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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천73

'사바사바'의 어원 '사바사바'의 어원  해방이 되고 나서 얼마 있다가 ‘사바사바’란 말이 생겨났다. 어감부터가 우리말 같지 않게 간지럽다 싶은 이 말은, ‘떳떳하지 못한 수단으로 일을 조작하는 짓’의 뜻으로 쓰였다. 그때 적산가옥 하나 차지하지 못한 사람은 바보라는 말이 번졌던 것인데, ‘사바사바’를 잘해야만 그것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하게 유행하는 말은, 시일이 가면서 쓰이는 빈도가 줄어지는 것이 보통이건만 태어나면서부터 세상에 대고 사바사바라도 해 왔던 것인지 어쩐지 지금도 오히려 즐겨 쓰이고 있는 ‘사바사바’라는 말이다. 사바사바만 잘하면 안 될 일이 없었다는 세태가 결코 정상적인 것이었다고는 할 수 없더라도 그러한 세태 따라 생겨난 ‘사바사바’라는 말 그것이었다고는 할 수 있다... 2023. 11. 9.
‘아르바이트’의 어원 ‘아르바이트’의 어원 ‘아르바이트(Arbeit)’라는 말을 ‘노동(하다)’이라는 뜻으로 쓰는 독일어에서, 그 말이 동양의 코리아로 수출되어 쓰이고 있는 현황을 안다면, 그야말로 발해야 할 탄성은 ‘놀랐지> 놀랐을 거다’ 일밖엔 없으리라. 애당초 받아들일 때와 같이 ‘부업’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까지야 어쩐다고 할 수 없는 일이리라. 부업도 노동이고, 쓰다 보니 와전될 수도 있는 일이어서(한 나라의 말이 다른 나라로 수출이 될 때는 뜻에서나 음에서나 와전되기가 일쑤인 것은 다 아는 일)의 말인데, ‘아르바이트 홀’이라는 말이 생기게 되면서 ‘아르바이트’라는 말의 운명은 춤추는 것을 이르게 되어갔다. “어디 가지?” “응, 아르바이트 가서 ‘스핀’으로 한 바퀴 돌아야겠어.” 정비석(鄭飛石)의 자유부인 물결이.. 2023. 11. 3.
'샌드위치(Sandwich)'의 어원 '샌드위치(Sandwich)'의 어원 샌드위치(sandwich)는 두 조각의 빵 사이에 샐러드 따위가 끼어 있어서, 맛도 맛이려니와 먹기도 간편하게 되어 있다. 우리 사람들은 어느 때부터인지 이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기름하고 있기도 하다. 18세기 영국 켄트주의 4대째 되는 존 몬테규(John Montague) 백작은 도박을 즐겨했다. 포커 같은 것이었을까. 아무튼 카드를 손에 대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위인이었다. 아무리 놀음을 좋아한다고 해도 안 먹고는 할 수 없는 것이어서 먹긴 먹어야겠는데, 밥 먹는 시간이 아깝다 싶은 놀음매너였기 때문에 지금의 샌드위치와 같은 것을 만들게 해 가지고 그걸 먹으면서 놀음을 했다는 것이다. 이 몬테규 백작은 달리 ‘샌드위치 백작’이라 불렸던 것인데, 이 샌드위치 백작으.. 2023. 11. 2.
'백장(백정.白丁)'의 어원 '백장(백정.白丁)'의 어원  평안도 사람들이 몹시 못마땅해 하면서 뱉는 말에 “썅 배땅놈의 쌔끼”라는 표현이 있다. 이때의 ‘배땅놈’이 '백장놈‘이라는 말이다. 백장은 천민계급 중의 천민계급으로 쳐 온 것이 전대(前代)의 우리네 사회였다. 나이 지긋한 이들로서 지금도 푸주에 가서는, “거, 등심으로 한 근 주구료!”정도로 말을 얼버무리는 버릇들이 있다. 쉽게 경어를 안 쓰려 드는 관습이다. ‘백장’은 지금의 표준말. 옛 책에는 ‘백정(白丁)’이라는 한자로 나온다. 또 ‘백장’이 표준말이라고는 해도 ‘백정’이라는 말이 안 쓰이는 것도 아니다. 백장은 백정(白丁)이라는 한자표기 외에 포정(庖丁)ㆍ도한(屠漢)ㆍ도우탄(屠牛坦)ㆍ포노(庖奴)ㆍ도척(刀尺)ㆍ피장(皮匠)ㆍ피한(皮漢)ㆍ유기장(柳器匠) .. 2023. 10. 27.
