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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ㆍ살'의 어원 '설ㆍ살'의 어원 중국 당대(唐代)의 유명한 시인 유정지(劉廷芝)의 시에,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꽃은 그 꽃이언만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아니하네.) 라는 대목이 있어서 오늘날에도 덧없는 인생을 빗대어 곧잘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작품은 송지문(宋之問)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정지는 송지문의 사위였는데, 그 시가 하도 그럴싸해서 장인이 그것을 달라고 했으나, 불응하므로 죽여버렸더라는 이야기와 함께. 유정지의 시에는, [今年花落顔色改 明年花開復誰在] (올해 꽃이 지니 용태가 변하누나. 내년 꽃 필 때 뉘라서 그 꽃과 함께 있을 수 있다 하겠는가.) 하는 것도 잇는데, 전자와 궤(軌)를 같이 한 채, 역시 인생의 무상(無常)을 노래하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은 설운 일이고, .. 2024. 2. 8.
프리드리히 실러 희곡 『군도(群盜)』 프리드리히 실러 희곡 『군도(群盜)』  독일 시인·극작가 J. 실러(Johann Christoph Friedrich von Schiller.1759∼1805)의 처녀작 5막 15장의 희곡으로 1781년 발표되었다, 다음 해 [만하임 극장]에서의 초연으로 일약 슈투름 운트 드랑(Sturm und Drang-질풍노도) 시대의 대표작이 되었다. '슈투름 운트 드랑'은 1770년에서 80년에 걸쳐 독일에서 일어난 문학운동이다. ‘질풍과 노도(怒濤)를 뜻하는 이 운동은 계몽주의 사조에 반항하면서 감정의 해방ㆍ독창ㆍ천재를 부르짖었으나, 당시 사회적 기반이 부족한 탓에 그 영역은 문학에만 국한된 채 단 기간에 소멸되었다. 이 작품은 1871년에 발표한 프리드리히 실러의 대표희곡으로 순진하고 용감한 주인공 지방 영주 .. 2024. 2. 7.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 예이츠(Yeats)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 윌리엄 예이츠(William Buttler Yeats. 1865∼1939)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한낮엔 보라빛 환한 기색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20대에 다시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평화.. 2024. 2. 6.
이광수 중편소설 『꿈』 이광수 중편소설 『꿈』  이광수(李光洙, 1892∼1950)가 지은 중편소설로 1947년 [면학서관(勉學書館)]에서 간행하였다. 탑상(塔像) 제4 낙산이대성관음정취조신(洛山二大聖觀音正趣調信)에 나오는 ‘조신의 꿈’ 설화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단편소설 『꿈』은 용선화상(龍船和尙)이라는 고승으로 표상되는 불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섭리에 따라 욕망을 이루지만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살인과 배반으로 파멸하다가 꿈에서 깨어나는 구조로, '현실의 욕망 → 욕망의 성취 → 파탄 → 자아인지의 갈등'과 같은 구조가 간결하고도 유려한 문체로 형상화되어 있다.  전편이 3권으로 되어 있는데,  첫째 권은 조신이 달례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하여 탈출하는 이야기고,  둘째 권은 달례와 조신의 행복한 생활과 방해자인 평목 스.. 2024. 2. 5.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정치가가 죽었을 때 (생전에 자신이) 총리가 되지 못한 사실을 내심 서운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장, 예술가, 등산가, 운동선수, 누구든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 말을 들은 제삼자가) ‘그 사람은 도저히 그렇게 될 인물은 못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제법 잘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인간이 평생 지닐 수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일생 어찌 됐든 비와 이슬을 막아주는 집에 살 수 있었고, 매일 먹을 것이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기본적으로 ‘성공’이다. 만일 그 집이 깨끗하며, .. 2024. 2. 3.
이근삼 희곡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 희곡 『국물 있사옵니다』 이근삼(李根三. 1929∼ )의 희곡으로 1966년 발표되었다. 한 청년의 출세기를 통해 배금주의 풍조를 아이러니하게 그려 낸 작품이다. ‘국물도 없다’는 표현을 반어적으로 활용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성공을 향해 전진하는 인간상을 서사극적 요소로 다룸으로써 풍자 효과를 냈다. 1966년에 양광남 연출로 [민중극장]에서 공연되었다. 현실적 가치질서를 왜곡, 전도시켜 현대 한국사회가 지니고 있는 허점을 풍자한 소극(笑劇)이다. 이 작품을 대할 때 우리가 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특징은 풍자와 아이러니, 그리고 다분히 문명비평적인 그의 희극정신이다. 희극성이 비극성에 비해서 다소 뒤지고 있는 우리나라 희곡문학계에서 그의 희극세계는 특이하다고 볼 수 있다. 1966년 [동아연극상].. 2024. 2. 2.
