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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찾은 현대시 100선' 에필로그 '내가 찾은 현대시 100선' 에필로그 무려 다섯 달이 넘는 기간 동안 내 방식대로 우리나라 현대시 100편을 골라 감상문을 적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시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시각을 가지고 글을 쓴다는 것은 기쁜 작업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바쁜 생활 속에서 매일 한 시간 정도를 할.. 2009. 11. 18.
도스토예프스키 장편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도스토예프스키 장편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 Fedor Mikhailovich.1821∼1881)의 마지막 장편소설로 1879∼1980년에 발표하였다. 생애를 통해 작가를 괴롭혀 온 사상적ㆍ종교적 문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사색을 장대한 규모와 긴밀한 구성으로 집대성한 걸작이나, 미완성 작품이다. 물욕과 음탕의 상징인 표도르를 아버지로 하는 카라마조프가(家)의 3형제(러시아인적인 야성적 정열과 순수함을 갖춘 장남 드미트리, 무신론자에다 허무주의적 지식인 차남 이반, 수도원에 몸담고 있으면서 동포애를 가르치는 조시마 장로에게 심취한 순진한 3남 알료샤), 거기에 아버지와 백치의 여자거지에게서 태어난 막내아들 스메르자코프.. 2009. 11. 17.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집 (1969) 늦가을인데도 간밤에 첫눈이 내렸다. 나무가지 위에 쌓인 눈을 보면서 출근을 했다. '아스라이 사라진 기억들... 너무도 그.. 2009. 11. 17.
재 한 줌 / 조오현 재 한 줌 조오현 어제, 그저께 영축산 다비장에서 오랜 도반을 한줌 재로 흩뿌리고 누군가 훌쩍거리는 그 울음도 날려보냈다. 거기, 길가에 버려진 듯 누운 부도 돌에도 숨결이 있어 검버섯이 돋아났다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그대로 내려왔다. 언젠가 내 가고 나면 무엇이 남을 건가 어느 .. 2009. 11. 16.
북방(北方)의 길 / 오장환 북방(北方)의 길 오장환 눈 덮인 철로는 더욱이 싸늘하였다 소반 귀퉁이 옆에 앉은 농군에게서는 송아지의 냄새가 난다 힘없이 웃으면서 차만 타면 북으로 간다고 어린애는 운다 철마구리 울 듯 차창이 고향을 지워버린다 어린애가 유리창을 쥐어뜯으며 몸부림친다 - 시집 (남만서관 1939) 월북시인 오장환(1918 ~ 1951)은 일제 강점 말기의 폭압적 상황에서도 절필하지 않으면서, 친일적인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몇 안 되는 시인 중의 한 사람이다. 특히 신장병으로 병상에서 해방을 맞은 그는, 좌익 쪽의 문학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조선문학가동맹]의 일원으로 활동하다가, 1948년 2월경 월북했다. 그러나 이렇게 남한에서의 짧은 활동기간에도 불구하고, 오장환은 시집 , , , 을 간행하는 등 비교적 왕성.. 2009. 11. 14.
유주현 단편소설 『신의 눈초리』 유주현 단편소설 『신의 눈초리』 유주현(柳周鉉,1921~1982)의 단편소설로 1976년 [한국문학]지 3월호에 발표되었으며, 1977년 [문리사(文理社)]에서 같은 제목의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유주현의 작품은 한마디로 말하면, 문장이 난잡하지 않고 간명하며, 살아 움직이는 것이 특징이다. 어느 작품을 대해도 장면 묘사나 대화가 선명하다. 이 소설은 인간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고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소심한 성격의 ‘나(P선생)’는 우연히 중학 동창인 강인규와 만난다. 강인규는 나를 강제로 끌다시피 하여 술집으로 데려간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그는 난데없이 소설의 소재가 될 만한 기막힌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겠다고 제의하면서, 한식에 내 고향이자 나의 형님이 살고 있는 상계동.. 2009. 11. 13.
수수께끼 / 허수경 수수께끼 허수경 극장을 나와 우리는 밥집으로 갔네 고개를 숙이고 메이는 목으로 밥을 넘겼네 밥집을 나와 우리는 걸었네 서점은 다 문을 닫았고 맥줏집은 사람들로 가득해서 들어갈 수 없었네 안녕, 이제 우리 헤어져 바람처럼 그렇게 없어지자 먼 곳에서 누군가가 북극곰을 도살하고 있는 것 같아. 차비 있어? 차비는 없었지 이별 있어? 이별만 있었지 나는 그 후로 우리 가운데 하나를 다시 만나지 못했네 사랑했던 순간들의 영화와 밥은 기억나는데 그 얼굴은 봄 무우순이 잊어버린 눈물처럼 기억나지 않았네 얼음의 벽 속으로 들어와 기억이 집을 짓기 전에 얼른 지워버렸지 뒷모습이 기억나면 얼른 눈 위로 떨어지던 빛처럼 잠을 청했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당신이 만년 동안 내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네 내.. 2009. 11. 13.
