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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수필61

‘보이콧(Boycott)’의 어원 ‘보이콧(Boycott)’의 어원 “누가 보이콧 놨냐 말이다, 네가 논 게 아니라, 그래, 상대방이 논 걸 네가 당했다는 말이지?” 맞선 보고 온 동생의 보고를 받은 언니의 눈썹이 치켜진다. “아니 그래. 제 따위가 뭔데 보이콧하더란 말이야. 나 원 참. 그래 가만 두었어?”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소련이 보이콧 전술로 잘 나와 그 때문에 조금씩 자주 쓰이는 정치적 언어인 양 싶던 보이콧은 이제, 반대ㆍ배척의 뜻으로라면 어디서고 쓰이게 된 말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① 어떠한 일에 있어서 교제를 거절하기로 한 동맹, ② 불매동맹(不買同盟) 으로 나와 있어 복수적인 유대(紐帶) 감각의 냄새를 풍기는 것인데, 본디의 뜻이야 어쨌건 ‘비토(veto)' 같은 뜻으로, ‘거부권’이라고도 쓰이고, 맞선뿐 아니라 .. 2024. 4. 13.
‘왼손’의 어원 ‘왼손’의 어원 해방 후에 좌익(左翼)ㆍ우익(右翼)의 투쟁이 있어 ‘좌익’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만이 아니라 대체로 세계가 공통되는 현상은 왼쪽을 ‘불길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영어에서 ‘sinister’라는 말은 ‘왼쪽의’라는 뜻 외에 ‘불길한’ㆍ‘재수 없는’ 같은 뜻이 있는데, 이는 라틴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도나 미얀마ㆍ파키스탄 혹은 타이 같은 데서는 왼손에 대한 미신이 대단하여 ‘신성한 오른손’은 식사할 때만 쓰고 ‘더러운 왼손’은 변소에 가서 마지막에 닦는 손질을 할 때나 그 밖에도 깨끗하지 않은 것을 만질 때 쓰도록 되어 있는 모양이다. 동서양이 이와 같으니, 우리가 흔히 쓰기로도 ‘좌천(左遷)’이면 자리가 낮은 데로 감이요, ‘좌성(左性)’이면 ‘삐뚤어진 심보.. 2024. 4. 6.
‘카메라’의 어원 ‘카메라’의 어원 “아빠, 우리도 카메라 하나 사요. 남들은 놀러 갈 때 카메라 가져가던데, 우린 뭐예요?” 초등학교 1학년 짜리가 이렇게 말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학년, 그리고 무능하기 이를 데 없는 아빠라는 위인은 그 카메라를 못 사고 있다. 반드시 돈 때문만이 아니라, 어딘가 무성의한 점도 없지 않을 것이리라. 사치품이던 시절은 갔다. 특별히 예술작품 안 만들 바에야, 그 몇십만 원씩 나가는 고급의 것을 살 필요도 없다. 대단한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셔터만 누르면 사진은 찍히게 되어 있는 카메라들이고, 그렇게 많은 돈 아니더라도 살 수는 있다. 실용화한 것이다. 여행길에 나섰을 때 혹은 가족 동반하여 야외에 나갔을 때 마음에 드는 정경들을 찍어두는 것은, 추억을 시각으로 남기는 일이.. 2024. 3. 23.
‘케케묵은 것’의 어원 ‘케케묵은 것’의 어원 미니스커트가 처음 나돌기 시작했을 때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에게 당사자들이 뱉는 말이 있었다. “왜 그리 케케묵은 생각들을 하고 계시는 거죠?” 그래서 한때 거리는 미니스커트의 홍수. 시골엘 가도, 썩 어울린다고는 할 수 없는 채 유행이었다. 그래도 더러는 ‘케케묵은 사람’이 있어서 긴치마를 입기도 했지만. 그런데 정작 케케묵은 것은, 케케묵었다는 뜻을 나타내는 ‘케케묵었다’는 ‘케케’라는 글자 쪽이 한 술 더 뜬 편이라고나 할 것인지, 도대체 어째서 그 괴상하기 그지없는 ‘케’ 자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냐 말이다. 이 '케'자가 쓰일 곳은 꼭 한 군데, 케케묵은 '케케묵었다'는 대목뿐이다. 그렇게 본다면, 글자 자체가 케케묵은 뜻을 뜻글자(表意文字)와 같이 나타내주고 있는 것이라고 .. 2024. 3. 7.
