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원수필61

‘숙주나물’의 어원 ‘숙주나물’의 어원 곤쟁이젓이라는 것이 있다. 곤쟁이는 갑각류의 열각류에 속하는 새우의 일종이다. 한자로는 노하(滷蝦) 또는 자하(紫蝦)라고도 하는데, 서해안 쪽에서 잡히는 이 새우를 젓 담근 것을 두고, 그쪽 사람들은 ‘자회젓’이라고도 한다. ‘자회젓’이라 함은 ‘자하젓’의 와음(訛音)이다 싶거나와, 보랏빛이 도는 이 자그만 새우는 연한 게 특징이어서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아난다. 그리고 그 맛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달콤하다. 이걸 일러 ‘곤쟁이젓’이라 함은, 조선 왕조 중종 때 남곤(南袞: 1471∼1527)의 ‘곤’과 또한 심정(沈貞: 1471∼1531)의 ‘정’을 합친 ‘곤정’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설이 있어 왔다. 남곤이나 심정은, 다 함께 저 이상정치를 꾀하다가 좌절된 조광조(趙光祖: 14.. 2023. 8. 24.
'서방님'의 어원 '서방님'의 어원 ‘서방님’ 하면 간데없이 속의 이도령 생각이 날 정도로 지금에 와서는 ‘남편’이라는 개념과는 멀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신 그 말에서 풍겨 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측면뿐이다. 백두(白頭)로 벼슬 없는 사람에게는 ‘서방’이라는 호칭이 붙어 다녔던 지나간 전통사회의 언어였다. 장가든 김 씨에게 벼슬이 없을 경우 ‘김서방’이라 불렀던 것이고, 미천한 사람을 지체 있는 사람들이 달리 부를 수 없을 때 부르기도 한 ‘서방’이며, 거기에 ‘님’ 자를 붙여서는 이를테면 결혼한 시동생을 부르면서 쓰이던 것인데, 요즘 남아있는 '서방'이라는 말은 '서방질'에 '샛서방'ㆍ'기둥서방' 같이 속된 말에나 그 흔적을 담고 있다 싶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게 그예 서방을 꿰차고 달아나고 말았단 말이야... 2023. 8. 23.
'안성맞춤'의 어원 '안성맞춤'의 어원 기성복 집에 가서 감도 괜찮고 색조도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봤더니 딱 들어맞았다. 일부러 치수를 잰 것같이 찰싹 붙는 것을 본 점원이, “거, 안성맞춤입니다.” 하며 너스레를 떤다. K시를 갈 일이 있어 혼자 가기도 뭣하고 하던 판에 마침 찾아온 P가 자기도 K시에 갈 일이 있다고 하며 동행을 청한다. “안성맞춤으로 됐군. 함께 가면 심심치 않게 됐구먼.” 경기도 안성(安城) 고을은 옛날부터 유기(鍮器)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삿갓이나 종이로 안 알려진 바는 아니로되, 유독 유기로 알려져 왔고, 그것을 맞춤으로 할 때는 참으로 일품이어서 거기에서 생겨난 ‘안성맞춤’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말이 그러하듯 ‘안성맞춤’이라는 말에다가 안성이라는 고을 이름을 갖다 붙인 말이라 함이 .. 2023. 8. 18.
‘화장실’의 어원 ‘화장실’의 어원 아마 20여 년 전쯤이란다면 ‘화장실’이라 쓰인 곳으로 변의(便意)를 배설하러 가다가 깜짝 놀랄 수도 있었을 일이다. ‘火葬室’ 쯤으로 생각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아니, 그만큼 ‘화장실’이라는 말은 보급이 안 되어 있었다. 서양 물결 따라 서서히 들어온 ‘화장실’이었다. 고층건물의 화장실들은 대체로 그래도 합격권에 드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요즘의 우리 실정이다. 더운 여름날이면 그곳에 설치된 세면장에서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으면서도 냄새 같은 것은 도무지 없는 것이니, 가위 ‘화장실’ 그 이름에 손상은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름은 ‘화장실’이건만, 머리 위에서 ‘팬’(다방 레지들은 이걸 일러 ‘후앙’이라 한다)이 냄새를 날리느라고 윙윙거리며 돌고 있는 것.. 2023. 8. 10.
