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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갑천 어원수필16

‘엿보다’의 어원 ‘엿보다’의 어원 '피핑 톰(Peeping Tom)'이란 말이 있다.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엿보는 사람'인데, 특히 성적인 호기심에서 들여다보는 호색한(好色漢)을 이른다고 적혀있다. 그 말에는 유래가 있다. 영국의 코벤트리 시는 11세기께 레오프리크 백작의 영지였다. 그는 좀 표독스러운 사람이었던 모양으로, 세금을 아주 되게 매겨서는 매구 재산을 긁어모았다. 그러나 마음 착한 그의 부인인 고다이버(Godiva)는 남편에게 세금을 줄이도록 요청했다. 냉혹한 백작은 이 말에 콧방귀만 뀌었지만, 한두 번이 아니고 몇 번이나 간청하므로 할 수 없이 그러자고 했다. 그러면서 단서를 달았다. 몸뚱이에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코벤트리 시가를 말을 타고 한 바퀴 돌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것은 결국 ‘노!.. 2023. 5. 16.
'머슴애'의 어원 '머슴애'의 어원 사전들이 ‘머슴애’에 대해 ‘머슴살이하는 아이’에다 뜻을 한정시켜 놓고 있는 사실에 나는 반대한다. 과히 야하지도 않고 ‘사나이’나 ‘사내’라는 말로써 가름할 수 없는, 조금쯤 더 전통적인 냄새가 풍기며, 그 위에 어리광스럽고, 풀내음ㆍ바다내음이 어려 있는 향토색 짙은 말인 것을, 굳이 버리기로 든 생각에 반대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요새같이 ‘우먼 리브’가 어쩌고 하는 세상에서는 설사 ‘어른 머슴애’들이 그렇게 하자고 해 놓았다 하더라도 ‘어른 가시내’ 쪽에서 들고일어나 표준말에 올려놓을 만한 말이기조차 한 것이다. 낮춤말(卑語)의 인상이, ‘머슴애’나 ‘가시내’에 없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부터 쓰지 말자고만 해 버려야 하겠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머슴아, 자.. 2023. 5. 8.
'우리'의 어원 '우리'의 어원 우리말에서 ‘우리’라는 말 한번 재미가 있다. 이건 홑셈(單數)으로도 쓰이고 겹셈(複數)으로도 쓰이는 낱말이기 때문이다. 또 겹셈으로 쓰일 때라 하더라도 여럿의 뜻을 갖는 ‘들’이라는 발가지(접미어)까지 달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며’나 ‘우리들은 민주국가에 살고 있으며’ 따위는 분명히 겹셈 구실을 하는 것인데, ‘자네, 섰다 할 줄 아나?’ 하는 물음에 대해, ‘우린 그런 거 할 줄 모른다'로 되면, 이건 홑셈이다. 즉 '나'라는 뜻으로 '우리'가 쓰이고 있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우리 아버진 아주 인자하시지’ 할 때의 ‘우리’는 ‘나’라는 뜻과 그 겹셈으로서의 ‘우리’ 하는 뜻을 함께 가지고 있어서, ‘나의 아버지’라는 뜻과 ‘내 형제 모두의 아버지’라는 뜻까지를 곁들이.. 2023. 4. 18.
'아저씨'의 어원 '아저씨'의 어원 생판 모르는 사람을 대해면서도 '아저씨' 하고 부르게 돼 버린 세상이다. 이거, 진짜 아저씨의 값이 떨어지는 현상이 아닌가도 싶다. 하지만, 그런 건 아니다. 다방의 '레지'들이 '주인마담' 보고 '어머니'라 한 대서 어니니 값이 어디 떨어진다던가? 그는 그렇다 하라도 처제가 그 형부 보고도 아저씨, 처형이 그 제랑(弟郞)보고도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그래도 괜찮지만, 생판 낯선 사람이 부르는 ‘아저씨’가 어느 경우고 모두 그렇게 듣기 좋은 것만도 아니다. “아저씨, 구두 닦으세요.” “아저씨, 이 짐 지고 갑시다.” 하여간 사내 일반에 대한 대이름씨 구실을 맡고 나선 ‘아저씨’다. 뭐네뭐네 해도 ‘진짜 아저씨’의 처지가 좀 처져버린다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느 대학.. 2023.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