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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고독(絶對 孤獨) / 김현승 절대 고독(絶對 孤獨)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영원의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내게로 오히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 2009. 7. 31.
비 개인 여름 아침 / 김광섭 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시집 (대동인쇄소 1938) '서늘한 여름' ……. 가을 같은 날씨이다. 이상기후 속에서 여름다운 여름을 생각게 한다. 찜통 같은 더위에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 아침의 느낌은 어떨까? 위의 시는 5행밖에 안 되는 짧은 시지만, 산뜻한 여름 감각이 유감없이 표현되어 담담한 한 폭의 수채화를 대하는 느낌이다. 비가 갠 날의 유난히 맑은 하늘, 녹음은 짙어 새로이 윤기가 흐른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맑은 하늘이 내려와 잠겨 있고, 짙푸른 녹음이 그림처럼 곱게 배경을 이루고 있다. 금붕어도 신이 나서 멋지게 헤엄치며 놀고 있다. 그것을 지은이는 무슨 색지를 펴놓고 금붕어.. 2009. 7. 30.
너희는 시발을 아느냐 / 신현림 너희는 시발을 아느냐 신현림 아, 시바알 샐러리맨만 쉬고 싶은 게 아니라구 내 고통의 무쏘도 쉬어야겠다구 여자로서 당당히 홀로 서기에는 참 더러운 땅이라구 이혼녀와 노처녀는 더 스트레스 받는 땅 직장 승진도 대우도 버거운 땅 어떻게 연애나 하려는 놈들 손만 버들가지처럼 건들.. 2009. 7. 29.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윤동주 창(窓) 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詩人)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詩)를 적어 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學費) 봉투(封套)를 받아 대학(大學)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敎授)의 강의(講義)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詩)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慰安)으로 .. 2009. 7. 28.
설야(雪夜) / 김광균 설야(雪夜) 김광균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취인 양 흰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女人)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을 하고 흰눈은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 (1938. 1. 8)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염천에 눈 오는 밤에 관한 시를 생각해 보았다. 는 눈이 내리는 이미지가 잃어버린 과거에 대한 회한과 추억으로 다양하게 구사되어 지난날의 사진과 그리움이 한데 어울러져 있는.. 2009. 7. 27.
나도향 장편소설 『환희(幻戱)』 나도향 장편소설 『환희(幻戱)』 나도향(羅稻香, 1902∼1926)의 유일한 장편소설로 1922년 11월 21일부터 1923년 3월 21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한 작품이다. 1923년 8월 [조선도서주식회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이 작품을 발표하여 나도향은 일약 천재작가로 불리었고, [백조]의 기수노릇을 담당하다시피했다. 안석영의 대담한 삽화를 곁들여 그 해 11월 21일부터 이듬해 3월 21일까지 연재되어 독자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신비적이고 낭만적인 죽음의 미의식을 발휘한 작품이다. 그리고 다소 산만하기는 하나 당시 사회의 축첩과 속신적인 종교관을 비판한 소설이다. 나도향의 낭만적인 애정문제와 현실 비판적 작가의식을 병립하려 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죽어서 천당에 가기.. 2009. 7. 25.
결빙(結氷)의 아버지 /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 2009. 7. 25.
이별가(離別歌) / 박목월 이별가(離別歌) 박목월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을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 2009. 7. 24.
박계주 장편소설 『순애보(殉愛譜)』 박계주 장편소설 『순애보(殉愛譜)』 박계주(朴啓周.1913∼1966)의 장편소설로 1938년 [매일신보] 장편소설 현상모집에 당선된 작품이다. 1939년 1월 1일부터 6월 17일까지 [매일신보]에 연재되었고, 같은 해 10월 [매일신보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하였다. 당시 박계주는 박진(朴進)이라는 가명으로 응모하여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낭만적인 작풍이 가장 두드러지게 표현된 출세작이며 대표작으로, 1940년대에 가장 많이 읽힌 소설의 하나이다. 주인공 명희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사랑 속에 기독교적인 휴머니즘이 잘 나타나 있어 당시의 독자에게 많은 감명과 흥미를 일으켜 주었다. 1941년에는 극단 [성군]에서 극화되어 상연되었다. 1940년대와 1950년대에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으며 1958년 영화화되기.. 2009. 7. 23.
방정환 번안 동화집 『사랑의 선물』 방정환 번안 동화집 『사랑의 선물』 방정환(方定煥.1899∼1931)이 번안한 세계명작 번안 동화집으로 1922년 [개벽사]에서 간행되었다. 이 책 은 1922년 개벽사에서 출간한 것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번안 동화는 줄거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리식으로 고친 것을 말한다. 방정환은 이렇게 서구 문학을 가져오되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외국 동화를 그 당시 어린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도록 번안 동화 구연을 많이 해 왔다. 은 책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로써 '사랑의 선물'을 주려는 마음으로 안데르센, 오스카 와일드, 그림동화, 아라비안나이트 등 세계 명작 가운데 열 편을 골라 당시 어린이들의 입맛과 시대 풍토에 맞게 엮어낸 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정환이 일본.. 2009. 7. 23.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濁流)』 채만식 장편소설 『탁류(濁流)』 채만식(蔡萬植. 1902∼1950)의 장편소설로 1937년 10월 13일부터 1938년 5월 17일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되었다. 고향과 농토를 잃고 식민지 시대의 혼탁한 물결에 휩쓸려 무너지는 한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당시 사회의 어두운 세태를 그렸다. 이 소설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금강의 흐름이 주인공 초봉이의 기구한 일생을 암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금강의 의미는 초봉이의 일생을 암시하면서, 한편 우리 민족의 기구한 처지를 나타낸다. 중간에 백제의 흥망을 더듬는다고 한 것은 나라가 망한 사정을 되새기게 한다. 긍정적 인물들의 수난을 그리는 이 소설에서 당대의 어두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다. 모함과 사기ㆍ살인 등 부조리로 얽힌 1930년대의 .. 2009. 7. 23.
왕멍 장편소설『변신 인형(活动变人形)』 왕멍 장편소설 『변신 인형(活动变人形)』 중국 소설가 왕멍(王蒙. 1934∼ )의 자전적 소설로 1987년 발표되었다. 루쉰과 함께 20세기 중국소설을 대표하는 왕멍은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아권에서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명되기도 하는 작가이다.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 과감하고 다양한 형식적 실험, 풍자와 유머로 거듭나는 치열한 시대정신 등 중국소설의 새로운 경지를 보여주는 작품을 썼다. 우선 1940년대 초의 '니우청 가정 이야기'는 1980년 6월 독일에서 47세의 니자오가 회상하는 형태로 서술된다. 니자오는 중국 학자 대표단의 일원으로 독일을 방문한 길에 아버지의 옛 친구 볼프강 슈트라우스(스푸강)를 방문했다가 거기서 ‘난득호도’라는 편액(그것은 유년 시절 그의 집에.. 2009. 7.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