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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수필61

‘엄마’의 어원 ‘엄마’의 어원  어린애를 낳으면 처음엔 응아응아 울기만 하다가, 몇 달이 되면 옹앙거리는 소리를 내게 된다. ‘엄엄’이라 들리기도 하고, ‘옴옴’이라 들리기도 하고, ‘암암’이라 들리기도 하는 그 소리다. 이것이 예스페르센(Jens Otto Harry Jespersen: 1860∼1943)이 일렀던 바 인간의 공통적인 첫 발음이 되는 모양이다. 사실 ‘ㅁ’ 소리는, 그래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다. 그것은 어머니 또는 먹을 것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거의 세계적으로 공통된 어린이의 말로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를테면, 영어에서의 ‘mamma'는 어머니를 이르는 어린이의 말인데, 그것은 또 동시에 유방의 의미까지를 곁들이고 있는 것에서 살필 때, 우리말에서도 ’맘' 하는 말이 어린애의 먹.. 2023. 5. 11.
'머슴애'의 어원 '머슴애'의 어원 사전들이 ‘머슴애’에 대해 ‘머슴살이하는 아이’에다 뜻을 한정시켜 놓고 있는 사실에 나는 반대한다. 과히 야하지도 않고 ‘사나이’나 ‘사내’라는 말로써 가름할 수 없는, 조금쯤 더 전통적인 냄새가 풍기며, 그 위에 어리광스럽고, 풀내음ㆍ바다내음이 어려 있는 향토색 짙은 말인 것을, 굳이 버리기로 든 생각에 반대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요새같이 ‘우먼 리브’가 어쩌고 하는 세상에서는 설사 ‘어른 머슴애’들이 그렇게 하자고 해 놓았다 하더라도 ‘어른 가시내’ 쪽에서 들고일어나 표준말에 올려놓을 만한 말이기조차 한 것이다. 낮춤말(卑語)의 인상이, ‘머슴애’나 ‘가시내’에 없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부터 쓰지 말자고만 해 버려야 하겠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머슴아, 자.. 2023. 5. 8.
'마담'의 어원 '마담'의 어원 19세기 프랑스 사교계의 마담들이 오늘날 동양의 개발도상국 '코레'라는 나라에서 쓰는 '마담'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기절초풍하고 말 일이다. 요란한 매무새로 무도회에 나가면, 세상의 쾌한(快漢)·고관·명사들이 은근히 손을 뻗어 한번 추기를 권하는 대상인 귀부인 '마담'이었을 때 말이다. “마담, 이거 왜 이래? 도대체 이 집구석에선 술을 파는 거야, 마는 거야?” 20세기 후반기 코레의 술집 마담 신세는 어쩌다가 술꾼의 반말을 들어야 하고, 웃음을 팔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거슴츠레 뜬 눈길은 욕정에 불타 있다. 그 손이 치마를 쓰다듬는다. 속에서야 먹은 것이 그대로 되올라오는 감정이지만, 그렇대서 불쾌하게 뿌리칠 수만도 없다. 만약 그랬다간 큰일이다. “이봐.. 2023. 5. 4.
'얌체'의 어원 '얌체'의 어원 ‘안절부절못하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못하다’까지가 들어가야만 ‘마음이 불안하고 초조하여 일어섰다 앉았다 해 가면서 어쩔 줄 몰라하다.’라는 뜻이 된다. 그런데 이거 너무 길다 싶어서였던지 아니면 잘못 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던지 ‘못하다’는 빼버리고 쓰고 있는 현실을 본다. 그리고 나아가서는 ‘안절부절‘ 그것만을 가지고 어찌씨(부사)로 그냥 쓰고 있기도 하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며 게시판을 쳐다보고 있는 아버지는 자기 아들의 번호가 가까워올수록 ‘안절부절못하는’ 것인데, 보통은 ‘안절부절하는 아버지’로 말하고 쓰고 있으니, 이 경우는 역(逆)의 논리로 따지자면 태연한 아버지를 이름이라는 말인가. ‘얌체’라는 말이, 따져보자니 뭔가 긴 설명을 줄여버리고 의미 내용을 거꾸로 담고 있다 .. 2023. 5. 2.
