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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천 어원수필16

‘카메라’의 어원 ‘카메라’의 어원 “아빠, 우리도 카메라 하나 사요. 남들은 놀러 갈 때 카메라 가져가던데, 우린 뭐예요?” 초등학교 1학년 짜리가 이렇게 말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학년, 그리고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아빠라는 위인은 그 카메라를 못 사고 있다. 반드시 돈 때문만이 아니라, 어딘가 무성의한 점도 없지 않을 것이리라. 사치품이던 시절은 갔다. 특별히 예술작품 안 만들 바에야, 그 몇십만 원씩 나가는 고급의 것을 살 필요도 없다. 대단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셔터만 누르면 사진은 찍히게 되어 있는 카메라들이고, 그렇게 많은 돈 아니더라도 살 수는 있다. 실용화한 것이다. 여행길에 나섰을 때 혹은 가족 동반하여 야외에 나갔을 때 마음에 드는 정경들을 찍어두는 것은, 추억을 시각으로 남기는 일이.. 2024. 3. 23.
‘가시버시’의 어원 ‘가시버시’의 어원 요즘이야 청춘남녀가 종로 네거리를 팔짱 끼고 담소하며 걷는 것쯤 대단찮은 일이다. 대단찮은 정도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는 청춘남녀 쪽이 오히려 이상하게 되었다. 복 받은 세대다. 다정히 걷는 아베크, 그것은 도시의 공원 같은 데서 차라리 더욱더 현대를 아름답게 수놓아주는 그림이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3, 40년 전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이를테면 출가한 딸이 근친(覲親)을 갈 때 사랑하는 낭군과 60리, 70리, 때로는 백릿길도 걸어가야 했는데도 결코 나란히 가기가 어려웠다. 특히 동네에 접어들면 더욱 그러했다. 대둣병 친정아버지가 좋아하는 술을 담고 걷는 아낙은 엇비스듬히 낭군의 뒤쪽을 따라가야 했다. 그래도 동네 지경에 들어서면 꼬마들이 이 한 쌍의 부부를 발견하고 소리치는.. 2023. 11. 10.
'사바사바'의 어원 '사바사바'의 어원  해방이 되고 나서 얼마 있다가 ‘사바사바’란 말이 생겨났다. 어감부터가 우리말 같지 않게 간지럽다 싶은 이 말은, ‘떳떳하지 못한 수단으로 일을 조작하는 짓’의 뜻으로 쓰였다. 그때 적산가옥 하나 차지하지 못한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번졌던 것인데, ‘사바사바’를 잘해야만 그것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하게 유행하는 말은, 시일이 가면서 쓰이는 빈도가 줄어지는 것이 보통이건만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에 대고 사바사바라도 해 왔던 것인지 어쩐지 지금도 오히려 즐겨 쓰이고 있는 ‘사바사바’라는 말이다. 사바사바만 잘하면 안 될 일이 없었다는 세태가 결코 정상적인 것이었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그러한 세태 따라 생겨난 ‘사바사바’라는 말 그것이었다고는 할 수 있다... 2023. 11. 9.
‘아르바이트’의 어원 ‘아르바이트’의 어원 ‘아르바이트(Arbeit)’라는 말을 ‘노동(하다)’이라는 뜻으로 쓰는 독일어에서, 그 말이 동양의 코리아로 수출되어 쓰이고 있는 현황을 안다면, 그야말로 발해야 할 탄성은 ‘놀랐지> 놀랐을 거다’ 일밖엔 없으리라. 애당초 받아들일 때와 같이 ‘부업’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까지야 어쩐다고 할 수 없는 일이리라. 부업도 노동이고, 쓰다 보니 와전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한 나라의 말이 다른 나라로 수출이 될 때는 뜻에서나 음에서나 와전되기가 일쑤인 것은 다 아는 일)의 말인데, ‘아르바이트 홀’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면서 ‘아르바이트’라는 말의 운명은 춤추는 것을 이르게 되어갔다. “어디 가지?” “응, 아르바이트 가서 ‘스핀’으로 한 바퀴 돌아야겠어.” 정비석(鄭飛石)의 자유부인 물결이.. 2023. 11. 3.
