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 1925~1964) 단편소설 『파커의 등(Parker's Back)』
미국 소설가 플래너리 오코너(Flannery O’Connor)의 단편소설로 1962년 발표되었다. 1964년 39세의 나이로 요절한 오코너는 ‘성서 지대’라고 불릴 만큼 개신교 근본주의가 맹위를 떨친 보수적인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서 태어나 생애 대부분을 보냈다. 그녀는 그 지역에서 보기 드문 독실한 가톨릭 교인으로 살면서 자신의 특수한 정체성을 작품 속에 녹여 냈고, 섬세하고 예리한 통찰을 특유의 해학과 절제된 언어로 담아냈다. 20세기에 태어난 소설가 중 처음으로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에서 전집이 출간되었고, [오 헨리상]과 [미국예술문학아카데미상], [전미도서상] 등을 수상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종교적 상징과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탐구한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남부 고딕 스타일이 돋보이는 단편소설이다. 인간의 본성과 구원, 그리고 신앙의 아이러니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바디아 엘리 파커(Obadiah Elihue Parker)는 방탕한 삶을 살아가는 남자이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몸에 문신을 새기는 데 집착해 왔으며, 문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찾는다. 파커는 몸에 다양한 문신을 새겼지만 등만은 비워둔다. 파커는 엄격하고 경건한 기독교 신자인 사라 루스(Sarah Ruth)와 결혼한다. 그러나 그들의 결혼은 불행하다. 사라 루스는 남편의 온몸에 새겨진 문신을 혐오하여 비난하여 부부 사이의 갈등은 끊이지 않는다.
어느 날, 파커는 농장에서 트랙터를 몰다가 사고를 당한다. 사고 직후 그는 강렬한 종교적 각성을 경험하며, 자신의 등에 문신을 새기기로 결심한다. 파커는 자신의 등에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새기기로 작정하며, 이 문신을 통해 아내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삶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문신 작업이 완료된 후, 파커는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아내에게 보여주기 위해 집으로 돌아간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 자신의 등에 새겨졌음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사라 루스는 파커의 문신을 보고 경악하며 신성모독이라고 비난한다.
사라 루스는 문신을 이유로 파커를 가차 없이 몰아세우며, 그를 가정에서 내쫓는다. 그의 문신은 외형상 그를 변화시켰지만, 그의 내면적 구원이나 아내와의 화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야기는 파커가 혼란과 고통 속에서 집 밖에 서 있는 모습으로 끝난다.
파커의 몸에 새겨진 문신은 그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의 문신은 종교적 구원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진정한 신앙보다는 외적인 변화에 머무르며, 아이러니하게도 신앙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킨다. 파커는 자신의 삶을 통해 의미를 찾으려 하지만, 그 과정은 혼란스럽고 실패로 끝난다. 이는 인간이 신앙과 구원 그리고 자기 정체성을 찾는 문제가 생각처럼 그리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문신은 쉽게 작업할 수 있어서 표면적으로 뭔가 변했다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상징이다. 그러나 그것은 파커의 내면적 변화로 이어지지 않음을 그의 아내가 알기에 받아들여지지 못한다. 이는 외적인 행동만으로는 진정한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암시한다.
플래너리 오코너의 특징인 남부 고딕 문체가 이 작품에서도 두드러진다. 인간 본성의 어두운 면과 신앙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드러난다. 파커가 종교적 각성을 경험하고 문신을 통해 변화를 시도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갈등과 배척만을 야키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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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의 등은 이야기에서 중요한 상징이다. 애초에 그가 왜 등에 문신을 새기지 않았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다. 파커의 입장에서 문신이 새겨지지 않은 그의 등, 가장 많은 면적의 문신을 새길 수 있는 공간인, 비어있는 등은 공허함을 표현함과 동시에 정체성의 부재를 의미한다. 그러나 그곳에 예수의 문신을 새긴 뒤에도 그는 완전한 구원에 이르지 못한다. 이는 인간이 쉽게 채울 수 없는 영적 공허함을 나타낸다. 사라 루스는 엄격한 종교적 신념의 상징으로, 파커의 불완전한 신앙과 날카롭게 대조된다. 그녀의 냉혹함은 자신이 갖는 맹목적 신앙이 가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파커의 등』은 인간이 신앙과 구원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과정을 다루며, 진정한 변화란 외적이 아닌 내적 성찰과 결단을 요구함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인간의 구원과 신앙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파커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내면의 갈등과 공허함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목격하며, 종교적 상징이 가진 힘과 한계를 고민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