'탤런트(talent)'의 어원 '탤런트(talent)'의 어원 몇 년 전 이 말이 나돌기 시작하던 때는 ‘탈렌트’나 ‘타렌트’, 그대로 일본식 발음이던 것이 이젠 각 신문ㆍ잡지가 ‘탤런트’로 표기하기로 들면서 바루어진 것이다. 말의 시작이야 어디가 됐건 'talent'라는 영어를 표기하여 된 것. 어쨌건 탤런트 세상이다. 영화는 안방극장인 텔레비전한테 눌린 건지, 어쩐지 잘 안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지난날 영화에서 낯이 익은 배우들도 곧잘 텔레비전에 얼굴을 내밀곤 한다. 텔레비전과 깊은 인연을 맺은 어떤 대학의 교수도 역시 탤런트 취급이어서 길을 걷노라면 “야, 저기 ××× 간다!”라고 꼬마들이 놀리더라던가? 이 양반 가로되, “나도 인젠 자가용 사야겠어!” 중학생한테 talent라 써 놓고 무슨 뜻이냐고 물으면, “그거 재능ㆍ능력.. 2023. 10. 26.
'사족(四足)을 못 쓰다'의 어원 '사족(四足)을 못 쓰다'의 어원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동물 분류학에서는 포유동물이라 치고 있는데, 어쨌건 동물은 동물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을 두고 ‘동물적’이라는 비유가 쓰이고 있다. 그러나 ‘생각하는 동물’의 처지 때문에 그 '동물적'이라는 말이 사람마다 듣기에 거북해진다. '동물적 욕구'라고 하면, 사람마다 이성을 차리지 못한 욕구 충족을 위한 행위여서 불쾌하게 들린다.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역시 염치에서 출발된 이 '불쾌감' 같은 것이기도 하리라. 그런데 말에서 이 '동물적 처지‘가 드러난다. “앞발 번쩍 들어버렸지.” “너, 꼭 그놈의 앞발질 계속할 테냐?” 8ㆍ15 전에는 별로 안 쓰이던 것 같던 ‘앞발’이 해방되고부터 조금씩 빈번히 속어의 형식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군국주.. 2023. 10. 20.
‘제왕수술(帝王手術)’의 어원 ‘제왕수술(帝王手術)’의 어원 “재를 어떻게 낳은 줄 알아? 아이구, 제왕수술을 했어요." 현대의학으로는 세 번까지 그 제왕수술이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실제로 한 번 두 번의 수술에서 딸을 난 여자가, 아들을 얻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세 번까지 잉태, 세 번째도 제왕수술을 하였지만, 결국 딸을 낳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전의 신문을 보니까, 산모 스스로가 면도칼로 배를 째서 아기를 낳았다는 해외 토픽이 있었지만, 배를 갈라서 아기를 꺼낸다는 것이 물론 보통의 일은 아니다. 거기에 묘하게도 제왕(帝王)이 붙어 있다는 그 수술의 이름부터가 기괴하다면 기괴하다. “옛날에 말이지, 로마의 시저가 그럴게 배를 째고 났대요. 그래서 배 째고 내 낳게 하는 것을 제왕수술이라고 한대요.” “아니야, 난 시저가 아니라 알렉.. 2023. 10. 19.
‘사모님’의 어원 ‘사모님’의 어원  “사모님이란 말은 선생님의 어머니란 말 아닙니까?” 한자 뜻으로 짚어 해석해 보자면, ‘스승 사(師)’자에 ‘어미 모(母)’자여서 스승의 어머니다 싶어지기도 한다. 하여간에 해방이 되면서부터 많이 불리기 시작한 ‘사모님’이었다. 그래서 날이 지나감에 따라 사모님 인플레 시대를 맞게 되었다. 선생의 부인에게 붙은 ‘사모님’이 친구의 부인에게도 붙여진다 싶었더니, 나중에는 검둥이 아저씨와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에게까지 ‘유엔 사모님’이라고 하게 됨에 이르렀다. 비록 속어이긴 했어도 진짜 사모님의 처지가 좀 궁색해졌다곤 해도, 그러면 다방의 레지가 주인 마담더러 ‘어머니’라고 보통 부르고 있다고 해서 진짜 어머니의 값어치가 떨어진 것이 아니니, 값어치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건 .. 2023. 10. 13.
