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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아침’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4. 1. 18.

 

‘아침’의 어원

 

‘朝聞道夕死可矣’라는 <논어(論語)> ‘이인편(里仁篇)’에 나오는 공자(孔子)의 말에 대해서는 해석이 두 가지로 나오고 있다. ‘아침에 천하에 도가 행해지고 있다는 것을 들을 수 있다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보통은 ‘아침에 도를 듣는다면 그날 저녁 죽어도 좋다.’는 해석이 더 알려져 있다. 전자는 위(魏)의 하안(何晏) 등에 의한 고주(古註)의 해석이며, 남송의 주희에 의한 신주(新註)의 해석이 후자로 된다.

 그 아침은 하루의 시작이면서 저녁은 하루의 끝임을 나타낸다. 아침에 언짢은 일이 있으면 종일 언짢은 기분인 것도 하루의 출발이 중요한 것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동녘 바닷속에서 빨갛게 치솟아 오르는 불덩이를 보면서 장엄한 자연을 생각하는 가운데 그날 하루의 의욕을 함께 불태워볼 수 있는 아침 ― ‘아침 고요한 나라’로 알려진 ‘단군조선’, ‘조선왕조’의 ‘조선’도 ‘아침 고움’의 뜻을 지녀, 우리 조상들이 아침이라는 하루의 출발을 소중히 알았던 꼬투리를 보여주기도 한다.

 <삼국유사>에, [단군왕검께서 아사달(阿斯達)에 도읍을 세웠다. (檀君王儉立都阿斯達)]

라고 하는 대목이 있다. 이곳은 단군조선의 서울이었으니, 학자들에 의해 지금 평양 부근의 백악산(白岳山)이 아닌가 생각되고 있지만, 그 ‘阿斯達’이 홀이름씨(고유명사)로서의 뜻과 함께 ‘처음 땅’이라는 듯이 되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阿斯達’은 ‘아시달’ㆍ‘아사달ㆍ아시달…… 같은 우리 옛말을 한자로 적어 놓은 데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달‘은 물론 ’ 땅‘이라는 우리 옛말이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앗‘이라는 형태의 우리 옛말을 생각하게 된다. ‘앗’은 ’ 처음‘이며, ‘시작’이라는 뜻을 가지고 쓰였던 옛말 아니었겠나 하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그 자취는 오늘날의 말에서도 살필 수가 있다. ‘아시’라는 말은 지방에 따라 ‘처음’ㆍ‘첫’ 같은 뜻으로 쓰여 ‘아씨(시) 빨래’는 ‘애벌빨래’라는 뜻으로 쓰이는 외에도 ‘아시(씨)’가 ‘아예’라는 어찌씨(부사)로 쓰임을 보기도 한다.

 “아씨(‘아시’ 또는 ‘아쎄’), 그런 소린 입 밖에도 내지 말아라!”

 아예 그런 말 말라는 말인데, 사실인즉 '아예'라는 말이 '앗'에서 출발된 것임은 반치음이 후세로 오면서는 'ㅇ'ㆍ'ㅅ'으로 갈려 난 데서 증명되는 일이기도 하다. '아시'나 '아쎄'는 '앗에', 즉 '처음에' 같은 데서 비롯된 것이었으리라. 그리고 '씨앗'의 '앗' 또한 그 '앗'에서 출발된 것이었으리라.

 여름에 땀띠가 났을 때 가장 크게 도드라지는 것이 ‘어시(이) 땀띠’다. 다른 작은 땀띠의 우두머리인 셈이다. 여기서의 ‘어시’는 사투리이고, ‘어이’ 쪽이 표준말인데, ‘앗’에서 출발한 것이라 함은, 중세어에 ‘어시’가 ‘어버이’라는 뜻으로 쓰인 데서 살필 수 있는 일이다.

 또 일반에서는 잘 안 쓰인다 해도 시어머니와 며느리를 이르는 ‘고부(姑婦)’는 ‘어이며느리’라 해도 잘못이 될 수 없는 표준말로 됨이, 그 ‘어이’의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

 ‘어이’가 낳는 것이 ‘아이’이다. ‘아이’는 생명의 시작이다. 결국 ‘앗’에서는 다시 ‘아사’(아우)ㆍ‘아삼’(겨레ㆍ친척) 같은 말로도 새끼 쳐 나갔던 것이라 생각된다. 부족ㆍ씨족사회에서는 ‘나’와 나를 주변한 동아리들이 역시 기준이 되는 것이었다. 그것이 곧 ‘누리’에의 시작이었던지 모른다.

 일본말의 아침 ‘ァサ(아사)’가 이 ‘앗’에서 출발을 하고 있고, 오늘날은 오직 내일이라는 뜻으로만 쓰이는 ‘ァツタ(아시타)’도 처음엔 ‘아침’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어서, ‘앗’이 일본말에까지 영향을 미친 점은 우리 학자(安民世)뿐 아니라 저쪽 학자(大野晉)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아침’은 이 ‘앗’과 ‘참’이 합쳐져서 이루어진 말이다. ‘참’은 ‘동안’ 혹은 ‘때’를 이르는 말이어서 중세어의 ‘아참’은 그대로 근대에까지 ’ 아참‘이라는 말로 쓰여 왔던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 아침‘은 ‘앗참’이라는 뜻에서 살피면 ‘처음 때’이다. 즉 시작하는 때인 것이니, 우리 조상이 그 시작하는 때를 소중히 여겼던 까닭을 알 만하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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