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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탤런트(talent)'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10. 26.

 

'탤런트(talent)'의 어원

 

 

몇 년 전 이 말이 나돌기 시작하던 때는 ‘탈렌트’나 ‘타렌트’, 그대로 일본식 발음이던 것이 이젠 각 신문ㆍ잡지가 ‘탤런트’로 표기하기로 들면서 바루어진 것이다. 말의 시작이야 어디가 됐건 'talent'라는 영어를 표기하여 된 것.

 어쨌건 탤런트 세상이다. 영화는 안방극장인 텔레비전한테 눌린 건지, 어쩐지 잘 안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난날 영화에서 낯이 익은 배우들도 곧잘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곤 한다. 텔레비전과 깊은 인연을 맺은 어떤 대학의 교수도 역시 탤런트 취급이어서 길을 걷노라면 “야, 저기 ××× 간다!”라고 꼬마들이 놀리더라던가? 이 양반 가로되,

 “나도 인젠 자가용 사야겠어!”

 중학생한테 talent라 써 놓고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그거 재능ㆍ능력 같은 말이죠.”

하고 대답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사실인즉, talent에는 본디 ‘재능ㆍ능력’ 같은 뜻은 없었다는 것이다. 영어의 talent의 어원을 찾아가면 라틴어의 ‘talentum'을 지나서 그리스어인 ’talanton'으로 가게 되는데, 이 그리스어인 ’talanton'은 고대 그리스에서는 ‘저울’의 뜻으로부터 일반적으로는 무게의 단위로 쓰였던 것이다.

 본디는 화폐(貨幣)의 단위였던 것이 어째서 나중에 ‘재능’ 같은 엉뚱한 뜻으로 변했다는 것일까? 또 거기에서 한걸음 더 내쳐 예능적인 재능 쪽으로 한정되는 뜻으로까지 변했다는 것일까? 따져보면, 그렇게 변할 만한 까닭이 없지는 않다. 왜냐하면, 현대의 ‘재주’는 바로 ‘돈’이며, ‘돈 버는 것’인 측면이 없지도 않으니 말이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산약성서(新約聖書)><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and unto one he gave five talents, to another two, and to another one: to every man according to his several ability: and straightway took his journey……"

 (각각 그 재능대로 하나에게는 금 다섯 탈란트를, 하나에게는 두 탈란트를, 하나에게는 한 탈란트를 주고 떠났더니…….) - <마태복음> 25장 15절 -

 이러한 마태복음을 중세의 한 종교가가 설교하면서, talent를 화폐 단위로 해석하지 않고 비유적으로 ‘재능’으로 해석한 것이 talent에 ‘재능’이란 뜻이 붙게 된 근본이라고 <옥스퍼드대사전>은 밝히고 있다.

 하여간 재능이 있어야 탤런트가 되는 것이니, 요새 어쩌다 보면, 신문 광고에 ‘탤런트 모집’ 해 놓은 후문을 들을 양이면, 뽑기는 서너 사람에 응모자는 몇 천이라던가? 뱀 꼬리로 붙이자면, 누가 뭐래도 ‘탤런트’ 중의 ‘탤런트’는 돈 버는 ‘탤런트’지.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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