할 을 발표하였다. 그 후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인 「장미 병들다」, 장편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받았다. 수필, 희곡 등 220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 2022. 12. 29.
이효석 단편소설 『분녀(粉女)』 이효석 단편소설 『분녀(粉女)』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단편소설로 1936년 1∼2월 [중앙]지 합본호에 발표되었다. 어느 날 밤, 분녀는 집에서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돼지가 갑자기 달려와 막다른 벽에 분녀를 밀어 넣고 꼼짝도 못 하게 했던 꿈과 같은 경험이다. 그곳에는 어머니와 동생들이 있었으나 모두 깊이 잠든 사이, 누군지도 모르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가 나간 후 소리를 지를까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없는 듯 세상은 고요하기만 했다. 분녀 주변에 있는 모든 남자가 의심스러웠다. 반년 동안 사귀어 온 애인 상구가 있었음에도 인부 명준, 가게 주인 만갑을 비롯해서 찬수․왕가 등과 육체적 향락을 나눈 분녀는 상구에게 버림을 받는다. 집에서도 쫓겨났다가 돌아와 들일을 돕는 분녀는 얼마전에.. 2022. 11. 14.
이효석 장편소설『화분(花粉)』 이효석 장편소설『화분(花粉)』 이효석(李孝石, 1907 ~ 1942)이 1939년 [조광]지에 연재한 장편소설로 작가의 몇 편 장편 중 널리 알려진 명작이다. '화분(花粉)'은 바람, 물, 곤충 따위를 매개로 암술머리에 운반되는 종자식물의 수술의 화분낭 속에 들어 있는 꽃의 가루를 말한다. 제목이 암시하는 것처럼 이 작품은 그의 많은 작품과는 달리 현대적인 성윤리를 가장 리얼하게 다루어, 도덕 이전의 모럴을 다루고 있는 충격적인 작품이다. 『화분』은 1939년 『조광』지에 연재되었다가 같은 해에 전작 장편소설로 출간된 바 있다. 남녀의 애욕을 다루었다고 해서 발표 당시에도 상당한 논쟁을 촉발한 작품이다. 우리 문학사에서 상업적 소설이 아닌 본격소설로서 화분 만큼 남녀의 성 풍속도를 작품의 중심에 둔 작품.. 2013. 7. 16.
이효석 장편소설 『벽공무한(碧空無限)』 이효석 장편소설 『벽공무한(碧空無限)』 이효석(李孝石,1907∼1942)의 장편소설로 1940년 1월부터 7월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되었다. 연재될 때의 제목은 이었으나, 1941년 [박문서관]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제목이 바뀌었다. '창공'과 '벽공무한'은 모두 '푸른 하늘'을 뜻한다. 이효석이 정식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28)부터이다. 이 작품은 도시유랑민의 비참한 생활을 고발한 것으로, 그 뒤 이러한 계열의 작품들로 인하여 유진오와 더불어 카프(KAPF: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 진영으로부터 동반자 작가(同伴者作家)라는 호칭을 듣기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한 뒤 1931년 이경원과 혼인하였으나 취직을 못하여 경제적 곤란을 당하던 중 일본인 은사의 주선으로 총독부 경무국 검열계에 취직하.. 2012. 10. 24.
이효석 단편소설 『노령근해(露領近海)』 이효석 단편소설 『노령근해(露領近海)』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이 지은 단편소설로 1930년 1월 [대중공론] 지에 발표되었다. 또한 1931년 [동지사(同志社)]에서 같은 제목으로 출간한 그의 첫 단편집에 등의 단편과 함께 수록되었다.. 『노령근해』는 그의 초기 소설의 특징으로 불리는 동반작가라는 명성과 결부되는, 하나의 대명사로 간주되기도 한다. 이 작품은 과 과 함께 연작 형식을 취한 것으로 그의 초기 대표작으로 거론된다. 이효석의 초기 동반 작가적 성향을 드러낸 작품으로 과 더불어 흔히 3부작으로 일컬어진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동해안의 마지막 항구를 떠나 '부자도 없고 가난한 사람도 없고 다같이 살기 좋은' 나라인 북국, 즉 러시아를 향해 가는 배의 살롱 뒤 갑판에서 2명의 선객,.. 2009. 11. 26.
이효석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대표적 단편 소설로 1936년 [조광]에 발표되었는데 1930년대를 대표하는 단편 문학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수작이다. 이효석은 1933년을 기점으로 사회 의식적 소설을 지양하고, ‘한국적 자연미’를 배경으로 순박한 인간상을 주제로 애욕 문제를 묘사하기 시작했다. 전편에 시적(詩的) 정서가 흐르는 산뜻하고도 애틋한 명작소설이다. 이 소설은 이효석의 문학 세계가 가장 잘 응축된 작품으로, 괴로운 삶의 현장을 묘사하기보다는 인생을 자연과 융화시켜 서정적이고 미학적인 세께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생을 자연과 융화시킨 예술성 시적인 장면 묘사, 유추를 중심으로 한 사건 전개. 황토색 짙은 서경 등이 주제와 잘 어우러지고 있.. 2009.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