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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꼬마'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9. 14.

 

'꼬마'의 어원

 

 

 “큰일 났어. 우리 집 꼬마가 열이 40도나 오르잖아?”

 “어이구, 요새 유행인가 봐. 우리 꼬마도 그걸 치렀지 뭐야.”

 여학교 동창끼리 앉아서 하는 말이다. ‘우리 집 꼬마’란 ‘우리 집 어린애’라는 말이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보아라.”

하면서 줄넘기를 하는데, 어린이를 스스로가 자기들을 일러 꼬마라고도 한다. 어린이를 ‘꼬마’라고 하기는 역시 해방 후부터의 일이 아닌가 싶다. 그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일제시대에 나온 문세영(文世榮)의 <조선어사전>에는 나와 있지도 않거니와 일제시대부터 준비되어 1947년에 나온 한글학회의 <큰사전>에도 ‘어린이’의 뜻으로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꼬마동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키가 작은 사람’이다. ‘꼬맹이’라고도 하고, ‘당꼬마’라고도 한다. 말하자면, ‘난쟁이’다. 어린이는 키가 작대서 꼬마라고 이르기 시작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꼬마라는 말의 본디를 캐자니, 우리 집 꼬마에겐 ‘꼬마’라 말하기가 썩 난처하다 싶어 진다.

 하여간 해방 후에는 이 ‘꼬마’라는 말이 마치 머리가지(접두어)처럼 쓰이기 시작하여, ‘꼬마기관차’ㆍ‘꼬마자동차’ㆍ‘꼬마운동장’, 저쪽 말의 '미니'에 가름되어 쓰이는가 했더니, 나중에는 영화 제명에까지 등장, '꼬마 신랑'에 '꼬마 사장' 같은 것도 나오고 있었다.

 동식물 이름에도 ‘꼬마’가 붙는 게 많은데, 이를테면 ‘꼬마잠자리’라는 것은 잠자리 가운데서 가장 작은 것이기는 해도 모든 동식물 이름에서 ‘꼬마’가 붙으면 ‘작은 동식물’을 뜻함이 아닌 것 같은 인상은, ‘꼬마피안다미조개’가 반드시 조개 중에서 가장 작은 것이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와서는 ‘키 작은 사람’을 일러서는 ‘꼬마’라고 함을 거의 듣지도 보지도 못했거나와 그렇더라도 본디 ‘꼬마’하는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혹자는 일본말에서 온 것이라고 말한다. 저들이 ‘팽이’를 일러 ‘ゴマ(고마)’라고 하는데, 그것이 땅에 딱 붙어 땅딸막하게 키가 작은 데서 비롯한 것이 아니냐고. 그 ‘고마’를 세게 된소리(硬音)로 발음하여 ‘꼬마’라 하게 되었을 것이라고 제법 그럴싸한 어원론(語源論)을 편다. 우리의 말은 어떤 말밑(어원)을 캘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러니 자연 자기류 해석이 나올 법도 한 일이다.

 ‘고마’ 얘기가 났으니 참고로 덧붙이자면, 중세어에서의 우리말 ‘고마’는 첩(妾)을 이름이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키 작은 사람’이 아닌 ‘어린이’란 뜻으로서의 ‘꼬마’는 그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라는 듯에서는 그 우리 중세어 ’ 고마 ‘쪽과 아귀가 맞다고나 할 것인지.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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