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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233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냉혹할 것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냉혹할 것 (전략) 나는 노인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깊이 절망하고 싶다. 결코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일생에 절망하고, 인간이 만든 모든 부실한 제도에 절망하고, 인간 지혜의 한계에 절망하며, 온갖 것들에 깊이 절망하고 싶다. 그렇게 됨으로써 비로소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게다가 이것은 일반적인 표현이지만 나의 반평생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사회가 경고나 예정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늘 전 세계의 석유는 30년이 지나면 고갈되어 버린다고 하였지만 현재 그런 징조도 없으며 , 히로시마(廣島)에는 원자 폭탄 때문에 75년 간은 풀 한 포기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그것도 들어맞지 않았다. 소위 후진국은 농산물이나 원료를 공급하고 공업.. 2024. 3. 16.
노년의 고통이란 인간의 최후 완성을 위한 선물 노년의 고통이란 인간의 최후 완성을 위한 선물  40세를 넘어서면 당사자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인간은 날마다 조금씩 늙어간다. 아니 화장품 회사가 선전하는 바에 따르면 인간은 25세부터 늙기 시작한다. 50~60세를 넘으면 인간은 승산이 없는 싸움에 말려드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이제 젊어진다는 사실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 앞으로 체력은 날로 약해지고, 능력도 쇠퇴하며, 미모(?)는 간데없고, 병의 치유도 점차 어려워진다. ‘별로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비참한 지경을 당해야 하나’ 하고 불평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그러나 인간은 행복에 의해서도 충족되지만, 괴로움에 의해서도 더욱더 크게 성장한다. 특히 자신의 책임도 아니며, 까닭도 없는 불행에 직면했을 때만큼 인간이 크게 성장하는 시기도 없다. .. 2024. 3. 9.
흔적도 없는 사라짐이 아름답다 흔적도 없는 사라짐이 아름답다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계로록)》을 쓴 30대 후반부터 조금씩 주변을 정리해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얼마 전부터 사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족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이미 상당한 양을 태웠지만 내 사진은 50장 정도 남겨둘 생각입니다. 언뜻 시시해 보여도 고령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변 정리입니다.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써온 육필 원고를 모두 태웠습니다. 문학관과 흉상 등에 집착하는 분이 간혹 있는데 그런 분을 볼 때마다 왜 저렇게 세상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살아서 무리해도 죽은 후에는 잊히기 마련입니다. 나만 해도 (관광지에서) 문학비 등이 시야를 가려 경치가 잘 안 보인다고 투덜거립니다. 문학관은.. 2024. 3. 2.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박목월(1918~1979)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ㅡ무슨 일을 하고 싶다. ㅡ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ㅡ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2024. 2. 28.
자주 버릴 것 자주 버릴 것   우리 몸의 세포가 그러하듯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특히 인간이 미적으로 정연하고 활동적으로 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단순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깔끔하지 못한 사람의 방에는 결코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온갖 불필요한 물건이 생활 공간을 점령하고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버리는 데에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하지만 버리는 행동 자체가 귀찮아서 있는 물건을 그대로 두기 쉽다. 좁은 아파트에 젊은 세대와 같이 살면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모든 물건을 벽장 속에.. 2024. 2. 24.
고령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고령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노인들이 좀 더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난치병의 권위자로 불리는 명의가 자주 소개되는데, 시간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 달에 수십 명밖에 수술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젊은 사람부터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치료에 필요한 백신이 한정되어 있다면 수혜 받을 고령자로서 먼저 수혜 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제도나 의료 수혜에서 만인은 평등합니다. 따라서 고령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양보해야 합니다. 국가가 고령자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가 권리를 양도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 고령자가 자신의 의지로 또는 미학으로서 양보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고령자의 양보가 당연한 미덕으로.. 2024. 2. 17.