‘얼’의 어원 ‘얼’의 어원   겨레의 얼, 나라의 얼 등에 보이는 ‘얼’이 ‘정신’ 또는 ‘혼’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서는 ‘얼’이 ‘정신ㆍ혼’으로 쓰인 예가 없다. 정신이나 혼의 뜻으로 쓰인 말은 ‘넋’이 있을 뿐이다. 얼이 혼이나 정신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舊韓末)에 보이기 시작한다. 정인보(鄭寅普) 선생이 쓰신 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처음 쓰이지 않았나 한다. ‘얼’이 옛말에서는 명사로 쓰인 예가 없다. ‘얼’은 옛말에서 ‘어리다’ 즉 ‘어리석다ㆍ홀리다’의 뜻을 지니는 어간인 것이다. 옛말에서 ‘얼빠지다’는 갈피를 못 잡다의 뜻이지 얼, 즉 정신이나 혼이 빠졌다(拔)의 뜻은 아닌 것이다. 얼간, 얼치기와 같이 얼은 어리석다의 뜻을 지니는 말이다. ‘얼’의 경우는 어느 한 사람이 잘못 알고 .. 2023. 8. 4.
'딴따라'의 어원 '딴따라'의 어원 ‘딴따라’ 또는 ‘딴따라패’ 같은 말이 사전에는 올라있는 것 같지 않다. 가령, '대중음악인을 낮추어 일컫는 말' 같은 풀이를 달고서 사전의 한 줄을 차지할 만한 것 같은데 없다. 없는 건 없는 거고, 벌써 '딴따라' 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가 대중음악 쪽이다. 그런데 요즈음에 이르러서는 ‘딴따라패’ 하면 남의 깃대잡이노릇하는 사람까지 일컫게 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남의 행렬 앞장서서 빼빼거리면서 불고 치고 하는 축이라는 데서 인지도 모른다. “자네 아직도 딴따라팬가?” 악단에서 아직 나팔 부느냐는 물음은 이와 같은 말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보통 아는 말에는 ‘풍각장이’라는 것이 있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시골에 서커스단이 들어와 예고하느라고 시내를 누비며 치고 불고 다닐 때 갓을 .. 2023. 7. 28.
'아내'의 어원 '아내'의 어원 남편의 짝으로서의 여자. 여자는 일생을 살아나가면서 딸·아내·며느리·어머니·시어머니·할머니 등 여러 가지의 지위를 경험하게 된다. 거기에는 독특한 권리와 의무가 따르고, 각기 상응하는 행위규범이 요구된다. 그중에서도 아내라는 신분은 남편과 함께 한 쌍의 부부의 한 짝을 의미하고 있기 때문에 부부관계라는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부계제이고 남자중심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기 때문에 아내는 항시 남편에 딸린 제이차적인 사람이거나, 심지어는 예속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간주되었다. 그러기에 남편과 아내 사이의 관계는 대등한 인간관계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남편은 한 가정의 ‘주인’으로, 그리고 아내는 그를 내조해 주는 ‘안사람’ 또는 ‘집사람’으로 양자가 상호보.. 2023. 7. 21.
'사랑'의 어원 '사랑'의 어원 이 세상에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자라서 분규가 일고 있다는 말들을 한다. 박애정신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사랑이라면 모르겠는데, 남녀의 사랑에 이르면 그것이 숭고하기에 그렇다는 것인가, 시끄러운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왕관을 버린 일이 있었는가 하면, 사랑했기 때문에 죽였다는 논리도 있고, 사랑했기 때문에 죽었더라는 논리도 있다. 우리의 할아버지 한분은, 사랑이 어떻더냐고 자문해 놓고 나서, 길더냐 짧더냐, 모나더냐, 둥글더냐고 회의해 보다가, 하 그리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모르겠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을 본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면 하는 말이 있고, 장희빈에 양귀비가 들먹여지는 것을 생각할 때, 인류의 역사는 사랑 그것의 지엽적인.. 2023. 6. 7.
