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집 감상102 최영철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최영철 시집 『금정산을 보냈다』 이 시인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해오면서 시집과 산문집, 청소년 소설 등을 통해 인간을 포함한 삼라만상의 평등한 가치와 존엄을 그려내고 있다. 그가 그리는 대상들은 대부분 배려와 소통으로 화해롭게 조우하지만 최근 작품은 상처받고 버려진 타자.. 2015. 8. 5. 박경리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유고 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요즘에는 눈만 뜨면 글을 쓰고 싶다. 글도 참 잘 써진다” 소설가 故 박경리 선생이 생애 마지막 작업으로 써내려갔던 유작 시 39편을 시집으로 엮은 책이다(2008년 마로니에북스). 이 책『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고 남아 있는 모든 기운을 사르며 그가 남긴, 스스로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미발표 시 36편과 3편의 시를 더한 총 39편의 시, 그리고 젊은 시절과 일상을 담은 사진 30여 컷이 수록된 유고시집이다. 자신에게 매우 엄격하였지만, 또 가장 자유인이기를 소망하였던 인간 박경리의 모습이 담긴 마지막 노래들은 무거웠던 생의 발걸음들을 하나씩 털어내듯 잔잔하게 퍼져간다. 읽는 이로 하여금 그리움 속에 .. 2015. 6. 24. 이병률 시집 『바람의 사생활』 이병률 시집『바람의 사생활』 비장한 그리움과 기다림의 시어들이 절제된 감성으로 빛나는 시집이다. 가닿을 수 없는,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함부로 이야기할 때 그리움과 기억의 원형은 훼손된다. 이 시집 속의 시편들은 사실은 왜곡되게 마련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섣부른 감상을 뛰어넘어 한 생애의 쓸쓸함과 어긋나기만 하는 인연에 대해 천착한다. 그리고 기다리고 견디는 법을 극지까지 다다르는 여행과 풍경들을 통해 눈부시게 형상화해낸다. 누군가 그의 시를 이렇게 평했다. “이병률1은 헤어짐의 풍경, 공기, 기미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헤어짐을 짓는’ 시인이다(신형철).” 단독자의 외로움을 품고 쉬지 않고 길을 떠나는 시인이 들려주는 시의 갈피마다 남아있는 생과 사에 걸친 사랑과 이별, 기다림.. 2015. 6. 10. 신미나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신미나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이 시인은 섬세하고 살가운 몸의 언어와 우리의 옛 연시들을 떠올리게 하는 고전적인 구조와 상상력, 그리고 개성적인 화법과 어투”(이홍섭, 해설)가 아름답게 어우러진 감각적 이미지의 세계를 선보인다. 수록된 시들은 단아하기 짝이 없고, 조용히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미지나 관념을 범벅한 이른바 시기법이 없는 전통적인 시로 편안하게 읽을 수도 있다. 촌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그 이면의 울림은 단순한 서정이나 농촌 정서를 넘어선 현대성을 지니고 있다. 전통적인 소재를 쓰기는 하지만 사실 그것은 옛것이 아니라 현재 삶의 재료다. 시인의 시선이 향하는 것은 농경적인 삶 자체라기보다 동시대의 변두리, 거기를 맴도는 동경과 좌절이다. 현대의 몸으로 과거를 부.. 2015. 4. 29. 윤택수 시집 『새를 쏘러 숲에 들다』 윤택수 시집 『새를 쏘러 숲에 들다』 윤택수(1961 ~ 2002)는 1961년 대전에서 태어나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충남 홍성의 홍주중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근무했으며, 서울에서 몇몇 잡지사와 출판사 편집장을 역임했다. 또한 울산에서 용접공으로 일했고, 원양 어선 선원이 되어 바다로 나가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독신인 그는 2000년 8월 학원에서 강의중 뇌졸중으로 쓰러져 2년 간 투병 생활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저서로는 시집 『새를 쏘러 숲에 들다』와 산문집 『훔친 책 빌린 책 내 책』이 있다. 이 시인은 한 권의 시집을 통해 그만의 시 세계를 창조하고 또 보여주고 있다. 별로 유명하지 않은 이 시인이 꿈꾼 것은 고요하고 평범한 일상이다. 아래의 시 ‘찬가’에는 아들을 .. 2015. 4. 21. 구상(具常) 시집 『나는 혼자서 알아낸다』 구상(具常) 시집 『나는 혼자서 알아낸다』 . 그는 동서양의 철학이나 종교에 조예가 깊어 존재론적·형이상학적 인식에 기반한 독보적인 시 세계를 이룩했다. 현대사의 고비마다 강렬한 역사의식으로 사회 현실에 문필로 대응, 남북에서 필화를 입고 옥고를 치르면서까지 지조를 지켜 온 현대 한국의 대표적인 전인적 지성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추천된 바 있는 시인의 시들은 외국에서도 여럿 번역되어 있다. 노벨문학상 본선 심사에 두 번씩이나 올랐던 구상(具常.1919∼2004) 시인의 시는 프랑스·영국·독일·스웨덴·일본·이탈리아어로 번역·출판돼 널리 읽히고 있다. 1997년에는 영국 옥스퍼드 출판부에서 펴낸 《신성한 영감-예수의 삶을 그린 세계의 시》에 그의 신앙시 4편이 실렸을 정도로 그는 가톨릭을 대표하는 시인이.. 2015. 4. 8. 류근 시집 『상처적 체질』 류근 시집『상처적 체질』 주말마다 KBS- 1 TV의 '역사 저널 그날'이라는 프로에서 류근1(1967 ~ )시인이라는 이를 만난다. 그의 직설적이고 명쾌한 화법에 심히 공감하던 중 그의 시집을 뒤져보게 되었다. 1992년 모 신문사의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나, 이후 한 편의 작품도 발표하지 않았던 그의 첫 시집을 읽는 일은 인간 삶의 슬픔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과 같다. 