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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수필61

‘철쭉’의 어원 ‘철쭉’의 어원 겨우내 웅그리고 있던 산야(山野)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면, 이윽고 진달래가 연지 곤지 찍은 신부의 얼굴마냥 볼그스름한 경색(景色)을 드러내다가 마침내는 온 산을 불태워간다. 그 다음에야 산은 푸른 기운을 머금어가게 된다. 그리고 철쭉은 진달래가 이울 무렵부터 피기 시작한다. 진달래를 ‘참꽃’이라 하고, 철쭉을 ‘개꽃’이라고도 한다. ‘개’란 반드시 ‘犬’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참된 것이나 좋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의 머리가지(接頭語)로서, 개꿈ㆍ개소리ㆍ개떡 같은 ‘개’이기도 하니, 참꽃에 대한 반대 개념을 제시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참꽃-개꽃 하는 말에서는 그것을 식용할 수 있고 없고에서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꽃의 생김새로 보라서도 철쭉 쪽이 훨씬 더 .. 2023. 12. 14.
'빨강이ㆍ노랑이'의 어원 '빨강이ㆍ노랑이'의 어원  아무리 ‘빨강이’가 옳은 표기라 하더라도 ‘적색분자.. 2023. 12. 8.
‘꽃’의 어원 ‘꽃’의 어원 집의 공간이라는 것이 온통 시멘트로 범벅이 된 데서 사는 신세에, 단 한 평이라도 정원이라는 것이 있었으면 싶은 마음은 항상 간절하다. 남의 집에 가서 뜨락에 나무가 심어져 있고, 또 그것이 꽃을 피우는 나무일 때, 항상 부러운 마음이 인다. 봄날이면, 라일락의 향내가 집안에 번져, 생래의 늦잠꾸러기를 깨워 물뿌리개를 들게 해 줄 것이며, 아니더라도 늦가을의 국화는 삭막한 마음에 자꾸만 꿈을 부어줄 것 같은 생각에서다. 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꽃을 보면서 혼탁해진 마음을 씻어내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인가? 그러다 보니, 인간사회의 남정네는 , 여성을 꽃에 비유하게도 되어 버렸다. “거리에 핀 꽃이라 푸대접 마오.” 어쩌고 하는 유행가가 있었다. 비록 노방초(路傍草)에 엉긴.. 2023. 12. 7.
‘패랭이’의 어원 ‘패랭이’의 어원 石竹花 一名瞿麥 我國此花只是紅色 唐種則有五色 (석죽꽃은 달리는 구맥이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의 이 꽃은 붉기만 하나, 중국 것에는 오색이 있다.) 하는 정다산(丁茶山)의 설에서 미루어보면, 중국 패랭이는 다섯 가지 색이었음을 알겠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난장이패랭이꽃ㆍ각시패랭이꽃ㆍ술패랭이꽃 같은 10여 종이 6∼8월에 홍백의 색조를 띤 꽃을 피웠다. 그리고 전국의 산야에서 자라면서 피고 져 온 것이다. 요즈음 꽃집에서 재배하는 것은 우리나라ㆍ중국 종자로서의 패랭이가 아니고, 그 서양종인 ‘카네이션’인데, 그것이 비록 겹잎이지만, 홀잎인 우리쪽 것이 도리어 유현(幽玄)한 맛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꽃말은 ‘순결한 사랑’이다. 고려조의 문장가 이규보(李奎報: 1168∼1241)가 .. 2023. 12. 1.
‘쌀’의 어원 ‘쌀’의 어원 쌀은 반드시 벼 껍질을 벗겨놓은 그 하얀 알맹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쌀은 양식 모두를 이른다. 그래서 쌀은 그것이 도정을 한 곡식이면 어디에고 붙게 되는 이름이다. 입쌀ㆍ보리쌀ㆍ좁쌀ㆍ멥쌀ㆍ숩쌀(술쌀)ㆍ햅쌀…… 같이 곧 먹게 되어 있는 양식일반을 가리키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이 이 쌀 이름들에서 발견되었을 것이다. 모두 ‘∼ㅂ쌀’로 되어 ‘ㅂ’ 자가 끼어 들어가 있음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중세어를 뒤져보면, 지금의 ‘쌀’의 ‘ㅆ’이 ㅂ과 ㅅ의 합용병서로 되어 있음을 보게 될 것이다. 이를테면 를 떠들어볼 때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는데, ‘메(뫼) 벼’에서 나오는 쌀이 곧 ‘멥쌀(묍쌀)’, ‘찰벼’에서 나오는 쌀이 곧 ‘찹쌀’이었으니, ‘메지다’는 ‘메’에 쌀이 붙은 ‘메쌀’이요, ‘.. 2023. 11. 30.