'사나이'의 어원 '사나이'의 어원 사나이는 계집의 반대말이다. “사내자식이 돼 가지고 그게 무슨 짓인가.” “사나이답게 행동해라.” “사내가 한 번 말을 했으면 그대로 할 일이지.” 사나이는, 계집의 대어(對語)로서뿐만 아니라, 씩씩하고, 불의를 모르는 용기의 상징처럼 되어온 말이기도 하다. 그 사나이가 요즘 사회로 봐서는 어째 계집에게 슬슬 꿀린다 싶어지는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계집의 눈물에 무릎을 꿇는 것은 사나이의 예로부터의 사나이다운 측면이 아니었던 것도 아니지만, 요새 이르러서는 계집의 힘 앞에 무릎을 꿇는 사나이도 적다고는 할 수 없게 되어 버린 듯싶다. 애도 낳지 말자고 우겨대는, 이른바 ‘여성상위시대’의 ‘겉멋 여권론’은 잘못 받아들인 민주주의의 때문이라고 개탄하는 이를 보기도 했지만, 아무튼 이리 .. 2023. 6. 1.
‘하늘ㆍ하나님’의 어원 ‘하늘ㆍ하나님’의 어원 ‘하느님’과 ‘하나님’은 다른 것 같은 유리 표기 태도이다, ‘하느님’은 일반적으로 쓰이는, 하늘에 계신 유일신이시며, ‘하나님’은 특별히 예수교에서만 쓰이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천도교에서는 ‘한울님’이요, 대종교에서는 ‘한얼님’이라 하기도 한다. 이 모두가 ‘하늘에 계신 분’이다. 비록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는 삼라만상을 주재하시며, 길흉화복을 관장하신다. 그는 전지전능하시다. 그는 땅 위를 항상 굽어보고 계시다. “이놈! 하늘이 무섭지 아니하냐?" 사람으로서 차마 못할 짓을 하는 이에게는 이와 같이 매도한다. 에 나온 송강 일당은, ‘하늘을 가름하여 도를 편다(替天行道)’는 기치를 들고 나섰다. 하늘에 계신 하느님은, 항상 바르고 옳은 존재였기 때문의 .. 2023. 5. 25.
'아빠'의 어원 '아빠'의 어원 ‘아빠’는 어린애가 그 아버지를 이르는 말이면서 요즈음은 아내가 그 남편을 이르는 말로도 되어 버렸다. 물론 아내가 남편을 이르면서는 그 위에 ‘○○’라는 아이 이름이 생략된 형태라고는 해도 그런대로 자연스러운 호칭의 인상을 주고는 있다. 특히 젊은 층의 부부 사이에서는 아주 일반화해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ㅁ’이나 ‘ㅂ’이나 다 입술을 끼고 소리가 난다. 어린애가 차츰 자라나면서 소리내는 것을 보면, ‘ㅁ’ 다음에는 ‘ㅂ’ 소리임을 알게 되는데, 이는 반드시 언어학자들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유심히 관찰할 때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입을 오므린 채 코를 원용하는 것이 좀 쉬운 ‘ㅁ’이요, 그것을 터칠(破裂) 때 내는 소리가 ‘ㅂ’이다, 그리고 그 ‘ㅂ’을 내기 위한 예비적인 입모습.. 2023. 5. 18.
‘엿보다’의 어원 ‘엿보다’의 어원 '피핑 톰(Peeping Tom)'이란 말이 있다.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엿보는 사람'인데, 특히 성적인 호기심에서 들여다보는 호색한(好色漢)을 이른다고 적혀있다. 그 말에는 유래가 있다. 영국의 코벤트리 시는 11세기께 레오프리크 백작의 영지였다. 그는 좀 표독스러운 사람이었던 모양으로, 세금을 아주 되게 매겨서는 매구 재산을 긁어모았다. 그러나 마음 착한 그의 부인인 고다이버(Godiva)는 남편에게 세금을 줄이도록 요청했다. 냉혹한 백작은 이 말에 콧방귀만 뀌었지만, 한두 번이 아니고 몇 번이나 간청하므로 할 수 없이 그러자고 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몸뚱이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코벤트리 시가를 말을 타고 한 바퀴 돌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결국 ‘노!.. 2023.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