쓸쓸한 영혼들의 상처는 타자에 의해 가감될 수 없는 고유한 것이므로 철저히 단독자의 형식이지만, 체질이 비슷한 우리는, 타인의 상처에서 나의 상처를 보게 된다. 우리는 그의 노래를 이미 들은 바 있다. 고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은 원래 그가 쓴 시였다. 그의 시 세계는 낭만적 경향.. 2015. 4. 1. 김수영 시집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 시집 『달나라의 장난』 김수영(金洙暎: 1921 ~ 1968)의 시집으로 B6판. 118면이다. 1959년 [춘조사]에서 ‘오늘의 시인 총서’로 발간하였다. 차례 다음에 “이 시집을 박준경형에게 드린다”라는 헌사가 붙어 있다. 헌사 뒤에 발표연도 순으로 40편의 시가 실려 있다. 이 시집은 등 1948년부터 1958년에 이르기까지 여러 잡지와 신문 등에 발표되었던 것을 추려 모은 것이다. , , 세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한국전쟁 이후에 쓴 것으로 특히 1959년에 이르는 3‧4년간의 작품이 여러 편 포함되어 있다. 이 시집에 앞서 김경린ㆍ박인환 등과의 합동시집 (1949), 김종문ㆍ김춘수ㆍ김경린 등과의 합동시집 (1957)이 간행되고, 사후에 시선집 (1974)가 나온 사실을 고려하면 이 .. 2015. 3. 25. 이병률 시집 『눈사람 여관』 이병률 시집『눈사람 여관』 바닥없는 ‘슬픔’과 깊고 조용한 ‘응시’, 설명할 수는 없으나 생의 안팎에 새겨져 있는 특유의 ‘절박함’으로 표현될 수 있는 시들이 있다. 온전히 혼자가 되는 일은 자신을 확인하고 동시에 타인을 발견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시집에는 그러한 내용의 시들이 즐비하다. 타인에게서 오는 감정이란 지독한 그리움이고 슬픔이지만, 슬픔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그 일이 곧 사람의 마음을 키우는 내면의 힘이 된다. 그러니까 이 시인의 슬픔은, 힘이다는 결론이 된다. 불가능성 앞에서 그는 슬픔을 느끼지만, 그것을 쥐고, 그 힘으로 서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가 잠시 머무르는 곳 ‘눈사람 여관’은 모두가 객체가 되는 공간이자 타인의 삶을 온몸으로 겪게 되는 슬픔의 처소이며 스스로 “세상의 .. 2015. 3. 11. 박목월 유고 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 ㅑ 박목월 유고 시집 『크고 부드러운 손』 박목월1(1916 ~ 1978) 시인은 말년에 쓴, 그래서 유고 시집이 되고 만, 이 시집에서 생명의 가치에 대해 묻고 있다. 그는 어디서부터 인간은 생명을 부여받아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는 것인가에 대하여 적고 있다. 그리고 이 물음은 한 인간으로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혈연의 인연을 타고 흐르는 사랑이라든가 애틋한 인정이라는 것이 넝쿨장미처럼 한 가지에 수많은 꽃으로 피어나는 신비하고 뜨거운 삶의 실체를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이 시집의 목월 시에는 인간이기에 겪게 되는 삶의 구비진 어려움을 그 구비 구비마다 절망을 호소하고 절망을 벗어나는 밧줄을 움켜잡고자하는 기원의 호소들이 담겨져 있어 끝없는 감동과 여운을 안겨준다. 3월로 건너가는.. 2015. 3. 4.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이상국 시집『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오늘 소개하는 시인은 핍진한 현실인식을 견지하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우주적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삶의 풍경을 전한다.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따사로운 상상력과 정감 어린 묘사, 자연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정갈한 언어들이 삶의 깊고 오묘한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김남조 시인(숙명여대 명예교수)은 이 시인을 "시의 심장 부위는 착하고 유순한 우수(憂愁)"라며 "세상에서 이겼기보다 패한 쪽이면서 아량과 용서의 상을 차려 세상에게 대접하는, 그런 유의 우수를 절실히 받아 느끼고 공감하게 된다"고 했다. 이 시인은 어둠과 별과 나무를 노래한다. 여기서 어둠은 도회의 비겁한 빛과 달리 깜깜하게 빛나는 어둠으로, 별은 인간이 공평하게 거주해.. 2015. 2. 26. 나희덕 시집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나희덕 시집『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과연 소멸하지 않는 존재가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사라지는 것들로 인해 고통스러워한다. 때로 그로 인한 슬픔은 말(言)을 잃기도 한다. 꾹 참아두었던 말(言)들이 터져 나올 때 그것은 힘차게 달리는 말(馬)과 같을 것이다. 그리고 파도 속으로 사라진 말(言)은 말(言)이 되어 나오지 못한 말(言)들일 것이다. 다시 말(言)이 되어 나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걸 알지만 말(言)을 잃은 슬픔을 곁에서 지켜보기란 힘들다. 이 시인은 눈물로 흐르는 말(言)들, 몸짓으로 전해지는 말(言)들이 돌아오는 시간을 간절히 바랐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시집은 많은 사색을 하게 만든다. "떼어낸 만큼 온전해지는, 덜어낸 만큼 무거워지는 이상한 저울, "삶"을 시로 표.. 2015. 2. 16. 이전 1 2 3 4 5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