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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숨바꼭질'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8. 31.

 

'숨바꼭질'의 어원

 

 

숨바꼭질 안 해 보고 자란 사람은 없으리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하면서 숨고 찾고 하던 놀이. 지금은 그 이름도, 그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동갑장이 소녀와 보릿대 속에 어쩌다가 함께 숨게 되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껴안았던 그런 사랑의 눈뜨임 시절이 숨바꼭질이라는 놀이 때문에 있을 수도 있는 일이어서 미소로운 추억거리가 안 되는 바도 아니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노라면, 거기에는 그 어린이의 어떤 됨됨이 같은 것도 찾아낼 수 있다. 좀 약은 아이는 술래가 되엇을 때 두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서 벽 쪽으로만 몸을 돌리고 있는 체하면서도 슬금슬금 숨는 곳을 훔쳐보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고 고지식하기만 한 아이는, 술래가 지켜야 할 룰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아마 그 성격대로라면 전자는 자라서도 요령꾼이이ㅛ, 후자는 곧이곧대로 세상을 살아나가는 축으로 된다고 할 것이다.

 ‘숨바꼭질’은 표준말이지만, 지방에 따라서는 ‘숨바꿈질’이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소꿉놀이’를 ‘바꿈살이’라고 하는데, 거기에서 따져 ‘숨바꼭질’은 ‘숨는 놀이하는 바꿈살이’라는 뜻으로 풀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숨바꼭질’은 ‘순바꿈질’에서 바뀐 말이라 봄이 옳을 것 같다. 즉 순(巡)을 바꾸어 나가는 놀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이 놀이는 달리 또 ‘술래잡기’라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술래’라는 숨은 아이를 찾아내는 역을 맡은 아이가 있는 것에서 살펴 ‘술래’와도 관계가 있다. 순(巡)을 바꾸어 나간다는 ‘순’과 ‘술래’와도 관계가 있다. 술래는 ‘순라(巡邏)’에서 왔기 때문이다. '순라'가 글자로는 ‘순라’지만, 말하고 읽기로는 ‘술라’로 되는 것이고, 그 ‘술라’가 다시 ‘술래’까지 되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난날의 순라꾼과 관계되게 되는 숨바꼭질이며 술래잡기이다. ‘순라잡기’가 ‘술라잡기 ― 술래잡기’로 된 것이며, 역시 ‘순바꿈하는 질’이 ‘숨바꿈질 ― 숨바꼭질’로 되어 간 것이다. (‘질’이란 접미사는 이름씨 아래 붙어서 ‘노릇’이나 ‘짓’이라는 뜻을 가지니 ‘손질ㆍ발질ㆍ서방질’ 같은 그 ‘질’이다.)

 봄ㆍ여름에는 오후 여덟 시, 가을ㆍ겨울에는 오후 일곱 시에 종로의 보신각에서 종을 치게 되고, 그를 신호 삼아 사대문을 닫으면서 통행금지가 시작되던 조선 왕조 시회였다. 이는 오전 O시 직후에 다시 종을 쳐서 통금을 해제했던 것인데, 밤 종소리가 나면서부터 치안을 맡은 좌우포청(左右捕廳)의 엄중한 경계는 시작되었다. 포교와 나졸들이 장안 428 방(坊)을 샅샅이 순회했는데, 이 순회를 ‘순라’라 하고 이 순라하는 사람들을 ‘순라꾼‘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술래잡기나 숨바꼭질은 이러한 순라꾼이 도둑 잡는 일에 빗대어진 것으로서 ‘순라’가 ‘술라 ― 술래’로 된 내력을 알 만하게 된다.

 요즈음 어린이들은 그저 교과서에 나오는 데서나 술래잡기라는 놀이를 알고 있을 뿐 실제로는 별로 그 놀이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그 보다도 더 재미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는 데서 일까. 우리나라 전역에 걸친 어린이의 놀이였다는 점에서 생각하여, 요즈음 어린이들에게서 멀어져 가는 현상을 보는 것은 역시 얼마간은 서글픈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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