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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노 아야코10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냉혹할 것 젊은 세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냉혹할 것 (전략) 나는 노인이 되면 지금보다 훨씬 깊이 절망하고 싶다. 결코 생각대로 되지 않았던 일생에 절망하고, 인간이 만든 모든 부실한 제도에 절망하고, 인간 지혜의 한계에 절망하며, 온갖 것들에 깊이 절망하고 싶다. 그렇게 됨으로써 비로소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게다가 이것은 일반적인 표현이지만 나의 반평생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사회가 경고나 예정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늘 전 세계의 석유는 30년이 지나면 고갈되어 버린다고 하였지만 현재 그런 징조도 없으며 , 히로시마(廣島)에는 원자 폭탄 때문에 75년 간은 풀 한 포기 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지만 그것도 들어맞지 않았다. 소위 후진국은 농산물이나 원료를 공급하고 공업.. 2024. 3. 16.
노년의 고통이란 인간의 최후 완성을 위한 선물 노년의 고통이란 인간의 최후 완성을 위한 선물 40세를 넘어서면 당사자는 느끼지 못하더라도 인간은 날마다 조금씩 늙어간다. 아니 화장품 회사가 선전하는 바에 따르면 인간은 25세부터 늙기 시작한다. 50~60세를 넘으면 인간은 승산이 없는 싸움에 말려드는 것이다. 즉 인간은 이제 젊어진다는 사실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니 앞으로 체력은 날로 약해지고, 능력도 쇠퇴하며, 미모(?)는 간데없고, 병의 치유도 점차 어려워진다. ‘별로 나쁜 짓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비참한 지경을 당해야 하나’ 하고 불평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그러나 인간은 행복에 의해서도 충족되지만, 괴로움에 의해서도 더욱더 크게 성장한다. 특히 자신의 책임도 아니며, 까닭도 없는 불행에 직면했을 때만큼 인간이 크게 성장하는 시기도 없다. 노.. 2024. 3. 9.
흔적도 없는 사라짐이 아름답다 흔적도 없는 사라짐이 아름답다 《나는 이렇게 나이 들고 싶다(계로록)》을 쓴 30대 후반부터 조금씩 주변을 정리해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얼마 전부터 사진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가족들을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이미 상당한 양을 태웠지만 내 사진은 50장 정도 남겨둘 생각입니다. 언뜻 시시해 보여도 고령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신변 정리입니다. 우리 부부는 지금까지 써온 육필 원고를 모두 태웠습니다. 문학관과 흉상 등에 집착하는 분이 간혹 있는데 그런 분을 볼 때마다 왜 저렇게 세상 사람들 기억 속에 남아 있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살아서 무리해도 죽은 후에는 잊히기 마련입니다. 나만 해도 (관광지에서) 문학비 등이 시야를 가려 경치가 잘 안 보인다고 투덜거립니다. 문학관은.. 2024. 3. 2.
자주 버릴 것 자주 버릴 것 우리 몸의 세포가 그러하듯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야 마땅하다. 특히 인간이 미적으로 정연하고 활동적으로 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것이 단순한 상황이다. 그러나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깔끔하지 못한 사람의 방에는 결코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온갖 불필요한 물건이 생활 공간을 점령하고 있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인간은 버리는 데에 ‘용기’를 필요로 한다. 일 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 처분해야 한다는 사실을 나는 배웠다. 하지만 버리는 행동 자체가 귀찮아서 있는 물건을 그대로 두기 쉽다. 좁은 아파트에 젊은 세대와 같이 살면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모든 물건을 벽장 속에 꽉.. 2024. 2. 24.
고령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고령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노인들이 좀 더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난치병의 권위자로 불리는 명의가 자주 소개되는데, 시간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 달에 수십 명밖에 수술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젊은 사람부터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치료에 필요한 백신이 한정되어 있다면 수혜 받을 고령자로서 먼저 수혜 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제도나 의료 수혜에서 만인은 평등합니다. 따라서 고령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양보해야 합니다. 국가가 고령자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가 권리를 양도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 고령자가 자신의 의지로 또는 미학으로서 양보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고령자의 양보가 당연한 미덕으로.. 2024. 2. 17.
