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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by 언덕에서 2024. 2. 3.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정치가가 죽었을 때 (생전에 자신이) 총리가 되지 못한 사실을 내심 서운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장, 예술가, 등산가, 운동선수, 누구든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 말을 들은 제삼자가) ‘그 사람은 도저히 그렇게 될 인물은 못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제법 잘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인간이 평생 지닐 수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일생 어찌 됐든 비와 이슬을 막아주는 집에 살 수 있었고, 매일 먹을 것이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기본적으로 ‘성공’이다.

 만일 그 집이 깨끗하며, 목욕탕과 화장실이 있으며, 건강을 해칠 정도의 더위와 추위에서 보호되며, 매일 뽀송뽀송한 이불에서 잘 수 있고, 누추하지 않은 옷을 입을 수 있고, 영양이 골고루 섞인 맛있는 식사를 하며, 전쟁에 휘말리지 않고, 병이 들었을 때는 진료받을 수 있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지구 수준에서 보면 ‘대단한 행운’이었다.

 만일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하며,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사랑도 알게 되며, 인생의 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었고, 자유스럽게 여행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독서를 하며, 취미 생활을 했고, 가족이나 친구들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았다면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인생은 ‘대성공’이었다.

 이런 계산이 불가능한 노인은 그 나이가 되도록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비난받아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 소노 아야코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계로록(戒老錄))」(리수) 187~8쪽

 


소노 아야코(Ayako Sono ,その あやこ ,曾野 綾子 , 본명 : 三浦知壽子, 1931~) : 소설가.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 상] 후보에 오르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평생 독신을 꿈꾸었지만 같은 문학 동인지 멤버였던 미우라 슈몬을 만나 22세의 나이에 결혼에 이른다. 가톨릭 신자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유치원 때부터 대학까지 미션스쿨에서 교육을 받았다. [해외일본인선교사활동후원회]라는 NGO를 결성하여 감사관의 자격으로 전세계 100개 국 이상을 방문하였다.

 주요 작품으로는 1972년에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초장기 베스트셀러 『나는 이렇게 나이들고 싶다(계로록戒老錄)』을 비롯하여 『약간의 거리를 둔다』 『타인은 나를 모른다』 『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남들처럼 결혼하지 않는다』 『나다운 일상을 산다』 『마흔 이후 나의 가치를 발견하다(중년이후中年以後)』 『나이듦의 지혜』 『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 『후회없는 삶 아름다운 나이듦』 『성바오로와의 만남』 『죽음이 삶에게』 『오늘 하루도 감사합니다』 『세상의 그늘에서 행복을 보다』 『빈곤의 광경』 『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등의 에세이와 『천상의 푸른 빛』『기적』『신의 더럽혀진 손』등 다수의 소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