김정한 단편소설 『사하촌(寺下村)』 김정한 단편소설 『사하촌(寺下村)』 김정한(金廷漢.1908∼1996)의 단편소설로 193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보광사라는 절의 논을 소작하며 살아가는 보광리와 성동리 사람들의 문제를 그린 단편소설로 요산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 이 소설을 읽어보면 일제강점시대 당시 (토지를 많이 소유한) 일부 불교 사찰들이 소작을 하는 민중들을 얼마나 괴롭혔는지를 잘 알 수 있다. 불교가 갖고 있는 장점 가운데 하나는, 기독교의 경우처럼 치열한 '종교 전쟁'의 역사가 없다는 점이다. 절의 주지 자리를 놓고 각목을 들고 육탄전을 벌이는 일은 꽤 자주 일어나지만, 서구의 기독교같이 잔학한 학살을 서슴지 않는 종교 전쟁을 벌인 적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신도들이 시주한 돈을 갖고 일부 승려들이 포커 노름판을 .. 2009. 11. 12.
낙엽론 / 허만하 낙엽론 허만하 고독의 부둣가에서 그치지 않고 불어오는 식민(植民)의 바람을 맞으며 소금에 저린 손으로 포도송이처럼 알진 포말을 문지르고 있었다. 난리에 시달려 풍화한 저 얼굴들을 왜 어제까지도 다정하던 저 시가(市街)의 황혼을 무너진 현실의 오브제를 나는 보이지 않는 철조망 너머로만 바라봐야 하는가 산의 요부(腰部) 그리고 노을에 물든 수평(水平) 가령 스피노자가 닦던 고독한 렌즈 아니면 문득 눈에 스며드는 저 오랑캐꽃 이런 아름다운 것들이 원경(遠景)으로 용암(溶暗)하고 투명하게 자라온 시야를 횡으로 절단하는 왜 초점은 이 가시넝쿨에만 멎는가 역사의 손이 뿌린 씨앗이라 하자 퉁구스의 대륙에 매달린 시든 유방(乳房)같은 나라라 하자. 식민의 거름 속에 떨어진 혜지(慧智)라 하자. 왜 자학(自虐)의 술잔을.. 2009. 11. 12.
손소희 장편소설 『남풍(南風)』 손소희 장편소설 『남풍(南風)』 손소희(孫素熙.1917∼1987)의 전작 장편소설로 1963년 [을유문화사]에서 간행되였다. 일제 말기부터 광복을 거쳐 6ㆍ25전쟁 그리고 1ㆍ4 후퇴까지를 배경으로 사회적 현실 때문에 불행하게 실연당해야 했던 두 남녀의 비극적인 사랑과, 전통적 윤리의식 속에서의 여성 수난의 역정을 그린 소설이다. 손소희의 작품은 정밀한 관찰로써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펼쳐낸 리얼리즘의 세계이다. 그러나 항상 따스한 정황의 손길이 이를 감싸안고 이해하면서 새로운 계기를 개시해주고 있다. 역사의 뒤안길에서 기울어가는 인생을 낱낱이 밝혀내면서도 외로운 소외감에다 생기를 불어 삶의 새 의미를 던져주는가 하면 남편의 갖은 행패에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 촌부에게 드높은 빛을 밝혀주고 있다. 줄.. 2009. 11. 11.
겨울골짜기 / 조향미 겨울골짜기 조향미 가슴 수북이 가랑잎 쌓이고 며칠내 뿌리는 찬비 나 이제 봄날의 그리움도 가을날의 쓰라림도 잊고 묵묵히 썩어가리 묻어 둔 씨앗 몇 개의 화두(話頭) 푹푹 썩어서 거름이나 되리 별빛 또록한 밤하늘의 배경처럼 깊이 깊이 어두워지리 - 시집 (내일을 여는 책 2000) 조향미 시인(1961 ~ )은 가시적인 사물의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저편의 심연을 응시하고 삶-존재의 근원성을 파고드는 고독하지만 깊고 차분한 목소리의 시 세계를 가지고 있다. 신경림 시인은 위의 시에 대한 평문에서 가랑잎, 찬비, 밤하늘의 별빛, 깊은 어둠의 이미지들을 통하여 사람이 원초적으로 가지고 있는 깊은 슬픔과 아픔, 쓸쓸함과 외로움을 부각시키는데 크게 성공하고 있다고 평한 뒤, 실연으로 인해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간 .. 2009. 11. 11.
(수필) 할머니의 선물 주) 이 글은 2007년 8월호 월간 샘터지에 게재된 수필입니다. 글쓴이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지만 지금은 대학생으로 아버지의 모교에 재학 중입니다. 그리고 ... 두어달 있으면 대한민국의 아들로서 군입대할 예정이지요. ㅠㅠ 누구에게나 자식은 다 그러하겠지만 '저의 자랑'이기도 합니다. - 블로그 주인 할머니의 선물 작년 1월 13일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너무 슬퍼서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아버지가 눈물 흘리시는 것도 처음 보았다. 할머니의 영정을 보았다. 몇 달 전 할머니가 사진이 잘 나왔느냐고 물으셨는데 나는 왜 이런 걸 찍었느냐며 화를 냈었다. 그때 보았던 사진을 영정으로 보게 되니 ‘할머니가 정말 돌아가셨구나’ 실감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영정 앞에서 절을 했고, 어떤 이는 할머니의 영.. 2009.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