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참고자료

‘아르바이트’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11. 3.

 

‘아르바이트’의 어원

 

 

 ‘아르바이트(Arbeit)’라는 말을 ‘노동(하다)’이라는 뜻으로 쓰는 독일어에서, 그 말이 동양의 코리아로 수출되어 쓰이고 있는 현황을 안다면, 그야말로 발해야 할 탄성은 ‘놀랐지> 놀랐을 거다’ 일밖엔 없으리라.

 애당초 받아들일 때와 같이 ‘부업’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까지야 어쩐다고 할 수 없는 일이리라. 부업도 노동이고, 쓰다 보니 와전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한 나라의 말이 다른 나라로 수출이 될 때는 뜻에서나 음에서나 와전되기가 일쑤인 것은 다 아는 일)의 말인데, ‘아르바이트 홀’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면서 ‘아르바이트’라는 말의 운명은 춤추는 것을 이르게 되어갔다.

 “어디 가지?”

 “응, 아르바이트 가서 ‘스핀’으로 한 바퀴 돌아야겠어.”

 정비석(鄭飛石)의 자유부인 물결이 번져가면서 ‘댄스’라는 것이 한참 세상 유한마담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던 무렵만 해도 여자 파트너는 귀했었다고 한다. 그러니 사내들은 춤을 추려고 해도 상대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거기서 나아가 직업적인 파트너는 있다고 해도, 좀 새로운 맛의 파트너가 춤에 놀아난 사내들의 구미를 더 돋우는 것으로 되었던 것이리라.

 이래서 이를테면, 대학에 다니는 아가씨들이라도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한 부업으로서, 즉 아르바이트로서 춤을 추러 나갔던 것이라고 하게 된다. 그러니까 ‘댄스홀’은 그들로 따질 때 동시에 ‘아르바이트 홀’이라 할 수도 있는 일이었다. 또 남이 듣기에도 그 말썽 많던 ‘댄스홀‘ 간다는 말보다는 ‘아르바이트’ 나간다고 하는 편이 훨씬 그럴듯한 것이었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 써 오다 생각하니, 세상이 바뀌어도 유분수지, 댄스홀 드나드는 친구들 얘기를 듣자니, 이젠 사내 파트너 쪽이 모자라서 나이 좀 지긋한 중년 여인네들은 앉아 쳐다보기만 하다가 쓸쓸히 돌아가게 된다던가? 또 아니면 그 못된 놈의 댄스홀을 주변 한 공갈배들에게 걸려들어 신세 망치기 십상이고….)

 아무튼 이 혼전의 아르바이트 맛을 잊지 못해 결혼한 후에도 시장바구니 들고 슬슬 댄스홀에 들어가 한 바퀴 외간남자 품에 안겨 핑핑 돌았던 주부도 없는 바 아니어서, 그것이 가정싸움 내지는 파탄의 원인으로 되었던 예도 있었던 우리의 사회 실정이었다. 그놈의 부업, 아르바이트가 나중에 신세 망치는 원흉으로까지 발전할 줄이야. 그 즐거웠던 시절에 미처 생각이나 했을 일이었겠는가.

 아르바이트라는 것을 둘러싼 웃지 못할 실화도 있다.

 “우리 회사 직원 가운데 부업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말인데,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택해 주기 바랍니다. 즉, 부업 그것을 정업(正業)으로 해 퇴사해 주든지, 아니면 그 부업을 그만둬 주든지 해 달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장의 훈시가 있은 며칠 후 J과장이 해임됐다, 어떤 못된 친구가 있어서 “J과장은 요새 아르바이트 나갑니다.” 하는 고자질이 인사과로 들어간 때문이었다. J과장에게 있어서 청천벽력은 아르바이트라는 말에 있었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못 피우는 J과장의 취미는 짬이 날 때 댄스홀에 나가서 춤을 추어 스트레스를 푸는 일이었는데 고자질한 사람은 근무시간 중에도 더러 댄스홀에 간다는 뜻으로 일러바쳤던 것을, 어처구니없게도 인사과장은 ‘부업한다’는 뜻으로 댕강 목을 친 것이었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참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시버시’의 어원  (0) 2023.11.10
'사바사바'의 어원  (0) 2023.11.09
'샌드위치(Sandwich)'의 어원  (0) 2023.11.02
보천보전투(普天堡戰鬪)  (2) 2023.10.31
'백장(백정.白丁)'의 어원  (0) 2023.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