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리'의 어원

조조(曹操)가 죽고 나서 그의 맏아들 비(丕)가 위왕(魏王)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동생들이 역심(逆心)을 품은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아우 식(植)은 문장에 뛰어났었는데, 그를 잡아들인다.
“일곱 걸음을 옮길 동안 네가 시를 지을 수 있다면 살려주마.”
이것이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라는 것인데 다음과 같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煮豆燃豆萁(자두연두기)]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비(丕)와 식(植)은 한동아리였다. 한동아리끼리 어째 이러냐고 콩과 콩깍지를 비유한 것이다. 상추나 갓이 자랄 대로 자란 다음에는 동이 선다. 무 이파리에서도 동이 서서 무 장다리가 되고 이어 노란 꽃을 피워 벌나비를 끌어들인다. 그게 동이다, 결국 동아리이다.
남과 북의 우리 겨레 6천만은 한동아리이다. 목적이 같은 사람들이 한 패거리를 이루고 있음을 이르게 된 것은, 동아리를 훨씬 좁은 뜻으로 해석한 것이다. 본디는 한 뿌리에서 난, 말하자면 피가 엇섞인 끼리끼리였다. 한동에서 나온 것이, 비록 가지를 친다고 해서 다르다고 하겠는가. 뿌리는 역시 무요, 갓일 뿐이다. 거기서 출발이 된 것이다.
‘동’이라는 말이, 그 한 뿌리를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동이라는 말이, 그렇게 한데 묶인 존재라는 뜻의 우리말로 무장다리처럼 새끼 쳐서 꽃 피우고 있음을 본다.
▷동강나다 : 동이 깨어지다.
▷동개 : 활과 화살을 함께 넣을 수 있게 만든 기구.
▷동그라미 : 떨어짐이 없이 팽팽한 관계로 이어져 있는 것.
▷동나무 : 단으로 묶어놓은 잎나무
▷동떨어지다 : 함께 있지 않고 떨어지다.
▷동무 : 늘 함께 어울리는 친구
▷동이 : 어떤 물건을 담아서 한 운명으로 있게 하는 존재.
▷동이다 : 칭칭 한 운명으로 있게 하다.
▷동정 : 저고리를 한데 어울리게 하는 것. 엇의 매무새가 그것으로 집약된다.
‘동’은 다시 ‘덩’ㆍ등‘과도 같은 동아리를 이루었으니 ’덩어리‘는 흩어져 있지 않고 한데 뭉쳐 있는 상태이고, ’덩이‘ 또한 ’덩어리‘와 같은 뜻을 지니는 것이었다.
▷덩굴 : 한 부리에서 뻗어나간 줄기들이다. 그것은 다른 식물을 휘감아도 제 뿌리가 있는 것이다.
▷덩지 : 사람의 몸 부피. 한데 엉겨 있는 상태를 이른다.
▷둥우리 : 대같은 것으로, 한데 얼리게 할 목적으로 얽어놓은 것.
▷둥주리 : 짚으로 엮은 둥우리
▷둥치 : 나무의 밑동
▷둥그러미 : 동그라미의 큰말
살펴 보자니, ‘동아리’는 한 ‘밑동’을 지녀, 그것이 한 ‘덩어리’로 ‘덩굴’을 이루어 뻗어나가게 되어 있구나.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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