'백장(백정.白丁)'의 어원 '백장(백정.白丁)'의 어원  평안도 사람들이 몹시 못마땅해 하면서 뱉는 말에 “썅 배땅놈의 쌔끼”라는 표현이 있다. 이때의 ‘배땅놈’이 '백장놈‘이라는 말이다. 백장은 천민계급 중의 천민계급으로 쳐 온 것이 전대(前代)의 우리네 사회였다. 나이 지긋한 이들로서 지금도 푸주에 가서는, “거, 등심으로 한 근 주구료!”정도로 말을 얼버무리는 버릇들이 있다. 쉽게 경어를 안 쓰려 드는 관습이다. ‘백장’은 지금의 표준말. 옛 책에는 ‘백정(白丁)’이라는 한자로 나온다. 또 ‘백장’이 표준말이라고는 해도 ‘백정’이라는 말이 안 쓰이는 것도 아니다. 백장은 백정(白丁)이라는 한자표기 외에 포정(庖丁)ㆍ도한(屠漢)ㆍ도우탄(屠牛坦)ㆍ포노(庖奴)ㆍ도척(刀尺)ㆍ피장(皮匠)ㆍ피한(皮漢)ㆍ유기장(柳器匠) .. 2023. 10. 27.
'탤런트(talent)'의 어원 '탤런트(talent)'의 어원 몇 년 전 이 말이 나돌기 시작하던 때는 ‘탈렌트’나 ‘타렌트’, 그대로 일본식 발음이던 것이 이젠 각 신문ㆍ잡지가 ‘탤런트’로 표기하기로 들면서 바루어진 것이다. 말의 시작이야 어디가 됐건 'talent'라는 영어를 표기하여 된 것. 어쨌건 탤런트 세상이다. 영화는 안방극장인 텔레비전한테 눌린 건지, 어쩐지 잘 안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난날 영화에서 낯이 익은 배우들도 곧잘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곤 한다. 텔레비전과 깊은 인연을 맺은 어떤 대학의 교수도 역시 탤런트 취급이어서 길을 걷노라면 “야, 저기 ××× 간다!”라고 꼬마들이 놀리더라던가? 이 양반 가로되, “나도 인젠 자가용 사야겠어!” 중학생한테 talent라 써 놓고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그거 재능ㆍ능력.. 2023. 10. 26.
‘사모님’의 어원 ‘사모님’의 어원  “사모님이란 말은 선생님의 어머니란 말 아닙니까?” 한자 뜻으로 짚어 해석해 보자면, ‘스승 사(師)’자에 ‘어미 모(母)’자여서 스승의 어머니다 싶어지기도 한다. 하여간에 해방이 되면서부터 많이 불리기 시작한 ‘사모님’이었다. 그래서 날이 지나감에 따라 사모님 인플레 시대를 맞게 되었다. 선생의 부인에게 붙은 ‘사모님’이 친구의 부인에게도 붙여진다 싶었더니, 나중에는 검둥이 아저씨와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에게까지 ‘유엔 사모님’이라고 하게 됨에 이르렀다. 비록 속어이긴 했어도 진짜 사모님의 처지가 좀 궁색해졌다곤 해도, 그러면 다방의 레지가 주인 마담더러 ‘어머니’라고 보통 부르고 있다고 해서 진짜 어머니의 값어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니,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 2023. 10. 13.
'담배'의 어원 '담배'의 어원 폐암에 걸리는 율이 많다, 성욕이 감퇴된다, 어쩌고 저쩐다.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그러나 해마다 담배 피우는 인구는 늘어나기만 화는 모양이다. 생각의 실마리를 이을 때, 발끈했다가 여유를 돌이킬 때, 어느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어 그것을 채워야 할 때, 입 안이 텁텁하고 안 좋을 때가 담배 피워야 하는 때로 되지만, 한번 피우기 시작한 사람에겐 거의 ‘습관성’이 되어 버리고 있는 담배. 구야 구야 담배구야. 너희 나라 어떻길래 대한 나라 나왔느냐. 우리나라도 좋거니와 대한 나라 유람 나와 담배씨 한줌 가지고 와서 건너편 밭뙈기 이리저리 숨어놓고 낮이면 찬 냉수 주고 밤이면 찬 이슬 맞혀 젓잎이 점점 자라서 속잎이 솟아나서 은장도 도는 칼로 어석어석 빚어내니 총각의 삼지 .. 2023. 10. 5.
