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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천73

‘고뿌ㆍ컵’의 어원 ‘고뿌ㆍ컵’의 어원 며칠만에 서는 장을 둘러보고 난 시골 영감님네는 어지간히 피곤하다. 오늘 아침에 예정했던 대로 장감도 다 보았다. 이때 이웃 마을 친구가 다가왔다. “다 봤는가?” “그래, 자네는?” “나도 다 봤네.” “그럼, 잘됐네. 우리 안성댁한테 가서 한 고뿌씩만 하고 가세.” 이래서 그 안성댁이 경영하는 선술집으로 들어간다. “우리 소주 한 고뿌씩 주구료.” ‘소주 한 고뿌’가 시골 영감님네들의 현대용어이다. 현대교육을 받은 젊은 층에게는 생소한 말이지만, 시골 영감님들은 지금도 즐겨 쓰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영감님들도 ‘소주 한 잔’ 마실 때 외는 별로 다른 곳에다는 쓰지 않는다. 물 ‘한 고뿌’ 먹기 위해 ‘고뿌’를 쓸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여간 소주 한 고뿌가 소주 서너 고뿌씩이 .. 2023. 9. 21.
'꼬마'의 어원 '꼬마'의 어원 “큰일 났어. 우리 집 꼬마가 열이 40도나 오르잖아?” “어이구, 요새 유행인가 봐. 우리 꼬마도 그걸 치렀지 뭐야.” 여학교 동창끼리 앉아서 하는 말이다. ‘우리 집 꼬마’란 ‘우리 집 어린애’라는 말이다. “꼬마야, 꼬마야 뒤를 보아라.” 하면서 줄넘기를 하는데, 어린이를 스스로가 자기들을 일러 꼬마라고도 한다. 어린이를 ‘꼬마’라고 하기는 역시 해방 후부터의 일이 아닌가 싶다. 그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다. 일제시대에 나온 문세영(文世榮)의 에는 나와 있지도 않거니와 일제시대부터 준비되어 1947년에 나온 한글학회의 에도 ‘어린이’의 뜻으로는 나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꼬마동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키가 작은 사람’이다. ‘꼬맹이’라고도 하고, ‘당꼬마’라고도 한다. 말하.. 2023. 9. 14.
'동아리'의 어원 '동아리'의 어원 조조(曹操)가 죽고 나서 그의 맏아들 비(丕)가 위왕(魏王)의 자리를 물려받았다. 그는 동생들이 역심(逆心)을 품은 것으로 생각한다. 둘째아우 식(植)은 문장에 뛰어났었는데, 그를 잡아들인다. “일곱 걸음을 옮길 동안 네가 시를 지을 수 있다면 살려주마.” 이것이 유명한 칠보시(七步詩)라는 것인데 다음과 같다. 콩대를 태워서 콩을 삶으니 [煮豆燃豆萁(자두연두기)] 가마솥 속에 있는 콩이 우는구나.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본디 같은 뿌리에서 태어났건만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어찌하여 이다지도 급히 삶아대는가. [相煎何太急(상전하태급)] 비(丕)와 식(植)은 한동아리였다. 한동아리끼리 어째 이러냐고 콩과 콩깍지를 비유한 것이다. 상추나 갓이 자랄 대로 자란 다음에는 동이 선다. 무 .. 2023. 9. 8.
‘근사하다’의 어원 ‘근사하다’의 어원 쌍둥이, 일란성쌍둥이의 얼굴은 비슷하다. 정말로 근사(近似)한 것이 쌍둥이의 얼굴이다. 요즈음 브라운관에 무슨 쌍둥이 자매의 듀엣이 나오던데, 일란성인지 아주 얼굴이 근사했다. 비슷하다고 행각하다 보니까 그것이 또 그럴듯하다 싶어지기도 했다. 동양의 그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가짜가 저 유명한 동진의 화가 고개지의 이라는 것이다. 어엿이 문헌에까지 올라 있는 터이지만, 그 사람의 진짜 작품으로는 믿고 있지 않는 것이 학계의 견해인 모양이다. 여자에 대한 훈계를 그림으로 풀이한 것인데, 지금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진열되어 명물이 되고 있다. 오늘날의 그 관계 학자들은 고개지가 그린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수 나라나 당 나라 때 이르러 고개지의 원본을 모사한 그림이라는 말을 정설로 내세우고 있.. 2023. 9. 7.
