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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안톤 체호프 단편소설 『입맞춤(целоватьs)』

by 언덕에서 2025. 1. 14.

 

 

 

안톤 체호프 단편소설 『입맞춤(целоватьs)』

 

러시아 소설가 안톤 체호프(Anton Pavlovich Chekhov.18601904)의 단편소설로 1886년 발표되었다. 인간의 감정과 상상력이 어떻게 현실과 어긋나는지를 섬세하게 다룬 작품으로, 체호프 특유의 관찰력과 심리적 묘사가 돋보이는 단편소설이다.

 자신이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던 주인공  랴보비치는 점차 정신을 차리고 현실로 돌아온다. 즉, 자신이 당한 입맞춤은 누군가의 단순한 실수였고, 여성이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의 평범하고 무료한 삶에 짜릿한 설렘과 활력을 주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자신의 현실로 돌아가지만, 그날 밤의 입맞춤은 계속 그의 마음속에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안톤 체호프의 입맞춤은 평범한 삶 속에서 겪는 한순간의 특별함과 그로 인한 내적 변화를 통해 인간 심리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체호프는 입맞춤이라는 단순한 사건을 통해 인간이 가지는 상상력, 삶의 지루함 그리고 현실과의 타협이라는 복합적인 주제를 심도 있게 그려내었다.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일상 속 특별한 순간의 의미와 그 뒤에 감춰진 현실을 생각하게 만드는 체호프의 섬세한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 농촌의 어느 마을이 배경이다. 농부들이 운영하는 사교 모임에 장교 랴보비치와 그의 부대원이 초대된다. 이들은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흥을 즐기기 위해 모였으며, 마을의 저택에서 연회가 열린다. 연회 중 랴보비치는 술을 마시지만 부끄럼을 타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연회가 한창 진행되는 도중, 랴보비치는 실수로 어두운 방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 방에는 누군가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여성으로부터 입맞춤을 받는다. 그러나 그녀는 곧잘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봐서 실수했다는 것을 깨닫고 방을 떠나버린다. 랴보비치는 여성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이 사건에 강한 감정을 느낀다. 그는 그 입맞춤을 자신에게 주어진 특별한 순간으로 여기며, 여성의 정체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아름답고 신비로운 사람이라고 믿으며, 스스로 가치를 새롭게 느낀다.

 다음 날, 랴보비치는 여성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연회에 참석한 모든 여성들을 관찰한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도 그녀를 확인할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상상 속에서 그녀를 이상화하며, 그녀가 자기 삶을 바꿀 수도 있는 존재라고 믿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랴보비치는 점차 현실로 돌아온다. 입맞춤은 단순한 실수였고, 여성이 자신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진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포병 장교 랴보비치는 수줍음이 꽤 많다. 천성이 그렇다. 부대 이동 중 어느 마을의 퇴역 장군이 장교들을 초대한다. 파티에서 랴보비치는 저택에서 길을 잃고 잘못 들어간 어느 방에서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어느 여인의 키스를 받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은 랴보비치를 자신의 연인으로 착각했던 것인데 방이 어두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 사건은 랴보비치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저택을 떠나 부대에 와서도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동료들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랴보비치는 그 키스에 대한 기억에서, 상념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마침내 그 입맞춤은 운명의 장난이었으며, 파티와 키스, 정체 모를 여인에 비하면 자신의 생활이 너무나 초라하고 형편없다고 느낀다. 우연한 키스 이후 상념에 젖은 랴보비치의 심리가 마을과 자연 묘사를 통해 애잔하고 서정적으로 전달된다.

 

 

 체호프는 랴보비치가 현실과 상상 속의 경계에서 헤매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현실을 이상화하고 합리화시키는지를 보여준다. 평범하고 지루한 삶을 사는 랴보비치에게 입맞춤은 특별한 순간으로 작용하며, 그의 삶에 새로운 색채를 더한다. 랴보비치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갑작스러운 사건을 통해 자신감과 새로운 시각을 얻는다.

 체호프는 랴보비치의 내면적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평범하고 하찮게 느끼던 랴보비치가, 입맞춤을 계기로 자기 가치와 가능성을 다시 생각한다. 그러나 그의 감정은 결국 환상에 불과했으며, 차가운 현실과 마주하며 허탈감을 느끼게 된다.

 체호프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독자들에게 강렬한 감정과 장면을 상상하게 했다. 체호프는 일상적인 상황에서 비범한 감정을 끌어내며, 독자들이 자기 삶에 이입할 수 있게 했다. 「입맞춤」은 체호프의 단편소설 기법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삶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이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뒤흔드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