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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수필61

'백장(백정.白丁)'의 어원 '백장(백정.白丁)'의 어원  평안도 사람들이 몹시 못마땅해 하면서 뱉는 말에 “썅 배땅놈의 쌔끼”라는 표현이 있다. 이때의 ‘배땅놈’이 '백장놈‘이라는 말이다. 백장은 천민계급 중의 천민계급으로 쳐 온 것이 전대(前代)의 우리네 사회였다. 나이 지긋한 이들로서 지금도 푸주에 가서는, “거, 등심으로 한 근 주구료!”정도로 말을 얼버무리는 버릇들이 있다. 쉽게 경어를 안 쓰려 드는 관습이다. ‘백장’은 지금의 표준말. 옛 책에는 ‘백정(白丁)’이라는 한자로 나온다. 또 ‘백장’이 표준말이라고는 해도 ‘백정’이라는 말이 안 쓰이는 것도 아니다. 백장은 백정(白丁)이라는 한자표기 외에 포정(庖丁)ㆍ도한(屠漢)ㆍ도우탄(屠牛坦)ㆍ포노(庖奴)ㆍ도척(刀尺)ㆍ피장(皮匠)ㆍ피한(皮漢)ㆍ유기장(柳器匠) .. 2023. 10. 27.
'탤런트(talent)'의 어원 '탤런트(talent)'의 어원 몇 년 전 이 말이 나돌기 시작하던 때는 ‘탈렌트’나 ‘타렌트’, 그대로 일본식 발음이던 것이 이젠 각 신문ㆍ잡지가 ‘탤런트’로 표기하기로 들면서 바루어진 것이다. 말의 시작이야 어디가 됐건 'talent'라는 영어를 표기하여 된 것. 어쨌건 탤런트 세상이다. 영화는 안방극장인 텔레비전한테 눌린 건지, 어쩐지 잘 안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난날 영화에서 낯이 익은 배우들도 곧잘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곤 한다. 텔레비전과 깊은 인연을 맺은 어떤 대학의 교수도 역시 탤런트 취급이어서 길을 걷노라면 “야, 저기 ××× 간다!”라고 꼬마들이 놀리더라던가? 이 양반 가로되, “나도 인젠 자가용 사야겠어!” 중학생한테 talent라 써 놓고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그거 재능ㆍ능력.. 2023. 10. 26.
'사족(四足)을 못 쓰다'의 어원 '사족(四足)을 못 쓰다'의 어원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동물 분류학에서는 포유동물이라 치고 있는데, 어쨌건 동물은 동물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을 두고 ‘동물적’이라는 비유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동물’의 처지 때문에 그 '동물적'이라는 말이 사람마다 듣기에 거북해진다. '동물적 욕구'라고 하면, 사람마다 이성을 차리지 못한 욕구 충족을 위한 행위여서 불쾌하게 들린다.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역시 염치에서 출발된 이 '불쾌감'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말에서 이 '동물적 처지‘가 드러난다. “앞발 번쩍 들어버렸지.” “너, 꼭 그놈의 앞발질 계속할 테냐?” 8ㆍ15 전에는 별로 안 쓰이던 것 같던 ‘앞발’이 해방되고부터 조금씩 빈번히 속어의 형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군국주.. 2023. 10. 20.
‘제왕수술(帝王手術)’의 어원 ‘제왕수술(帝王手術)’의 어원 “재를 어떻게 낳은 줄 알아? 아이구, 제왕수술을 했어요." 현대의학으로는 세 번까지 그 제왕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실제로 한 번 두 번의 수술에서 딸을 난 여자가, 아들을 얻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세 번까지 잉태, 세 번째도 제왕수술을 하였지만, 결국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의 신문을 보니까, 산모 스스로가 면도칼로 배를 째서 아기를 낳았다는 해외 토픽이 있었지만, 배를 갈라서 아기를 꺼낸다는 것이 물론 보통의 일은 아니다. 거기에 묘하게도 제왕(帝王)이 붙어 있다는 그 수술의 이름부터가 기괴하다면 기괴하다. “옛날에 말이지, 로마의 시저가 그럴게 배를 째고 났대요. 그래서 배 째고 내 낳게 하는 것을 제왕수술이라고 한대요.” “아니야, 난 시저가 아니라 알렉.. 2023. 10. 19.
