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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담배'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10. 5.

 

'담배'의 어원

 

 

폐암에 걸리는 율이 많다, 성욕이 감퇴된다, 어쩌고 저쩐다. 담배 피우는 것에 대해서 말이 많지만, 그러나 해마다 담배 피우는 인구는 늘어나기만 화는 모양이다.

 생각의 실마리를 이을 때, 발끈했다가 여유를 돌이킬 때, 어느 마음 한구석이 비어 있어 그것을 채워야 할 때, 입 안이 텁텁하고 안 좋을 때가 담배 피워야 하는 때로 되지만, 한번 피우기 시작한 사람에겐 거의 ‘습관성’이 되어 버리고 있는 담배.

 

구야 구야 담배구야.

너희 나라 어떻길래

대한 나라 나왔느냐.

우리나라도 좋거니와

대한 나라 유람 나와

담배씨 한줌 가지고 와서

건너편 밭뙈기

이리저리 숨어놓고

낮이면 찬 냉수 주고

밤이면 찬 이슬 맞혀

젓잎이 점점 자라서

속잎이 솟아나서

은장도 도는 칼로

어석어석 빚어내니

총각의 삼지 한 삼지요,

처자의 삼지 한 삼지라

청동화로 백탄 숯을

이글이글 피어놓고

소상 반죽 열두 마디

동래 부죽 길기맞차

담배 한 대 묵고 나니

목구녁 안에 설안개 치고

또 한 대를 묵고 나니

백구 밑에 요분이 난다.

(동래지방 ‘담바구노래’)

 

 콜럼버스가 미국 대륙을 발견했을 때 쿠바에서 토인들이 피우는 갓을 발견한 데서부터 유럽으로 전래되었다고 보통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이전에 유럽에서 피웠다고 이설을 주장하는 이도 있다. 인류학자 중엔 아시아에서 미국 대륙 쪽으로 전파되었던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영어로 담배를 tobacco라 하는데, 가까운 일본에서도 ‘타바코(タバコ)’라고 한다. 그 어원에 대해 서인도제도의 ‘트리니다드(Trinidad)’도 북동부의 섬 ‘타바고(Tabago)’에서 유래했다는 설과, 산토도밍고 토인이 흡연에 사용하는 담뱃대를 ‘토바코’라 한 데서 온 것이라는 설이 있고, 또 한편으로는 멕시코 원주민들의 토어(土語)에서 왔다는 말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것을 받아들인 나라에서의 호칭인데, 프랑스에서는 ‘여왕초(女王草)’, 일본에서는 ‘남만초(南蠻草)’, 중국에서는 ‘반혼초(反魂草)’ 또는 '상사초(相思草)'로 불렸으며, 우리나라의 기록에는 '남령초(南靈草)' 혹은 '남초(南草)'ㆍ'요초(妖草)'ㆍ'왜초(倭草)' 따위가 남아 있음을 본다.

 담배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인조실록> 권 37에 나오는데, ‘南靈草 自丙辰丁巳年間 越海而來 人有服之者 不至於盛行 辛酉壬戌以來 無人不服’이라고 나오니, 즉 담배는 서기 1616년(丙辰)∼1617년(丁巳)에 바다를 건너 들어와 이를 복용하는 자가 간혹 있었으나, 그다지 성행하지는 않더니, 1621년(辛酉)∼1622년(壬戌)에 이르러서는 복용하지 않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지봉(芝峰) 이수광(李晬光)의 <지봉유설(芝峰類說)> 권 19에는 벌써 오늘날 쓰는 ‘담배’ 비슷한 말이 나오는데, ‘淡婆姑草名 亦號南靈草 近歲始出倭國(담바고는 남령초라 하는데, 근년에 일본에서 온 것이다.)이라는 대목이 있고, 인조 때의 명신(名臣)이자 우리나라 담배의 시조라 할 수 있는 계곡(谿谷) 장유(張維: 1587∼1638)의 <계곡만필(谿谷漫筆)>에도 ’南靈草吸煙之法 本出日本 日本人謂之淡泊塊 言其草出南洋諸國云 我國自二十年前始有之(담배 피우는 법은 본디 일본에서 온 것이니, 일본 사람은 이를 ‘담박괴’라 한다. 이르기를 그 풀은 남양제국에서 난다는 것인데, 우리는 20년 전에 피우기를 시작하였다.)라 하였으며, 이 밖에 <대동기년(大東紀年)>에는 장유(張維)가 피우기 시작했다는 말과 함께 ‘담파괴(痰破塊)’라는 표기가 나옴을 본다.

 그 이후 앞의 민요에서 보이는 ‘담바구’ 같은 표기도 보이니, ‘토바코’가 일본의 ‘다바코’를 거치고 다시 그것이 우리나라로 건너오는 사이 ‘담바구’ 같은 것으로 와전되어 다시 '담배'로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민간어원론적으로는 ‘단 방구’라는 데서, 즉 ‘달콤한 방귀 같다’는 데서 왔다는 말도 있지만, 역시 어디까지나 민간에서의 얘기일 뿐 ‘담바구’의 음절이 줄어들어 ‘담배’로 되었다고 할 것이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