'바둑'의 어원 '바둑'의 어원 바둑을 두어 보면, 그 사람됨을 대체로 짐작할 만해진다. 욕심 많게 두는 사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사람, 다 죽어 있는 돌에 대해 기어이 살려 보려고 미련을 두는 사람, 곧잘 포기해 버리는 사람, 이기고 지는 데 대범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공격형인 사람, 잔수에 밝은 사람, 그저 평화주의로 자기 영토만 확장해 가는 사람…… 거기에 두는 태도에 따라 인품이 그대로 그 판 위에 비치기도 한다. 오늘날의 바둑은 일본이 그 대종 이루어 단수(段數)로 보거나 기사의 수로 보거나, 실력으로 보거나 일본을 따를 곳이 없어서, 그쪽의 기사들은 생활의 안정도 얻고 있는 형편이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유럽 쪽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 361의 구멍 위에 펼쳐지는 지모와 계략의 싸움, .. 2023. 11. 24.
‘고뿔’의 어원 ‘고뿔’의 어원 ‘감기’라는 말은 알아도, 혹은 ‘인플루엔자(influenza)’라는 말은 알아도, 혹은 영어니 프랑스어의 ‘그립(grippe)이라는 말까지 안다 하더라도, 자칫 '고뿔'이란 말은 모를 수가 있다. 안 쓰기 때문이다. ‘고뿔도 남 안 준다.’는 속담은, 지독하게도 재물을 아끼는 경우를 두고 이름이며, ‘남의 염병이 내 고뿔만 못하다.’는 속담은 남의 큰 위험이나 걱정보다 내 작은 걱정이 더 잘박하게 느껴짐을 이름이며, ‘정승 될 아이는 고뿔도 안 한다.’는 속담은 크게 될 아이는 남다른 데가 있음을 뜻하는 것인데, 이때 쓰인 ‘고뿔’이란 말이 요샛말로는 감기이다. 고뿔도 아삼아삼한 판인데, ‘개×머리’, ‘개×부리’ 혹은 ‘개좆불’(위에서의 ×자는 ‘조’자 아래에 ㅈ자 한 글자임) 하는 .. 2023. 11. 23.
‘샐러리맨’의 어원 ‘샐러리맨’의 어원 ‘월급쟁이는 갈급(渴給)쟁이’라는 말로도 표현되고 있는 우리네 사회다. 분하면 돈을 벌거나 사장이 되면 될 거지 무슨 불평이냐는 말도, 이 월급쟁이 아닌 갈급쟁이들한테서 나온 말이다. 월급쟁이들의 봉급날은, 외상ㆍ빚쟁이들의 봉급날로 가름되어 간다. 월급쟁이들의 안주머니는 월급 정류장. 많고 적고 간에 슬쩍 스쳐가기만 한다. 다음날이면 다시 외상이요, 또 꾸어 쓰기다. “제기랄, 그게 서러우면 돈을 벌라니까 그래.” 3만 원짜리 월급쟁이가 5만 원짜리로 되어도, 한두 달만 지나고 보면, 다시 또 갈급쟁이 신세다. “아 글쎄, 그게 서러우면 사장이 되면 될 거 아냐?” 그 월급쟁이를 일러 우리네는 ‘샐러리맨’이라 해 왔다. 영어에서 온 말로 생각하고 있다. 샐러리맨은, 그러나 영어로라면 .. 2023. 11. 17.