‘한가위ㆍ보름’의 어원 ‘한가위ㆍ보름’의 어원 요즈음 도시의 한가위야, 중천에 뜬 ‘아폴로’에 처녀성까지 침범당한, 멋없는 달 그것밖에 더 있는가. 그건 여느 보름달과 다름이 없으며, 특별한 뜻이 곁들여 있지도 않은 평범한 것일 뿐이다. 그러나 농촌에서의 어린 날을 가진 이라면 ‘더도 덜도 말고 가윗날만 같아라.’는 의미를 알게 된다. 들판의 곡식들은 익고, 김ㆍ밤ㆍ대추 같은 과일이 따가운 볕에 주황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운데, 아낙네의 떡방아 찧는 소리가 신나고, 산들바람 때문인가, 하늘은 마냥 높아만 가고……. [王旣定六部中分爲二 使王女二人各率部內女子 分朋造黨 自秋旣望 每日早進六部之庭 積麻 夜分而罷 至八月十五日 考其功之多少 負者置酒食 以謝勝者 相與歌舞 百戱皆作 謂之嘉俳] - ‘유리왕(儒理王) 구년조(九年條)’ - 라는 기록이 .. 2024. 2. 23.
'설ㆍ살'의 어원 '설ㆍ살'의 어원 중국 당대(唐代)의 유명한 시인 유정지(劉廷芝)의 시에, [年年歲歲花相似 歲歲年年人不同] (해마다 꽃은 그 꽃이언만 해마다 사람은 같지 아니하네.) 라는 대목이 있어서 오늘날에도 덧없는 인생을 빗대어 곧잘 인용되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작품은 송지문(宋之問)의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유정지는 송지문의 사위였는데, 그 시가 하도 그럴싸해서 장인이 그것을 달라고 했으나, 불응하므로 죽여버렸더라는 이야기와 함께. 유정지의 시에는, [今年花落顔色改 明年花開復誰在] (올해 꽃이 지니 용태가 변하누나. 내년 꽃 필 때 뉘라서 그 꽃과 함께 있을 수 있다 하겠는가.) 하는 것도 잇는데, 전자와 궤(軌)를 같이 한 채, 역시 인생의 무상(無常)을 노래하고 있다. 나이 드는 것은 설운 일이고, .. 2024. 2. 8.
‘소나기’의 어원 ‘소나기’의 어원 쨍쨍 내려쬐던 햇볕이었는데, 느닷없이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하늘이 낮아져 이윽고 억수같이 비가 퍼붓는다. 여름날이면 하루에도 이런 소나기를 몇 번씩 맞게 된다. “소나기는 오려하고 똥은 마렵고 괴타리는 옹치고 꼴짐은 넘어지고 소는 뛰어나갔다” 는 속담은, 일이 너무도 바쁘고 많아서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름을 이르지만, 거기서도 ‘소는 뛰어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보면 ‘소’와 ‘소나기’와는 관련을 짓게 되어 있긴 한 모양이다. 소나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지금부터 2백여 년 전 경기도 안성(安城) 장에서 30리쯤 떨어진 어느 마을에 고집 세기로 이름난 두 노인이 있었다. 어느 해의 7월, 안성 장으로 소를 팔려고 한 마리씩 끌고 10리쯤 갔을 때 날이 흐려졌다. 한.. 2024. 2. 1.
‘아침’의 어원 ‘아침’의 어원 ‘朝聞道夕死可矣’라는 ‘이인편(里仁篇)’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에 대해서는 해석이 두 가지로 나오고 있다. ‘아침에 천하에 도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보통은 ‘아침에 도를 듣는다면 그날 저녁 죽어도 좋다.’는 해석이 더 알려져 있다. 전자는 위(魏)의 하안(何晏) 등에 의한 고주(古註)의 해석이며, 남송의 주희에 의한 신주(新註)의 해석이 후자로 된다. 그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면서 저녁은 하루의 끝임을 나타낸다. 아침에 언짢은 일이 있으면 종일 언짢은 기분인 것도 하루의 출발이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동녘 바닷속에서 빨갛게 치솟아 오르는 불덩이를 보면서 장엄한 자연을 생각하는 가운데 그날 하루의 의욕을 함께 불태.. 2024. 1. 18.