'우리'의 어원 '우리'의 어원 우리말에서 ‘우리’라는 말 한번 재미가 있다. 이건 홑셈(單數)으로도 쓰이고 겹셈(複數)으로도 쓰이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또 겹셈으로 쓰일 때라 하더라도 여럿의 뜻을 갖는 ‘들’이라는 발가지(접미어)까지 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며’나 ‘우리들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으며’ 따위는 분명히 겹셈 구실을 하는 것인데, ‘자네, 섰다 할 줄 아나?’ 하는 물음에 대해, ‘우린 그런 거 할 줄 모른다'로 되면, 이건 홑셈이다. 즉 '나'라는 뜻으로 '우리'가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아버진 아주 인자하시지’ 할 때의 ‘우리’는 ‘나’라는 뜻과 그 겹셈으로서의 ‘우리’ 하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나의 아버지’라는 뜻과 ‘내 형제 모두의 아버지’라는 뜻까지를 곁들이.. 2023. 4. 18.
'아저씨'의 어원 '아저씨'의 어원 생판 모르는 사람을 대해면서도 '아저씨' 하고 부르게 돼 버린 세상이다. 이거, 진짜 아저씨의 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다방의 '레지'들이 '주인마담' 보고 '어머니'라 한 대서 어니니 값이 어디 떨어진다던가? 그는 그렇다 하라도 처제가 그 형부 보고도 아저씨, 처형이 그 제랑(弟郞)보고도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그래도 괜찮지만, 생판 낯선 사람이 부르는 ‘아저씨’가 어느 경우고 모두 그렇게 듣기 좋은 것만도 아니다. “아저씨, 구두 닦으세요.” “아저씨, 이 짐 지고 갑시다.” 하여간 사내 일반에 대한 대이름씨 구실을 맡고 나선 ‘아저씨’다. 뭐네뭐네 해도 ‘진짜 아저씨’의 처지가 좀 처져버린다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대학.. 2023. 4. 13.
'대머리'의 어원 '대머리'의 어원 ‘여덟 시 통근길에 ☞대머리총각’이란 유행가가 있다. 하여간 이 노래가 불리면서부터 이른바 대머리총각들의 열등감 같은 것이 조금쯤 가셔졌지 않았나 싶어지기도 한다. 처녀가 ‘오늘도 만나지려나 기다려진다’고 애절하게 노래 불러 주었으니 말이다. 대머리 까진 사람은 정력이 여느 사람보다 높다는 말도 있다. 대개는 턱수염이라든지 그 밖의 곳에는 털이 많은 사람이 대머리이기도 한 것인데, 남이야 울렁거린다는 건 장가갔나 근심된다 건 간에, 젊은 나이에 훌러덩 벗어진 이마가 그렇게 달가울 것은 없는 일이다. 필자도 20대의 후반기부터 슬슬 벗겨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별명 ‘대 선생’, 하여간 불혹을 넘어선 이 나이에도 그렇게 기분 좋을 건 없는 처지다. 말을 놓는 친구들은 숫제 이름 대신 ‘대머리.. 2023. 4. 11.
'쪼다'의 어원 '쪼다'의 어원  대학생들 사이에서 일본어 공부열이 상당히 높다는 말을 들었다. 좋은 일이다. 현실은 엄연히 현실 그것이며, 그 현실은 현실 그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하겠기 때문이다. 현실적 사실을 배타성만으로 굳이 외면하려는 태도는 옳다고 할 수가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어디까지나 내 바탕 위에 받아들인다는 이쪽의 근본적 자세 그것뿐이다. 요 몇 해 사리 유행하는 말 가운데  시작이 일본말이다 싶은 것들이 있다. 몇 해 전부터는 ‘쪼다’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주로 학생사회에서 쓰이다가 성인사회로까지 번진 ‘쪼다’라는 말은, 대체로 좋은 뜻으로 쓰이는 것은 아니어서 국면(局面)이 작은 사람을 이르거나 욕심꾸러기, 나아가서는 모든 면에서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본다. 더.. 2023. 4. 5.