'숨바꼭질'의 어원 '숨바꼭질'의 어원 숨바꼭질 안 해 보고 자란 사람은 없으리라.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인다.” 하면서 숨고 찾고 하던 놀이. 지금은 그 이름도, 그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 동갑장이 소녀와 보릿대 속에 어쩌다가 함께 숨게 되어 저도 모르는 사이에 껴안았던 그런 사랑의 눈뜨임 시절이 숨바꼭질이라는 놀이 때문에 있을 수도 있는 일이어서 미소로운 추억거리가 안 되는 바도 아니다. 숨바꼭질하는 어린이들을 자세히 관찰하노라면, 거기에는 그 어린이의 어떤 됨됨이 같은 것도 찾아낼 수 있다. 좀 약은 아이는 술래가 되엇을 때 두 눈을 손바닥으로 가리고서 벽 쪽으로만 몸을 돌리고 있는 체하면서도 슬금슬금 숨는 곳을 훔쳐보는 것이며, 그렇지 못하고 고지식하기만 한 아이는, 술래가 지켜야 할 룰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 2023. 8. 31.
‘숙주나물’의 어원 ‘숙주나물’의 어원 곤쟁이젓이라는 것이 있다. 곤쟁이는 갑각류의 열각류에 속하는 새우의 일종이다. 한자로는 노하(滷蝦) 또는 자하(紫蝦)라고도 하는데, 서해안 쪽에서 잡히는 이 새우를 젓 담근 것을 두고, 그쪽 사람들은 ‘자회젓’이라고도 한다. ‘자회젓’이라 함은 ‘자하젓’의 와음(訛音)이다 싶거나와, 보랏빛이 도는 이 자그만 새우는 연한 게 특징이어서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아난다. 그리고 그 맛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달콤하다. 이걸 일러 ‘곤쟁이젓’이라 함은, 조선 왕조 중종 때 남곤(南袞: 1471∼1527)의 ‘곤’과 또한 심정(沈貞: 1471∼1531)의 ‘정’을 합친 ‘곤정’에서 비롯된 말이라는 설이 있어 왔다. 남곤이나 심정은, 다 함께 저 이상정치를 꾀하다가 좌절된 조광조(趙光祖: 14.. 2023. 8. 24.
'서방님'의 어원 '서방님'의 어원 ‘서방님’ 하면 간데없이 속의 이도령 생각이 날 정도로 지금에 와서는 ‘남편’이라는 개념과는 멀어져 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그 대신 그 말에서 풍겨 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측면뿐이다. 백두(白頭)로 벼슬 없는 사람에게는 ‘서방’이라는 호칭이 붙어 다녔던 지나간 전통사회의 언어였다. 장가든 김 씨에게 벼슬이 없을 경우 ‘김서방’이라 불렀던 것이고, 미천한 사람을 지체 있는 사람들이 달리 부를 수 없을 때 부르기도 한 ‘서방’이며, 거기에 ‘님’ 자를 붙여서는 이를테면 결혼한 시동생을 부르면서 쓰이던 것인데, 요즘 남아있는 '서방'이라는 말은 '서방질'에 '샛서방'ㆍ'기둥서방' 같이 속된 말에나 그 흔적을 담고 있다 싶은 느낌이다. 그래서 “그게 그예 서방을 꿰차고 달아나고 말았단 말이야... 2023. 8. 23.
'안성맞춤'의 어원 '안성맞춤'의 어원 기성복 집에 가서 감도 괜찮고 색조도 마음에 드는 옷을 입어봤더니 딱 들어맞았다. 일부러 치수를 잰 것같이 찰싹 붙는 것을 본 점원이, “거, 안성맞춤입니다.” 하며 너스레를 떤다. K시를 갈 일이 있어 혼자 가기도 뭣하고 하던 판에 마침 찾아온 P가 자기도 K시에 갈 일이 있다고 하며 동행을 청한다. “안성맞춤으로 됐군. 함께 가면 심심치 않게 됐구먼.” 경기도 안성(安城) 고을은 옛날부터 유기(鍮器)로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삿갓이나 종이로 안 알려진 바는 아니로되, 유독 유기로 알려져 왔고, 그것을 맞춤으로 할 때는 참으로 일품이어서 거기에서 생겨난 ‘안성맞춤’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나 다른 말이 그러하듯 ‘안성맞춤’이라는 말에다가 안성이라는 고을 이름을 갖다 붙인 말이라 함이 .. 2023. 8. 18.