타인의 친절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 타인의 친절을 기대하지 말고 대가를 지불한다 (전략) 70세 이상 노인 수를 계산해서 버스 운행에 들어가는 비용, 즉 연료비와 보험료 등을 고려한 적정 요금을 징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정부는 고령자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지원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공짜나 다름없어서 심심풀이로 버스를 탄다.”고 말하는 노인도 상당수입니다. 생활 전선에서 활동하는 노인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제도임이 틀림없지만, 사회가 제공해 주는 것은 일단 받고 보자는 못된 근성에 악용될 때도 많다는 견해도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특히 버스 요금을 낼 능력이 없는 노인들은 나이에 상관없이 스스로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요금을 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남편인 미우라 슈몽도 버젓한 후기 고령자입니다. 그러나 .. 2024. 2. 10.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뭔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떤 정치가가 죽었을 때 (생전에 자신이) 총리가 되지 못한 사실을 내심 서운해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시장, 예술가, 등산가, 운동선수, 누구든 마찬가지다. 무엇인가 이루지 못한 과거가 있더라도 ‘유감이었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그 말을 들은 제삼자가) ‘그 사람은 도저히 그렇게 될 인물은 못 되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를 제법 잘 알게 되면서부터 나는 인간이 평생 지닐 수 있는 것에 대해 대단히 겸허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일생 어찌 됐든 비와 이슬을 막아주는 집에 살 수 있었고, 매일 먹을 것이 있는 생활이 가능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기본적으로 ‘성공’이다. 만일 그 집이 깨끗하며, .. 2024. 2. 3.
이미 스스로 벌을 받고 있는 셈 이미 스스로 벌을 받고 있는 셈 어떤 사람이 아무리 파렴치하고 뻔뻔스럽더라도, 정서가 메말라 피폐하고 무감동적이며 이기적인 정신 풍토를 갖고 있더라도, 그것을 두고 타인이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는 그 피폐함 때문에 인생을 깊이 느낄 은혜를 받지 못했으니, 이미 스스로 벌을 받고 있는 셈이랄까. 물을 마시려 들지 않는 새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려고 컵 안에 주둥이를 쑤셔 넣어봐도 새는 주둥이를 꼭 다물기만 할 뿐 마시지 않는다. 책임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인간에게 그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봤자 본질을 깨닫게 할 수는 없다. 어떻게 하더라도 꼭 그 사람에게 알게 해주고 싶다면, 방법은 그 사람을 때려죽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그 정도로 남에게 친절하지 않다. - (소노 아야코.. 2014. 5. 14.
인생, 어느 쪽으로 굴러가든 다 마찬가지 인생, 어느 쪽으로 굴러가든 다 마찬가지 “부부가 너무 금술이 좋은 것도 다시 생각해볼 일이야. 사이가 나쁜 부부의 경우는 말이지, 어느 한쪽이 먼저 죽으면 솔직히 말해서, 만세삼창 부를 일이지. 속 썩이던 남편이 죽으면 그건 확실히 아내를 편하게 만들잖아. 큰 부주하는 셈 아니냐고. 또 마누라 다루기에 애먹는 남자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집사람 장례 치룰 때 저도 몰래 슬그머니 입이 벌어지더라는 남자도 봤는데 뭐. 그런데 금술이 좋은 부부는 옆에서 보기에도 딱하단 말씀이야. 상실감이 심하니 그렇지. 참네, 그리 생각하면 인생, 어느 쪽으로 굴러가든 다 마찬가지 아닌가.” “사이가 좋든 사이가 안 좋든 평생 마음 편할 수만은 없구먼.” “아, 잠깐만. 나는 좀 달리 생각하네.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처음부터.. 2013. 7. 17.
소노 아야코 수필집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소노 아야코 수필집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소노 아야코(曾野 綾子 その あやこ, 1931~ )의 저서 중 인생과 인간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언어의 진수만을 수록한 책으로 ‘실패라는 인생은 없다’는 소노 아야코의 말처럼 우리네 인생에 대한 강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한다. 소노 아야코는 아쿠다가와상의 후보에 올랐던 작가이자, 수십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닌 NGO활동가이다. 1931년 도쿄에서 태어나 성심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54년 『멀리서 온 손님(遠來の客達ち)』이 아쿠타가와(芥川)상 후보가 되면서 화려하게 문단에 등단하여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는 소설가이자, 수십년간 전세계 100개국 이상을 돌아다닌 NGO활동가로 살아가고 있다. 인간관계, 고통, 나이듦, 사랑과 결혼, 단념, 삶, 무력.. 2010.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