‘가시버시’의 어원 ‘가시버시’의 어원 요즘이야 청춘남녀가 종로 네거리를 팔짱 끼고 담소하며 걷는 것쯤 대단찮은 일이다. 대단찮은 정도가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는 청춘남녀 쪽이 오히려 이상하게 되었다. 복 받은 세대다. 다정히 걷는 아베크, 그것은 도시의 공원 같은 데서 차라리 더욱더 현대를 아름답게 수놓아주는 그림이 아닐까도 싶다. 하지만, 3, 40년 전만 해도 그렇지 못했다. 이를테면 출가한 딸이 근친(覲親)을 갈 때 사랑하는 낭군과 60리, 70리, 때로는 백릿길도 걸어가야 했는데도 결코 나란히 가기가 어려웠다. 특히 동네에 접어들면 더욱 그러했다. 대둣병 친정아버지가 좋아하는 술을 담고 걷는 아낙은 엇비스듬히 낭군의 뒤쪽을 따라가야 했다. 그래도 동네 지경에 들어서면 꼬마들이 이 한 쌍의 부부를 발견하고 소리치는.. 2023. 11. 10.
'사바사바'의 어원 '사바사바'의 어원  해방이 되고 나서 얼마 있다가 ‘사바사바’란 말이 생겨났다. 어감부터가 우리말 같지 않게 간지럽다 싶은 이 말은, ‘떳떳하지 못한 수단으로 일을 조작하는 짓’의 뜻으로 쓰였다. 그때 적산가옥 하나 차지하지 못한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번졌던 것인데, ‘사바사바’를 잘해야만 그것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하게 유행하는 말은, 시일이 가면서 쓰이는 빈도가 줄어지는 것이 보통이건만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에 대고 사바사바라도 해 왔던 것인지 어쩐지 지금도 오히려 즐겨 쓰이고 있는 ‘사바사바’라는 말이다. 사바사바만 잘하면 안 될 일이 없었다는 세태가 결코 정상적인 것이었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그러한 세태 따라 생겨난 ‘사바사바’라는 말 그것이었다고는 할 수 있다... 2023. 11. 9.
‘아르바이트’의 어원 ‘아르바이트’의 어원 ‘아르바이트(Arbeit)’라는 말을 ‘노동(하다)’이라는 뜻으로 쓰는 독일어에서, 그 말이 동양의 코리아로 수출되어 쓰이고 있는 현황을 안다면, 그야말로 발해야 할 탄성은 ‘놀랐지> 놀랐을 거다’ 일밖엔 없으리라. 애당초 받아들일 때와 같이 ‘부업’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까지야 어쩐다고 할 수 없는 일이리라. 부업도 노동이고, 쓰다 보니 와전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한 나라의 말이 다른 나라로 수출이 될 때는 뜻에서나 음에서나 와전되기가 일쑤인 것은 다 아는 일)의 말인데, ‘아르바이트 홀’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면서 ‘아르바이트’라는 말의 운명은 춤추는 것을 이르게 되어갔다. “어디 가지?” “응, 아르바이트 가서 ‘스핀’으로 한 바퀴 돌아야겠어.” 정비석(鄭飛石)의 자유부인 물결이.. 2023. 11. 3.
'샌드위치(Sandwich)'의 어원 '샌드위치(Sandwich)'의 어원 샌드위치(sandwich)는 두 조각의 빵 사이에 샐러드 따위가 끼어 있어서, 맛도 맛이려니와 먹기도 간편하게 되어 있다. 우리 사람들은 어느 때부터인지 이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기름하고 있기도 하다. 18세기 영국 켄트주의 4대째 되는 존 몬테규(John Montague) 백작은 도박을 즐겨했다. 포커 같은 것이었을까. 아무튼 카드를 손에 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위인이었다. 아무리 놀음을 좋아한다고 해도 안 먹고는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먹긴 먹어야겠는데, 밥 먹는 시간이 아깝다 싶은 놀음매너였기 때문에 지금의 샌드위치와 같은 것을 만들게 해 가지고 그걸 먹으면서 놀음을 했다는 것이다. 이 몬테규 백작은 달리 ‘샌드위치 백작’이라 불렸던 것인데, 이 샌드위치 백작으.. 2023. 11.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