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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 예이츠(Yeats)

by 언덕에서 2024. 2. 6.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 윌리엄 예이츠(William Buttler Yeats. 1865∼1939)

 

 

 

나 일어나 이제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거기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작은 오두막을 짓고,

아홉 이랑 콩밭과 꿀벌통 하나

벌 윙윙대는 숲 속에 나 혼자 살리.

 

거기서 얼마쯤 평화를 맛보리.

평화는 천천히 내리는 것.

아침의 베일로부터 귀뚜라미 우는 곳에 이르기까지.

한밤엔 온통 반짝이는 빛

한낮엔 보라빛 환한 기색

저녁엔 홍방울새의 날개 소리 가득한 그 곳.

 

나 일어나 이제 가리, 밤이나 낮이나

호숫가에 철썩이는 낮은 물결 소리 들리나니

한길 위에 서 있을 때나 회색 포도 위에 서 있을 때면

내 마음 깊숙이 그 물결 소리 들리네.

 

 


 

 20대에 다시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며 평화로운 전원으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망향의 시이다시제인 이니스프리는 슬라이고(Sligo) 근처에 있는 호수 속의 작은 섬이다이 시에는 이니스프리라는 이상향을 꿈꾸는 시인의 심리 상태가 잘 드러나 있어고향인 아일랜드의 슬라이고 지방의 경치가 시인에게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해준다. 

 시인의 마음속에 동경하고 있는 이상향으로서의 이니스프리 호수섬의 정경이 잘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이니스프리 호수섬의 아름다운 정경을 시각적인 이미지와 청각적인 이미지를 동원하여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으며, 도회의 삭막함과도 대조함으로써, 그곳을 간절하게 동경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시인의 고향인 아일랜드의 호수 속에 있는 작은 섬이다. 이 곳은 히스(heather) 꽃이 보랏빛으로 피어나고 한낮에 햇빛을 받아 이 꽃들이 호숫가에 비침으로써 아름다움을 자아내는 섬으로 시인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낭만적 꿈에 부푼 20대 후반, 시인은 런던의 거리를 걸으면서 잠시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도시의 번잡을 피해 전원의 한가로움과 평화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에 잠긴다. 오두막 근처에서 잉잉거리는 벌 소리. 귀뚜라미 우는 소리 등 전원적이고 평화로운 이미지가 느릿한 리듬과 어울려 서양판 귀거래사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이처럼 전원의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 곳에서 안빈낙도하겠다는 시 세계는 우리의 시적 전통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이러한 전원적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마음속에 근원적으로 내재해 있다.

 이 시는 1890년에 창작하여 1892년에 [The Countess Kathleen and Various Legends and Lyrics]에 발표된 시이다. 신비한 몽환성(夢幻性)과 낭만주의적인 막연한 동경을 노래한 시로서, 윌리엄 예이츠의 초기 시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아름다운 서정시이다.

 

 

 

 

 


원문

The Lake Isle of Innisfree / William Butler Yeats

 

 

I will arise and go now, and go to Innisfree,

And a small cabin build there, of clay and wattles made:

Nine bean-rows will I have there, a hive for the honey-bee,

And live alone in the bee-loud glade. 

 

And I shall have some peace there, for peace comes dropping slow,

Dropping from the veils of the morning to where the cricket sings;

There midnight's all a glimmer, and noon a purple glow,

And evening full of the linnet's wings. 

 

I will arise and go now, for always night and day

I hear lake water lapping with low sounds by the shore;

While I stand on the roadway, or on the pavements gray,

I hear it in the deep heart's c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