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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제왕수술(帝王手術)’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10. 19.

 

‘제왕수술(帝王手術)’의 어원

 

 

 

 “재를 어떻게 낳은 줄 알아? 아이구, 제왕수술을 했어요."

 현대의학으로는 세 번까지 그 제왕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실제로 한 번 두 번의 수술에서 딸을 난 여자가, 아들을 얻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세 번까지 잉태, 세 번째도 제왕수술을 하였지만, 결국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의 신문을 보니까, 산모 스스로가 면도칼로 배를 째서 아기를 낳았다는 해외 토픽이 있었지만, 배를 갈라서 아기를 꺼낸다는 것이 물론 보통의 일은 아니다. 거기에 묘하게도 제왕(帝王)이 붙어 있다는 그 수술의 이름부터가 기괴하다면 기괴하다.

 “옛날에 말이지, 로마의 시저가 그럴게 배를 째고 났대요. 그래서 배 째고 내 낳게 하는 것을 제왕수술이라고 한대요.”

 “아니야, 난 시저가 아니라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아무튼 제왕(帝王)이란 말이 붙었음으로 해서 생긴 이야깃거리다. 도대체 거의 2천 년 전인데 그때 배를 째고 애를 낳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것을 밑받침하기라도 하는 듯이 제왕수술해서 낳는 아기는 반드시 크게 된다는 말도 곁들이고 있다. 조금 더 들어가서 이 말의 근거를 살펴보기로 하자.

 시저는 고대 로마를 생각할 때 누구나 함께 생각해 낼 수 있는 이름이거니와, 시저는 카이자르(Caesar, Gaius Julius: 일명 카이사르)라는 본디 이름의 영어 읽음이었다. 그러니까 엄격하게 라틴어로 시저를 이르자면, ‘카이스르'라고 해야만 하게 된다. 그런데 라틴어의 '카이수라(Caesura)'라는 말이 '자르는 것'의 뜻을 가져 다소는 '카이사르'라는 시저의 이름과 비슷한 것을 보여주는데, 그 때문에 '카이사르' 수술이라 와전되기 시작하였다는 말이 있다.

 어쨌건 제왕수술이라는 말의 라틴어는 '오페라티오 카이사레우스(operatio caesareus)'여서, '오페라티오'는 '수술', '카이사레우스'는 '황제의'라는 뜻을 갖는다. 그래서 '카이사르'라는 이름에서 출발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것이 독일어로도 역시 '제왕'이라는 뜻을 딴 말로 되어 버렸다. 독일어로 제왕수술이 카이제르시니트(Kaiserschnitt)인데, '시니트'는 수술, '카이제르'는 황제라는 뜻이다.

 제왕수술해서 낳는 아기가 크게 된다면 잘되건 간에 제왕수술 한 번 하는 건 우리의 경우 큰일이다. 사람이 상하는 것도 그렇지만, 월급쟁이의 경우는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나온 말인데, ‘제왕수술’은 ‘재앙수술(災殃手術)’이라는 것이다, 나오는 아기는 어쩐지 모르지만, 부모들로서는 큰 재앙에 안 비겨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