'또순이'의 어원 '또순이'의 어원 그 이름의 타이틀 롤을 한 ☞‘또순이’는, 그것이 연속방송극으로 전파를 타면서부터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그 지독한 ‘함경도 기질’은 두 가지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슨 놈의 여자가 고 따위로 생겨먹을 수 있어. 여자가 고 모양이라면 징그러워서도 못 데리고 살겠더라.” “허허. 어디 사내만 믿고 살 세상이라던가? 그렇게 억척으로 살지 않으면 자식 교육 하나 제대로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누구는 남도 쪽 여자를 일러 ‘안방만 지키고 앉아서 바가지 긁어댈 거리만 찾아내고, 스스로는 비생산적이며 비능동적이며, 그러고도 퇴영적인 노리개’라는 평을 한다. ‘노리개’란 ‘동물’이 아닌 것이다. 누구는 또 남도 쪽 여자를 일러. ‘남편의 횡포에 대해 옷고름으로 눈물만 씻다가 그 횡포가 고비에.. 2023. 9. 22.
‘고뿌ㆍ컵’의 어원 ‘고뿌ㆍ컵’의 어원 며칠만에 서는 장을 둘러보고 난 시골 영감님네는 어지간히 피곤하다. 오늘 아침에 예정했던 대로 장감도 다 보았다. 이때 이웃 마을 친구가 다가왔다. “다 봤는가?” “그래, 자네는?” “나도 다 봤네.” “그럼, 잘됐네. 우리 안성댁한테 가서 한 고뿌씩만 하고 가세.” 이래서 그 안성댁이 경영하는 선술집으로 들어간다. “우리 소주 한 고뿌씩 주구료.” ‘소주 한 고뿌’가 시골 영감님네들의 현대용어이다. 현대교육을 받은 젊은 층에게는 생소한 말이지만, 시골 영감님들은 지금도 즐겨 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영감님들도 ‘소주 한 잔’ 마실 때 외는 별로 다른 곳에다는 쓰지 않는다. 물 ‘한 고뿌’ 먹기 위해 ‘고뿌’를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소주 한 고뿌가 소주 서너 고뿌씩이 .. 2023. 9. 21.
‘얼’의 어원 ‘얼’의 어원 겨레의 얼, 나라의 얼 등에 보이는 ‘얼’이 ‘정신’ 또는 ‘혼’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서는 ‘얼’이 ‘정신ㆍ혼’으로 쓰인 예가 없다. 정신이나 혼의 뜻으로 쓰인 말은 ‘넋’이 있을 뿐이다. 얼이 혼이나 정신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舊韓末)에 보이기 시작한다. 정인보(鄭寅普) 선생이 쓰신 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처음 쓰이지 않았나 한다. ‘얼’이 옛말에서는 명사로 쓰인 예가 없다. ‘얼’은 옛말에서 ‘어리다’ 즉 ‘어리석다ㆍ홀리다’의 뜻을 지니는 어간인 것이다. 옛말에서 ‘얼빠지다’는 갈피를 못 잡다의 뜻이지 얼, 즉 정신이나 혼이 빠졌다(拔)의 뜻은 아닌 것이다. 얼간, 얼치기와 같이 얼은 어리석다의 뜻을 지니는 말이다. ‘얼’의 경우는 어느 한 사람이 잘못 알고 쓴 .. 2023. 8. 4.
'아빠'의 어원 '아빠'의 어원 ‘아빠’는 어린애가 그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면서 요즈음은 아내가 그 남편을 이르는 말로도 되어 버렸다. 물론 아내가 남편을 이르면서는 그 위에 ‘○○’라는 아이 이름이 생략된 형태라고는 해도 그런대로 자연스러운 호칭의 인상을 주고는 있다. 특히 젊은 층의 부부 사이에서는 아주 일반화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ㅁ’이나 ‘ㅂ’이나 다 입술을 끼고 소리가 난다. 어린애가 차츰 자라나면서 소리내는 것을 보면, ‘ㅁ’ 다음에는 ‘ㅂ’ 소리임을 알게 되는데, 이는 반드시 언어학자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유심히 관찰할 때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입을 오므린 채 코를 원용하는 것이 좀 쉬운 ‘ㅁ’이요, 그것을 터칠(破裂) 때 내는 소리가 ‘ㅂ’이다, 그리고 그 ‘ㅂ’을 내기 위한 예비적인 입모습.. 2023. 5.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