‘노다지’의 어원 ‘노다지’의 어원 광물이 쏟아져 나오는 줄기가 곧 ‘노다지’다. 거기서 출발하여 어떤 이익이 약속되어 있는 일 또한 ‘노다지'라 불리게 되었다. 스페인어의 ‘bonanza(보난사)’ 같은 것인데, 그들의 '보난사'는 '행운' 또는 '번영' 같은 뜻이었던 것이, 미국말로 들어오면서 '노다지'를 뜻하게 되어, 이를테면 북서부에 잇는 주(州)인 '몬타나’의 별칭이 ‘노다지(Bonanza) 주’ 혹은 ‘보고(寶庫: treasure) 주’로 되는 것이며, 그 주가 갖는 모토 또한 스페인어로 ‘오로 이 플라타(Oro y plata: 금과 은)로 되어 이 주에 금은광(金銀鑛)이 많음을 시사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건 '엘 도라도(El Dorado: 스페인어로 황금을 뒤집어쓴 나라)'라 불리는 캘리포니아주도 마찬가지긴.. 2024. 1. 4.
‘총각김치’의 어원 ‘총각김치’의 어원 한때 인기 절정에 있던 가수 현미가 한창때 허스키 보이스로 불러댄, 조금쯤 노란 인상을 풍기는 노래가 있었다. “……달콤한 총각김치 새큼한 그 맛…….” 열무김치도 아니다. 김장 때 보노라면, 서울 사람들은 이 총각김치를 담근다. 노래 말마따나 새콤한 맛도 맛이려니와 이빨에 안기는 딴딴한 감촉이 또한 특별한 미각을 곁들여 준다. 어느 익살꾸러기가 이런 말을 하면서 웃었다. “총각감치가 있으면, 처녀김치도 있을 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처녀김치’라는 것은 물론 없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에게 이렇게 대꾸해 줄 수밖에 없다. “그래, ‘죄(罪)스럽다’라는 말 있대서 ‘벌(罰)스럽다’는 말 반드시 있던가? 아니면, 좌천(左遷)이라는 말이 있대서 ‘우천(右遷)’이란 말 반드시 있던.. 2023. 12. 29.
'빵'의 어원 '빵'의 어원 요즈음 빵 문제도 해결 못하는 신세라는 말을 한다. 빵 문제라는 말은, 세 끼니 식사 문제라는 뜻이다. 세 끼니 식사를 모두 빵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 세 끼니는커녕 한 끼니도 빵으로 식사를 잇는 주제가 아니면서도, 말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즉 ‘일용할 양식’이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이다. 물론 이것도 양풍(洋風)이 든 말이다. 지난날의 표현으로야 끼니 잇기가 어렵다느니, 조반석죽(朝飯夕粥)도 어렵다느니에다, 입에 풀칠이 어렵다는 좀 과장이 심한 표현도 있어, [즘생을 데리고 읍내를 도망해 나왔을 때는 너를 팔지 않기 다행이었다고 길가에서 울면서 즘생의 등을 어루만졌던 것이다. 빚을 지기 시작하니, 재산을 모을 염은 당초에 틀리고 간신히 입에 풀칠을 하러 장에서 장으로 돌아다니게 .. 2023. 12. 21.
‘브래지어(brassiere)’의 어원 ‘브래지어(brassiere)’의 어원 가슴을 감싸는 여성용 속옷. 유방을 받쳐 주고 보호하며 가슴의 모양을 교정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무명이나 나일론 따위로 신축성 있게 만든다. 이희승 편 에 ‘브래지어’라는 외래어가 항목에 나와 있는데, 그 뜻을 풀어 ‘여자들이 젖을 가리거나 앞가슴을 예쁘게 하기 위하여 옷 속으로 젖을 싸 누르게 된 내의’라고 하였다. 한 마디로 ‘젖싸개’ㆍ‘젖가리개’쯤이면 괜찮다 싶어지는데, 우리는 ‘브래지어’로 쓰고 말하고 있는 현실 속에 있다. 쓰고 말한다고는 했지만, 이걸 쓰는 여자들이나 파는 장사치들이 '브래지어'라고 불러주는 건 아니다. 그들은 그냥 '부라자'라고 한다. 그리고 그 '부라자'라는 말은 일본 쪽에서 쓰는 말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치마.. 2023. 12.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