‘사모님’의 어원 ‘사모님’의 어원  “사모님이란 말은 선생님의 어머니란 말 아닙니까?” 한자 뜻으로 짚어 해석해 보자면, ‘스승 사(師)’자에 ‘어미 모(母)’자여서 스승의 어머니다 싶어지기도 한다. 하여간에 해방이 되면서부터 많이 불리기 시작한 ‘사모님’이었다. 그래서 날이 지나감에 따라 사모님 인플레 시대를 맞게 되었다. 선생의 부인에게 붙은 ‘사모님’이 친구의 부인에게도 붙여진다 싶었더니, 나중에는 검둥이 아저씨와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에게까지 ‘유엔 사모님’이라고 하게 됨에 이르렀다. 비록 속어이긴 했어도 진짜 사모님의 처지가 좀 궁색해졌다곤 해도, 그러면 다방의 레지가 주인 마담더러 ‘어머니’라고 보통 부르고 있다고 해서 진짜 어머니의 값어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니,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 2023. 10. 13.
‘따라지신세’의 어원 ‘따라지신세’의 어원 “내레 덩말 둑다 실았시오. 삼팔선이레 넘을 때 워카갔시오. 아, 안고 있던 새끼레 젖 달라고 울디요, 뒤에서 인민군 놈들이레 들입다 통딜이레 하디요, 남편이레 치근덕대디요, 덩말 둑다 살았시오.” 이 비슷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일반을 일러 ‘따라지’라고들 한다. 여기엔 성별이 없다. 여자건 남자건 38선을 넘어온 사람이면 ‘따라지’다. 뭐, 별로 경멸하는 뜻으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레 따라디 신세 아닙네까. 내레 굶어둑는대서 누구레 눈 하나 깜짝 하갔시오. 그저 악탁가티 살아야디 않겠시오?” 스스로도 ‘따라지’를 자처하는 월남 동포들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쯤은 ‘양반 기질’이라는 생리에서 잠을 깨지 못한 채, 재떨이에 담배통만 퉁탕거리던 남쪽의 ‘비(非)따라.. 2023. 9. 29.
‘미주알고주알’의 어원 ‘미주알고주알’의 어원 꼬치꼬치 캐는 것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캔다고 한다. 이 말속에는 조금 끈질기고도 치밀한 느낌이 곁들여 있다. 하여간 뿌리를 캐도, 잔뿌리까지 깡그리 캐버린다는 생각이다. “아 글쎄, 처음 만난 처지에 그게 뭐야? 신상조서라도 받는 것같이 미주알고주알 캐지 않아? 난 거기 딱 질렸어. 대답은 보나 마나 노! 야.” “미주알고주알 캐 보라지. 내게 뭐, 구린 데 한 군데나 있는지 말야.” 도대체 ‘미주알고주알’이란 뭐냐? 본디 ‘미주알’이라는 말은 있다.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이다. 수치질에 걸렸다 하면, 미주알 쪽에 무엇인가 생겨난 것이리라. 어쨌든 남의 항문까지 조사한다는 것이니, 이거, 아편 밀수 때에나 생겨난 말이었던 것인지 어떤지. 그는 그렇다 하더라도 ‘고주알’이란 .. 2023. 9. 28.
'또순이'의 어원 '또순이'의 어원 그 이름의 타이틀 롤을 한 ☞‘또순이’는, 그것이 연속방송극으로 전파를 타면서부터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그 지독한 ‘함경도 기질’은 두 가지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슨 놈의 여자가 고 따위로 생겨먹을 수 있어. 여자가 고 모양이라면 징그러워서도 못 데리고 살겠더라.” “허허. 어디 사내만 믿고 살 세상이라던가? 그렇게 억척으로 살지 않으면 자식 교육 하나 제대로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누구는 남도 쪽 여자를 일러 ‘안방만 지키고 앉아서 바가지 긁어댈 거리만 찾아내고, 스스로는 비생산적이며 비능동적이며, 그러고도 퇴영적인 노리개’라는 평을 한다. ‘노리개’란 ‘동물’이 아닌 것이다. 누구는 또 남도 쪽 여자를 일러. ‘남편의 횡포에 대해 옷고름으로 눈물만 씻다가 그 횡포가 고비에.. 2023. 9. 22.
