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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도스토예프스키 장편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by 언덕에서 2009. 11. 17.

 

 

도스토예프스키 장편소설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Brat'ya Karamazovy)』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 Fedor Mikhailovich.1821∼1881)의 마지막 장편소설로 1879∼1980년에 발표하였다. 생애를 통해 작가를 괴롭혀 온 사상적ㆍ종교적 문제, 인간의 본질에 관한 사색을 장대한 규모와 긴밀한 구성으로 집대성한 걸작이나, 미완성 작품이다.

 물욕과 음탕의 상징인 표도르를 아버지로 하는 카라마조프가(家)의 3형제(러시아인적인 야성적 정열과 순수함을 갖춘 장남 드미트리, 무신론자에다 허무주의적 지식인 차남 이반, 수도원에 몸담고 있으면서 동포애를 가르치는 조시마 장로에게 심취한 순진한 3남 알료샤), 거기에 아버지와 백치의 여자거지에게서 태어난 막내아들 스메르자코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부자간 및 형제간의 애욕을 그린 작품이다.

 작중의 이반이 지었다는 <대심판관>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정수로, 현대에 있어서의 권력과 자유의 문제가 조명되어 있다. 민중에게 자유의 무거운 짐을 지게 했다고 그리스도를 탄핵하는 대심판관은 도스토예프스키가 톨스토이를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작가는 이 장편의 속편에서 수도원을 나온 13년 후의 알료샤의 운명(‘러시아 민중의 아버지’인 황제를 암살하고 십자가에 달리는 구상으로 추측되는)을 그릴 예정이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1910년 모스크바에서 극화되고, 러시아ㆍ미국에서 영화화되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860년대 러시아 어느 지방도시. 물욕에 사로잡힌 음탕한 표도르는 말이 귀족이지 사실은 맨몸으로 술집과 고리대금업을 하며 돈을 번 벼락부자로 “러시아는 돼지우리이다. 러시아 사람들은 두들겨 패야 한다.”라고 말하는 냉소적인 독설가였다.

 전처의 아들인 장남 드미트리는 야성적인 정열과 동시에 러시아적인 순수함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는 주색에 빠져 사고도 잘 치지만, 마음 밑바닥에는 고결한 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그는 그루셴카의 육체적인 아름다움에 빠져 약혼녀를 버리며, 아버지를 적대시하면서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한다.

 차남인 이반은 이과대학을 졸업한 24세의 총명한 청년으로, 신을 부정하는 무신론자에다 허무주의자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정열적인 카라마조프 가의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이는 형의 약혼녀 카테리나를 사모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다. 그리고 드미트리가 감정적이라면 이반은 논리적으로 아버지를 증오한다.

 셋째 알료샤는 수도원에서 사랑을 가르치는 조시마 장로에게 심취해 있는 순진무구한 청년으로, 모든 사람에게서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도 카라마조프의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이 사실을 더 잘 알았다.

 표도르와 백치 여자 거지에게서 낳은 스메르자코프는 아버지와 이복형제들을 잘 따르는 것 같았지만 속으로는 간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는 특히 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아버지 표도르를 미워하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강했다.

 이상의 카라마조프 가 사람들 외에 그루셴카와 카테리나가 등장한다. 그루셴카는 표도르와 함께 못된 일을 일삼으며, 자기에게 열을 올리는 아버지와 아들을 적당히 가지고 놀면서 카테리나를 조롱한다. 그러나 알료샤의 맑은 눈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에 순수하고 깨끗함이 숨 쉬고 있음을 꿰뚫어 보았다. 이에 비해 카테리나는 대단히 자긍심이 높은 오만한 여자였다.

 이 두 여자를 둘러싸고 아버지와 4명의 형제들 간의 복잡하게 뒤엉킨 애욕의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사이에 표도르가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들 중 누구에게도 동기가 충분했으나 스메르자코프는 사건 당일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용의자에서 제외되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추정한 결과 드미트리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어 그루셴카와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 범인으로 체포되었다.

 재판이 긴박하게 진행되는데, 사실 범인은 스메르자코프였다. 그는 ‘신만 없다면 모든 것을 용서받는다’는 이반의 이론에 부추김을 받고 간질병을 방패로 삼아 살인을 저질렀던 것이다. 판결 전 날, 스메르자코프는 이반을 찾아가 그 사실을 고백하고 결국 아버지를 죽인 사람은 “이반, 당신이다.”라는 말을 남기며 자살한다.

 공판이 열리는 날, 증인으로 나온 이반은 갑자기 “내가 스메르자코프를 부추겨 아버지를 죽이게 했습니다라고 외치며 격한 광기의 발작을 일으켜 끌려 나갔다. 사랑하는 이반의 증언에 충격을 받은 카테리나는 드미트리를 희생시켜서라도 이반을 구해내기 위해 부친을 죽일 생각을 품었던 사실이 드러나 있는 드미트리의 편지를 증거물로 제시한다.

 "당신의 뱀이 당신을 파멸시킨 거야.”라며 그루셴카는 분노에 떨었지만, 드미트리의 “용서해 줍시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드미트리는 자신의 손으로 직접 살인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마음속으로 언젠가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한 일은 이미 살인을 범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며 징역 20년의 선고를 속죄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인다.