'담배'의 어원 '담배'의 어원 폐암에 걸리는 율이 많다, 성욕이 감퇴된다, 어쩌고 저쩐다.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그러나 해마다 담배 피우는 인구는 늘어나기만 화는 모양이다. 생각의 실마리를 이을 때, 발끈했다가 여유를 돌이킬 때, 어느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어 그것을 채워야 할 때, 입 안이 텁텁하고 안 좋을 때가 담배 피워야 하는 때로 되지만, 한번 피우기 시작한 사람에겐 거의 ‘습관성’이 되어 버리고 있는 담배. 구야 구야 담배구야. 너희 나라 어떻길래 대한 나라 나왔느냐. 우리나라도 좋거니와 대한 나라 유람 나와 담배씨 한줌 가지고 와서 건너편 밭뙈기 이리저리 숨어놓고 낮이면 찬 냉수 주고 밤이면 찬 이슬 맞혀 젓잎이 점점 자라서 속잎이 솟아나서 은장도 도는 칼로 어석어석 빚어내니 총각의 삼지 .. 2023. 10. 5.
‘따라지신세’의 어원 ‘따라지신세’의 어원 “내레 덩말 둑다 실았시오. 삼팔선이레 넘을 때 워카갔시오. 아, 안고 있던 새끼레 젖 달라고 울디요, 뒤에서 인민군 놈들이레 들입다 통딜이레 하디요, 남편이레 치근덕대디요, 덩말 둑다 살았시오.” 이 비슷하게 이야기하는 사람들 일반을 일러 ‘따라지’라고들 한다. 여기엔 성별이 없다. 여자건 남자건 38선을 넘어온 사람이면 ‘따라지’다. 뭐, 별로 경멸하는 뜻으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내레 따라디 신세 아닙네까. 내레 굶어둑는대서 누구레 눈 하나 깜짝 하갔시오. 그저 악탁가티 살아야디 않겠시오?” 스스로도 ‘따라지’를 자처하는 월남 동포들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얼마쯤은 ‘양반 기질’이라는 생리에서 잠을 깨지 못한 채, 재떨이에 담배통만 퉁탕거리던 남쪽의 ‘비(非)따라.. 2023. 9. 29.
‘미주알고주알’의 어원 ‘미주알고주알’의 어원 꼬치꼬치 캐는 것에 대하여 미주알고주알 캔다고 한다. 이 말속에는 조금 끈질기고도 치밀한 느낌이 곁들여 있다. 하여간 뿌리를 캐도, 잔뿌리까지 깡그리 캐버린다는 생각이다. “아 글쎄, 처음 만난 처지에 그게 뭐야? 신상조서라도 받는 것같이 미주알고주알 캐지 않아? 난 거기 딱 질렸어. 대답은 보나 마나 노! 야.” “미주알고주알 캐 보라지. 내게 뭐, 구린 데 한 군데나 있는지 말야.” 도대체 ‘미주알고주알’이란 뭐냐? 본디 ‘미주알’이라는 말은 있다.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부분이다. 수치질에 걸렸다 하면, 미주알 쪽에 무엇인가 생겨난 것이리라. 어쨌든 남의 항문까지 조사한다는 것이니, 이거, 아편 밀수 때에나 생겨난 말이었던 것인지 어떤지. 그는 그렇다 하더라도 ‘고주알’이란 .. 2023. 9. 28.
'또순이'의 어원 '또순이'의 어원 그 이름의 타이틀 롤을 한 ☞‘또순이’는, 그것이 연속방송극으로 전파를 타면서부터 더욱 유명하게 되었다. 그 지독한 ‘함경도 기질’은 두 가지의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슨 놈의 여자가 고 따위로 생겨먹을 수 있어. 여자가 고 모양이라면 징그러워서도 못 데리고 살겠더라.” “허허. 어디 사내만 믿고 살 세상이라던가? 그렇게 억척으로 살지 않으면 자식 교육 하나 제대로 시킬 수 있을 것 같아?” 누구는 남도 쪽 여자를 일러 ‘안방만 지키고 앉아서 바가지 긁어댈 거리만 찾아내고, 스스로는 비생산적이며 비능동적이며, 그러고도 퇴영적인 노리개’라는 평을 한다. ‘노리개’란 ‘동물’이 아닌 것이다. 누구는 또 남도 쪽 여자를 일러. ‘남편의 횡포에 대해 옷고름으로 눈물만 씻다가 그 횡포가 고비에.. 2023. 9.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