'우라질놈'의 어원 '우라질놈'의 어원 네 살 먹은 사내놈이 동네방네 뛰어다니면서 배운다는 건 욕지거리다. 그래 배운 것까진 어쩔 수 없다고 쳐 두자. 하필이면 저를 낳아준 제 아비한테 그걸 풀어먹는지, 이놈 괘씸하다. 웃어넘길 수 없는 괴상한 욕을 하는데, 말 재산의 태반이 욕인 이놈에게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욕을 배울망정 다른 아이들과 얼려 노는 데서 사회생활을 배우고, 협동심을 기르는 따위, 얻는 것도 있다는 것으로 자위하려 해 보았다. 미국 사람들이 해방 후 이 땅에 진주하면서 이 땅 사람들이 맨 먼저 익힌 욕이 '갓 댐(God damn!)'인데 우리 생각의 표준으로 치면 욕이랄 수도 없는 것이 '신이여, 저주할지어다!'쯤의 뜻이 '갓 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도 군대 사회로 가거나 하면 좀 더 심한 욕이 없는.. 2023. 8. 11.
‘화장실’의 어원 ‘화장실’의 어원 아마 20여 년 전쯤이란다면 ‘화장실’이라 쓰인 곳으로 변의(便意)를 배설하러 가다가 깜짝 놀랄 수도 있었을 일이다. ‘火葬室’ 쯤으로 생각 안 된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니 말이다. 아니, 그만큼 ‘화장실’이라는 말은 보급이 안 되어 있었다. 서양 물결 따라 서서히 들어온 ‘화장실’이었다. 고층건물의 화장실들은 대체로 그래도 합격권에 드는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요즘의 우리 실정이다. 더운 여름날이면 그곳에 설치된 세면장에서 얼굴을 씻고 머리를 감으면서도 냄새 같은 것은 도무지 없는 것이니, 가위 ‘화장실’ 그 이름에 손상은 없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런데 이름은 ‘화장실’이건만, 머리 위에서 ‘팬’(다방 레지들은 이걸 일러 ‘후앙’이라 한다)이 냄새를 날리느라고 윙윙거리며 돌고 있는 것.. 2023. 8. 10.
‘얼’의 어원 ‘얼’의 어원   겨레의 얼, 나라의 얼 등에 보이는 ‘얼’이 ‘정신’ 또는 ‘혼’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서는 ‘얼’이 ‘정신ㆍ혼’으로 쓰인 예가 없다. 정신이나 혼의 뜻으로 쓰인 말은 ‘넋’이 있을 뿐이다. 얼이 혼이나 정신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舊韓末)에 보이기 시작한다. 정인보(鄭寅普) 선생이 쓰신 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처음 쓰이지 않았나 한다. ‘얼’이 옛말에서는 명사로 쓰인 예가 없다. ‘얼’은 옛말에서 ‘어리다’ 즉 ‘어리석다ㆍ홀리다’의 뜻을 지니는 어간인 것이다. 옛말에서 ‘얼빠지다’는 갈피를 못 잡다의 뜻이지 얼, 즉 정신이나 혼이 빠졌다(拔)의 뜻은 아닌 것이다. 얼간, 얼치기와 같이 얼은 어리석다의 뜻을 지니는 말이다. ‘얼’의 경우는 어느 한 사람이 잘못 알고 .. 2023. 8. 4.
'딴따라'의 어원 '딴따라'의 어원 ‘딴따라’ 또는 ‘딴따라패’ 같은 말이 사전에는 올라있는 것 같지 않다. 가령, '대중음악인을 낮추어 일컫는 말' 같은 풀이를 달고서 사전의 한 줄을 차지할 만한 것 같은데 없다. 없는 건 없는 거고, 벌써 '딴따라' 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가 대중음악 쪽이다. 그런데 요즈음에 이르러서는 ‘딴따라패’ 하면 남의 깃대잡이노릇하는 사람까지 일컫게 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남의 행렬 앞장서서 빼빼거리면서 불고 치고 하는 축이라는 데서 인지도 모른다. “자네 아직도 딴따라팬가?” 악단에서 아직 나팔 부느냐는 물음은 이와 같은 말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보통 아는 말에는 ‘풍각장이’라는 것이 있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시골에 서커스단이 들어와 예고하느라고 시내를 누비며 치고 불고 다닐 때 갓을 .. 2023.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