‘소나기’의 어원 ‘소나기’의 어원 쨍쨍 내려쬐던 햇볕이었는데, 느닷없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늘이 낮아져 이윽고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다. 여름날이면 하루에도 이런 소나기를 몇 번씩 맞게 된다. “소나기는 오려하고 똥은 마렵고 괴타리는 옹치고 꼴짐은 넘어지고 소는 뛰어나갔다” 는 속담은, 일이 너무도 바쁘고 많아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름을 이르지만, 거기서도 ‘소는 뛰어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소’와 ‘소나기’와는 관련을 짓게 되어 있긴 한 모양이다. 소나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지금부터 2백여 년 전 경기도 안성(安城) 장에서 30리쯤 떨어진 어느 마을에 고집 세기로 이름난 두 노인이 있었다. 어느 해의 7월, 안성 장으로 소를 팔려고 한 마리씩 끌고 10리쯤 갔을 때 날이 흐려졌다. 한.. 2024. 2. 1.
에드워드 올비 3막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에드워드 올비 3막 희곡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미국 극작가 에드워드 올비(Edward Albee, 1928~)의 3막 희곡으로 1962년 뉴욕에서 초연되었다. 이 작품은 1막 , 2막 , 3막 로 구성되어 있다. 이 희곡의 색다른 제명은 W. 디즈니의 영화인 중의 라는 노래에서 딴 것이며, 미국의 여류작가인 버지니아 울프와는 무관하다. 이 연극에서는 금기로 되어 있던 성적인 대사가 계속 나오며, 미국 사회의 위선과 허위가 예리하게 폭로되어 초연 당시에는 큰 충격을 주었다. 1966년에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뉴잉글랜드 지방의 조그만 대학 캠퍼스에 있는 주택의 거실로, 평범한 부부들이 등장한다. 조지는 무능력한.. 2024. 1. 31.
손창섭 단편소설 『낙서족(落書族)』 손창섭 단편소설 『낙서족(落書族)』 손창섭(孫昌涉. 1922∼2010)의 단편소설로 1959년 [사상계]에 발표되었다. 일제치하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독립투사의 아들이라는 부채 의식을 걸머진 한 젊은이의 방황과 시련 그리고 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의 대립을 그리고 있다. 손창섭은 평양 출생의 소설가로 월남 후 착실한 필치로 이상 성격의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내어 1950년대의 불안한 상황을 형상하는 데 주력했다. 대표작으로는 , , 등이 있다. 6ㆍ25 전쟁의 충격으로 뒤틀린 한국 현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불구 상태를 압축하여 인간 본래의 면목을 드러내는 다수의 작품을 썼다. 이 작품에서 애국 투사의 아들이라는 주인공 박도현은 일경을 조롱하겠다는 영웅심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내놓으며 은행 협박 사.. 2024. 1. 30.
김승옥 단편소설 『서울의 달빛 0장』 김승옥 단편소설 『서울의 달빛 0장』  김승옥(金承鈺. 1941~ )의 중편소설로 1977년 [문학사상]에 발표되었다.  김승옥은 1941년 전라남도 순천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학교 불문과를 졸업하였고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이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김현, 최하림과 함께 동인지 [산문시대]를 창간하고 여기에 등을 발표하였다.  김승옥은 1960년대 새로운 문체의 미학, 감수성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등단했는데 이 작품은 제1회 [이상 문학상] 수상작이다. 단편소설 『서울의 달빛 0장』은 1970년대 성(性) 관념을 소재로 하면서도 도식성(圖式性)에 빠지지 않고 뛰어난 통찰력과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으로 이 시대의 인간 문제를 그려낸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 2024. 1. 29.
안회남 중편소설 「농민의 비애」 안회남 중편소설 「농민의 비애」 월북작가 안회남(安懷南. 1909∼?)이 1948년 [문학]에 발표된 중편 소설로 해방 후 미군정이 일제 때의 공출 제도를 부활시킴으로써 농민들의 생활이 더 비참해지는 현실을 다룬 작품이다. 이태준, 박태원, 이상 등 구인회 동인들과 함께 활동을 했던 안회남의 초기 작품은 심리 묘사 위주로 신변을 다룬 사소설(私小說)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급격한 경향의 변화를 보인다. 태평양 전쟁 기간 중에 일본에 1년가량 징용으로 끌려갔다 온 후로는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을 냈고, 월북 이후로 추정되는 1948년 발표된 중편인 「농민의 비애」는 미군정의 폭정으로 농민들의 생활이 일제 강점기보다 더 비참해지고 있다는 사회 고발적인 내용이다. 제목 그대로 해방이 되었음에도 점점.. 2024. 1. 27.
함세덕 희곡 『동승(童僧)』 함세덕 희곡 『동승(童僧)』 월북 극작가 함세덕(咸世德, 1915∼1950)의 희곡으로 1939년 [동아일보] 주최 연극콩쿠르에 입선작이다. 함세덕의 작품들은 광복 전 우리 희곡사에서 유치진에 버금가는 탁월한 작품성을 견지하고 있는데도 월북 작가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일반에 공개되지 못했다. 1991년에야 비로소 극단 [연우무대]에 의해 무대에 올려졌고 잇달아 다른 작품들도 공연되면서 함세덕의 희곡사적 위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함세덕이 정식으로 연극계에 데뷔한 것은 1940년 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때였다. 그러나 그는 해방 직후 좌경하여 (1946), (1947) 등 프롤레타리아 연극을 잇달아 내고는 1947년 월북하였고, 한국전쟁이 나자 종군기자로 참전하여 수류탄사고로 그 해 사망하였다. 그.. 2024. 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