'아름답다'의 어원 '아름답다'의 어원 (1)  한자 ‘美’는 ‘羊’과 ‘大’가 합친 글자이다. 중국 사람은 양고기는 맛이 있어서 많이 먹는다고 하는 데서 羊과 大가 합친 자인데, 양고기는 맛나다고 해서 ‘미(美)’의 뜻을 지닌 말이라 하겠다. 우리말 ‘아름답다’의 어원은 무엇일까. 학생답다. 여자답다, 소녀답다와 같이 ‘답다’는 명사 뒤에 붙은 접미사로 명사를 형용사로 전성시키는 구실을 하고 있다. 따라서 아름답다의 ‘아름’은 명사가 된다고 하겠다. 이 ‘아름’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알다(知)’라고 하는 동사의 어간 ‘알’에 ‘음’ 접미사가 붙어서 된 명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견해는 우리 민족의 미 의식은 알다(知)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동사의 어간에 ‘음’ 접미사가 붙어서 된.. 2023. 4. 3.
'십팔번'의 어원 '십팔번'의 어원  예문) 술을 마시면 만기 형은 그 노래를 으레 십팔번으로 불렀다. '십팔번’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가진 레퍼토리 중의 으뜸을 가리키면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은 일본말인 ‘쥬우하치방(十八番)’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면, 도도해진 기분이 깨질 만큼 야릇한 마음이 안 들는지. 일본의 에도(江戶) 전기의 ‘가부키(歌舞伎)’ 배우에 이치가와 단쥬로오(市川團十郞) 1세(1660∼1704)라는 사람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 원한 품은 한 자객(刺客)의 칼에 맞아죽은, 하여간 그 당시의 대표적 배우였다. 이치가와 9세까지 내려오는 동안 그 집안에 전래하여 열여덟 가지의 내로라 하는 교오겐(狂言: 서민의 일상생활에서 제재를 딴 얘기로서의 희극)을 일러 ‘쥬우하치방’이라 했다. (2세에.. 2023. 3. 22.
‘어르신’과 ‘어른’의 어원 ‘어르신’과 ‘어른’의 어원 텔레비전을 보면 ‘6시 내 고향’ 등 여러 프로에서 농,어촌마을 소개를 하는데 리포터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르신 안녕하세요!” 대화 장면을 보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할머니에게 칭한 '어르신'이라는 표현이 뭔가 어울리지 않은 느낌 때문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다. ● 어르신(어르신네) : 명사. 남의 아버지를 높여 이르는 말. 어른보다 높여 이르는 느낌을 준다. 그런데 대중매체에서는 왜 여자에게도 ‘어르신’이라는 표현을 쓸까? 한글학회(02-738-2238)에 직접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았다. 답변은 이러했다. "남자에게 쓰는 말이 분명히 맞다. 남녀평등의 시류에 따라 의미가 확충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구체적인 부분은 '국립국어원'에 문의하는 .. 2022. 9. 12.
'불가사리'의 어원 '불가사리 '의 어원  불가사리는 백제의 전설에 등장하는 쇠를 먹는 귀신이다. '설철(齧鐵)'이라고도 했는데, 생긴 모양은 곰 같고, 코는 코끼리의 그것이며, 눈은 무소(코뿔소)의 그것과 같고, 소의 꼬리에 범의 다리를 했다. 이 상상의 동물은 능히 쇠를 먹으며 사기(邪氣)를 내쫓는다고 믿어지면서 ‘불가살(不可殺)’이라고 음을 따서 표기하기도 했다. ‘결코 죽일 수 없는’ 그런 동물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 킹콩을 비롯해서 일련의 고대동물 혹은 상상의 동물이 주제로 된 공포영화가 들어오던 때가 있었다. 그 보기만 해도 소름이 오싹오싹 끼치게 하는 몰골을 가지고 힘은 무한정이요, 입에서는 불을 내뿜고 하는 것이 어쩌면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가셔주는 구실을 했던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그 영화의 광고를 본.. 2014. 8.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