'꼬마'의 어원 '꼬마'의 어원 “큰일 났어. 우리 집 꼬마가 열이 40도나 오르잖아?” “어이구, 요새 유행인가 봐. 우리 꼬마도 그걸 치렀지 뭐야.” 여학교 동창끼리 앉아서 하는 말이다. ‘우리 집 꼬마’란 ‘우리 집 어린애’라는 말이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보아라.” 하면서 줄넘기를 하는데, 어린이를 스스로가 자기들을 일러 꼬마라고도 한다. 어린이를 ‘꼬마’라고 하기는 역시 해방 후부터의 일이 아닌가 싶다. 그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일제시대에 나온 문세영(文世榮)의 에는 나와 있지도 않거니와 일제시대부터 준비되어 1947년에 나온 한글학회의 에도 ‘어린이’의 뜻으로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꼬마동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키가 작은 사람’이다. ‘꼬맹이’라고도 하고, ‘당꼬마’라고도 한다. 말하.. 2023. 9. 14.
'동아리'의 어원 '동아리'의 어원 조조(曹操)가 죽고 나서 그의 맏아들 비(丕)가 위왕(魏王)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동생들이 역심(逆心)을 품은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아우 식(植)은 문장에 뛰어났었는데, 그를 잡아들인다. “일곱 걸음을 옮길 동안 네가 시를 지을 수 있다면 살려주마.” 이것이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라는 것인데 다음과 같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煮豆燃豆萁(자두연두기)]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비(丕)와 식(植)은 한동아리였다. 한동아리끼리 어째 이러냐고 콩과 콩깍지를 비유한 것이다. 상추나 갓이 자랄 대로 자란 다음에는 동이 선다. 무 .. 2023. 9. 8.
‘근사하다’의 어원 ‘근사하다’의 어원 쌍둥이, 일란성쌍둥이의 얼굴은 비슷하다. 정말로 근사(近似)한 것이 쌍둥이의 얼굴이다. 요즈음 브라운관에 무슨 쌍둥이 자매의 듀엣이 나오던데, 일란성인지 아주 얼굴이 근사했다. 비슷하다고 행각하다 보니까 그것이 또 그럴듯하다 싶어지기도 했다. 동양의 그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가짜가 저 유명한 동진의 화가 고개지의 이라는 것이다. 어엿이 문헌에까지 올라 있는 터이지만, 그 사람의 진짜 작품으로는 믿고 있지 않는 것이 학계의 견해인 모양이다. 여자에 대한 훈계를 그림으로 풀이한 것인데, 지금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진열되어 명물이 되고 있다. 오늘날의 그 관계 학자들은 고개지가 그린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수 나라나 당 나라 때 이르러 고개지의 원본을 모사한 그림이라는 말을 정설로 내세우고 있.. 2023. 9. 7.
'숨바꼭질'의 어원 '숨바꼭질'의 어원 숨바꼭질 안 해 보고 자란 사람은 없으리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하면서 숨고 찾고 하던 놀이. 지금은 그 이름도, 그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동갑장이 소녀와 보릿대 속에 어쩌다가 함께 숨게 되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껴안았던 그런 사랑의 눈뜨임 시절이 숨바꼭질이라는 놀이 때문에 있을 수도 있는 일이어서 미소로운 추억거리가 안 되는 바도 아니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노라면, 거기에는 그 어린이의 어떤 됨됨이 같은 것도 찾아낼 수 있다. 좀 약은 아이는 술래가 되엇을 때 두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서 벽 쪽으로만 몸을 돌리고 있는 체하면서도 슬금슬금 숨는 곳을 훔쳐보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고 고지식하기만 한 아이는, 술래가 지켜야 할 룰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 2023.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