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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사모님’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10. 13.

 

‘사모님’의 어원

 

 

“사모님이란 말은 선생님의 어머니란 말 아닙니까?”

 한자 뜻으로 짚어 해석해 보자면, ‘스승 사(師)’자에 ‘어미 모(母)’자여서 스승의 어머니다 싶어지기도 한다. 하여간에 해방이 되면서부터 많이 불리기 시작한 ‘사모님’이었다. 그래서 날이 지나감에 따라 사모님 인플레 시대를 맞게 되었다. 선생의 부인에게 붙은 ‘사모님’이 친구의 부인에게도 붙여진다 싶었더니, 나중에는 검둥이 아저씨와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에게까지 ‘유엔 사모님’이라고 하게 됨에 이르렀다.

 비록 속어이긴 했어도 진짜 사모님의 처지가 좀 궁색해졌다곤 해도, 그러면 다방의 레지가 주인 마담더러 ‘어머니’라고 보통 부르고 있다고 해서 진짜 어머니의 값어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니,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차라리 생각하는 쪽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튼 ‘사모님’은 이른바 국어학자의 ‘경모님’이라는 말 때문에 마지막으로 고비를 겪었었다. 부사단장(副師團長)이 ‘부각하’로 불림과 함께 그 부사단장의 부인이 ‘부사모님’이라 불리는 예가 사병들 사이에 왕왕 있었다는 것이어서 얘깃거리가 된 일이 있었던 때문의 이야기이다. ‘부사모님’이면, 아무리 좋게 생각해 보아도 둘째사모님 같은 인상이어서 하는 말이다. 말이란 것이 쓰다 보면, 엉뚱하게 번지는 일이 있긴 하다. 그렇대서 그 본디 뜻이 망각된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옛날의 생각에 이른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것이 있었다. 임금과 스승과 아비는 그만큼 중요한 존재였다. 요즘 비록 일각이긴 하지만, 무너진 사도(師道)하며 제자도(弟子道)를 생각할 때 이것 다시 씹어봄직한 말이다. 그래서 스승을 높여 일컬을 때는 ‘사군(師君)’이라는 말을 쓰고, 또 ‘사부(師父)’라는 말도 썼던 것이다. 임금과도 같고, 아버지와도 같다는 스승이었다. 스승을 ‘아버지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 부인도 ‘어머니’로 생각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스승의 부인을 ‘사모(師母)’라 하는 까닭이 여기 있었다.

 청(淸) 나라의 양장거(梁章鉅)란 이가 찬(撰)한 책에 <칭위록(稱謂錄)> 32권이 있어 황실ㆍ제왕(諸王)ㆍ관계(官界)ㆍ상공업계 등의 칭위(稱謂)에 대해 출전(出典)을 밝혀 적어놓고 있다. 거기에 '師之妻師母(스승의 아내가 사모다)'라는 대목이 있다. 사모님이 여러 갈래로 쓰이고 있다 해도, 그래서 그 쓰임이 더러 본디의 뜻에서 멀어져 있다고 했고 출전도 어엿한 좋은 말이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