 

 

 

 이 작품에는 선량한 알료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조시마 장로와 이반의 사상적 대립, 즉 기독교와 무신론의 대립ㆍ사랑과 증오의 대립이 내재되어 있다. 소설의 외면적 줄거리는 아버지 표도르의 살해를 둘러싼 심리적 갈등 위에 이루어졌으며 추리소설을 연상케 하는 긴밀한 구성이 뛰어나다. 드미트리는 부친 살해의 혐의를 받고 재판도 그에게 유죄를 선고하지만, 실은 간질병의 특성을 알리바이로 이용한 스메르자코프의 범행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반의 사상적 감화를 받고 저질러진 일이었다.

 이 소설의 진짜 내면적인 줄거리를 이루는 것은 ‘신이 없으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철학으로서, 이반과 알료샤의 스승인 조시마 장로 사이에서, 러시아의 미래를 상징하는 알료샤의 더럽혀지지 않은 영혼을 서로 빼앗으려는 형태로 전개되는 사상적 격투이다. 작자의 공감은 조시마 장로 측에 기울지만 신이 창조한 세계의 불합리와 모순에 관하여 역설하고, 이 모순이 있는 한 미래에 다가올 지상의 천국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이반의 반론이 훨씬 박력 있게 다가온다. 특히 중세기에 지상에 재림한 그리스도가 교권에 의하여 거부되었다고 말한, 이반이 지었다는 극시 '대심문관'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의 정수로서 현대에서의 권력과 자유의 문제를 조명하면서 예언적으로 울려온다. 진실에 이르는 길로서 폭력을 긍정하는 입장을 부정, 조화적 사랑을 강조했다. 이 소설의 특징은 인간 심리의 모든 가능성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아버지 표도르의 정열을 이어받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를 증오하고 있다. 특히 장남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원색적인 피를 물려받아 색정적이며, 러시아의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얻은 야성적인 정열과 순수함의 소유자이다. 그래서 지성과 부를 모두 갖춘 약혼녀를 버리고 그루센카에게로 가고 있다. 작품의 말미에 이르러 드미트리는 아버지의 살해를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살인을 범한 것도 죄임을 인정하고 과중한 형벌을 받아들이는데, 이 모습에서 독자는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스토예프스키가 1881년 죽기 몇 달 전에 완성시킨 이 작품은 작가의 다른 많은 소설이 하나의 범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듯이 이 소설도 부친살해 사건에서 시작된다.

 아버지 표도르는 물욕과 음욕의 상징으로 2번 결혼했는데 첫 번째 여자가 도망가자 온순한 고아와 다시 결혼했다. 맏아들 드미트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전형적인 선과 악의 혼합으로 그는 자신의 무절제와 호색을 알고 있으며 때때로 이것들을 뛰어넘어 높은 종교성과 연민으로 상승하기도 한다. 둘째 아들 이반은 <죄와 벌>의 살인자 주인공과 몇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어서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지적이며 뒤틀린 자기 마음의 미로에 갇혀 있다. 셋째 아들 알료샤는 수도원에서 영혼의 삶에 자신을 헌신하고 있으나 그의 혈관엔 카라마조프가의 피가 흐르고 있고 그 또한 다른 형제들과 마찬가지로 세속적이다. 넷째 아들 스메르자코프는 사생아로서 논리적이고 계산에 밝으며 또 야수적이어서 나머지 세 형제의 특징을 모아 놓은 듯한 성격이다.

 스메르자코프가 그의 아버지를 살해하지만 모든 상황증거는 드미트리를 용의자로 지목한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살인의 지적인 배경을 제공한 이반은 살인의 교사자(敎唆者)로서 자신을 연루시킨다. 고해하기 전에 이반은 악마와 토론을 갖는데 악마는 선과 함께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서의 악의 필요성에 대해 길고도 미묘한 주장을 전개한다.

 특히 '대심문관(大審問官)'은 이반이 쓰려고 한 시의 설명으로 이 소설의 핵심적인 장면의 하나다. 여기에서 신을 믿지 않는 스페인의 심문관은 그의 동료를 의심하고 그들로부터 진리를 멀리하려 한다. 그에 대립한 그리스도는 인간의 영혼을 믿으며 비록 그것이 고통과 파멸을 의미한다 할지라도 자유라는 선물을 인간에게 주려 한다. 이 소설은 인간은 단지 고통과 그리스도를 통해서만이 구원을 성취할 수 있으며, 삶은 지성이 아니라 단지 감정과 사랑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작가의 근본적 신념이 표현된 세계문학의 걸작이다.

 

 

 

 

☞도스토옙스키 5대 장편 :  

                                    <죄와 벌>(1866)  https://yoont3.tistory.com/11300809

                                    <백치>(1868) https://yoont3.tistory.com/11300808

                                    <악령>(1871) https://yoont3.tistory.com/11299430

                                    <미성년>(1875) https://yoont3.tistory.com/11302770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1880) https://yoont3.tistory.com/11299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