타인의 친절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 타인의 친절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 (전략) 70세 이상 노인 수를 계산해서 버스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 즉 연료비와 보험료 등을 고려한 적정 요금을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고령자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공짜나 다름없어서 심심풀이로 버스를 탄다.”고 말하는 노인도 상당수입니다. 생활 전선에서 활동하는 노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제도임이 틀림없지만, 사회가 제공해 주는 것은 일단 받고 보자는 못된 근성에 악용될 때도 많다는 견해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특히 버스 요금을 낼 능력이 없는 노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스스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요금을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인 미우라 슈몽도 버젓한 후기 고령자입니다. 그러나 .. 2024. 2. 10.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정치가가 죽었을 때 (생전에 자신이) 총리가 되지 못한 사실을 내심 서운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장, 예술가, 등산가, 운동선수, 누구든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 말을 들은 제삼자가) ‘그 사람은 도저히 그렇게 될 인물은 못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제법 잘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인간이 평생 지닐 수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일생 어찌 됐든 비와 이슬을 막아주는 집에 살 수 있었고, 매일 먹을 것이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기본적으로 ‘성공’이다. 만일 그 집이 깨끗하며, .. 2024. 2. 3.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정말 윤동주 시인이 썼을까? 정말 윤동주 시인이 썼을까? 인터넷에는 윤동주 시인이 쓴 걸로 알려진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글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윤동주 시인의 시로 알고 있어서 Daum의 , Naver의 에서 진위 문의가 많은 듯합니다. 올려진 글마다 표현과 내용이 조금씩 다르고 윤동주 유고 시집에는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제가 이 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010년 가을, 경남 진주에 외곽에 위치한 문산성당에서 미사 참례하면서였습니다. 이 성당의 주임신부님은 강론 중 윤동주 시인의 쓴 시라며 위의 글을 낭독하며 우리의 인생도 이렇게 가을을 맞이해야 되지 않느냐는 요지의 말씀을 하셨지요. 그런데 이 글이 시가 맞나요? 글의 전문은 이렇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 2022. 8. 29.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윤혁 작가의 사모곡 매일신문 [그립습니다] 윤혁 작가의 사모곡 입력2020.10.29. 오전 11:32 수정2020.12.10. 오전 11:23 김치 먹을 때 생각나는 '어머니가 담근 천상의 맛' 20년 전의 일이다. 어머니는 어느 날 내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부활절 고해성사를 봤는데 신부님께 야단만 들었다." "무슨 말씀이에요?" 내가 물으니 어머니의 대답은 이러하셨다. "고해소에 들어가서 내가 지은 죄를 고백해야 하는데 막상 뭘 말하려니 죄지은 게 생각나지 않더라." "그래서요?" "이렇게 말했지. 신부님,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죄지은 것이 없습니다." "아하, 그래서요?" "신부님이 화를 내시더구나." 사연을 듣던 나는 궁금증이 더해져서 물었다. "어떻게요?" "'당신은 천사란 말이오!' 하시며 화를 내시데?" 말.. 2021. 5. 8.
초가을, 몽골(Mongolia) 초가을, 몽골(Mongolia) 블로그, 다시 시작합니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 '아모르 파티'라는 말은 라틴어로 ‘사랑’을 뜻하는 아모르(Amor)와 ‘운명’을 뜻하는 파티(Fati)의 합성어로 '운명에 대한 사랑'을 뜻합니다. 철학자 니체가 자신의 수필집 에서 언급한 문구이지요. 니체에 따르면 한 인간의 삶에서 운명이란 필연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인간이 자신의 필연적인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할 때 더욱 위대해지며, 인간 본래의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는 고통과 상실을 포함해 자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의미하겠지요. 기실, 인간의 운명이 미리 정해져 있다면 그는 삶의 주체로서 생을 살아갈 무슨 이유가 있습니까? 그러나 니체의 .. 2019. 10. 1.
열대(熱帶), 일몰(日沒) 열대(熱帶), 일몰(日沒) 노천카페에서 / 김지원 쪽빛 바다 위 하얀 유람선 한 척 연인을 떠나보내듯 저녁 하늘이 붉은 울음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거대한 하버브리지 위를 떠돌던 구름 몇 점 바다 위로 떨어지고 구름과 하늘을 삼킨 바다는 영화처럼 부서진다 날은 저물고 낮잠을 즐기던 가로등 하나씩 일어나 기지개를 켠다 눈을 뜬 가로등 사이로 몰래 숨어든 낯익은 얼굴 하나 나는 벤치에 기댄 채 갈매기 울음을 흉내내고 있다 - 김지원 시집 『 Y에게 말 걸기』다층 2016 개인 사정으로 당분간 블로그를 쉽니다. 선선한 바람이 불 때 돌아오겠습니다. -언덕에서 올림. 2019. 6.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