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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소설

방정환 번안 동화집 『사랑의 선물』

by 언덕에서 2009. 7. 23.

 

 

 

방정환 번안 동화집『사랑의 선물』 

 

방정환(方定煥.1899∼1931)이 번안한 세계명작 번안 동화집으로 1922년 [개벽사]에서 간행되었다. 이 책 <사랑의 선물>은 1922년 개벽사에서 출간한 것을 충실하게 재현했다. 번안 동화는 줄거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우리식으로 고친 것을 말한다. 방정환은 이렇게 서구 문학을 가져오되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외국 동화를 그 당시 어린이들이 쉽게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도록 번안 동화 구연을 많이 해 왔다. <사랑의 선물>은 책제목이 뜻하는 그대로 어린이들에게 이야기로써 '사랑의 선물'을 주려는 마음으로 안데르센, 오스카 와일드, 그림동화, 아라비안나이트 등 세계 명작 가운데 열 편을 골라 당시 어린이들의 입맛과 시대 풍토에 맞게 엮어낸 책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방정환이 일본 유학중인 1921년 동경에서 안데르센(Andersen, H.C.)의 <꽃속의 작은 이(장미속의 요정)>, 그림 형제(Grimm. J. & Grimm. W.)의 <잠자는 공주>, 빼로의 <산드룡의 유리구두>, 오스카 와일드(Wilde, O.)의 <행복한 왕자>, 데 아미치스(De Amicis, E.)의 <난파선>, 하웁트만(Hauptmann, G.)의 <한네레의 죽음> 난파선 (이탈리아), 요술왕 ‘아아’ (시칠리아), 어린 음악가 (프랑스), 천당 가는 길 (독일), 마음의 꽃 (미상) 등 10편의 명작동화를 가려뽑아 번역한 것이다.

  비록 창작물이 아닌 외국의 동화를 옮긴 것이기는 하나, 원문의 뜻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언어의 장벽을 무난히 돌파하였고 구수한 문체가 우리 어린이들의 구미에 잘 맞아 일제 강점기 당시는 물론이고 이후로도 대단한 인기를 얻었다. 원작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는 풍자와 해학 속에서 선량하고 정직하며 노력하는 사람이 되게 하는 권선징악적 내용을 골랐다. 

 

 방정환은 첫 번째로 <왕자와 제비>를 번역하면서 ‘지구의 꽃인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내가 낳은 조그만 예술이 세상 많은 어른의 편달을 받기 바라며, 또 이로 인해 더 좋고 더 값있는 동화 예술이 나기 바란다’고 피력하였다. 그는 외국 동화를 단순하게 원작 그대로 소개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시각으로, 불필요한 내용은 빼거나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요소를 첨가하여 이야기를 바꾸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이 제목도, 내용도, 방정환의 시각으로 재탄생한 경우가 많은 이유이다. ‘번역’이라는 방법을 통해 당시 조선 어린이가 처해 있는 딱한 현실을 일깨우고 이에 대한 사회의 각성을 촉구하고자 함이었다.
 격랑 속에 휩쓸리며 침몰하는 <난파선>의 모습이 일제의 침략으로 침몰해 가는 조선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듯 사랑의 선물 은 비록 외국 동화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안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우리 민족이 처한 불우한 이야기, 그 속에서 설움 받고 살아간 당시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설움과 구박 속에서도 끝까지 꿈을 버리지 않고 나서 보려는 어린 세대의 당찬 모습을 그린 <산드룡의 유리 구두>는 어린이들에게 눈물과 위로를 주었고, 〈한네레의 죽음〉에서는 굶주리고 학대받으며 죽어 가던 조선 어린이들의 절망스러운 삶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왕자와 제비의 선행을 알게 된 사람들이 왕자의 상을 다시 세우고, 그 어깨 위에 제비의 상까지 만들어 주는 내용은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방정환이 번역한 〈왕자와 제비〉에서만 나타나는 독특한 이야기 요소라 할 수 있다. 착한 왕자와 제비가 승천 세계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바로 이 땅 위에서 기억되고 그 사랑이 실천되기를 바랐던 방정환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잃어버린 바이올린’이라는 일본 번역본 제목을 그대로 쓰지 않고 〈어린 음악가〉로 바꾸어 쓴 것에서는 잃어버린 바이올린 자체보다 인물의 성장 과정에 주목했던 방정환의 관점도 엿볼 수 있다.
 조선 민족을 복종시키고 악행에 동참시키려던 일본의 소행을 연상시키는 <요술왕 아아>, 조선을 강제로 빼앗고 죄 없는 수많은 조선인을 마구 죽인 일본군과 경찰을 연상시키는 〈꽃 속의 작은 이〉, 아무리 죄를 지어 나쁜 사람도 뉘우치면 새로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전하고 있는 〈천당 가는 길〉, 정직한 사람이야말로 최후의 진정한 승자임을 알려주는 〈마음의 꽃〉 등 작품 속에서 방정환이 들려주고자 했던 속뜻을 생각하며 읽는다면 더욱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아동문학가 방정환( 方定煥.1899∼1931 )

 이 책은 구수한 문체로 우리나라 어린이의 구미에 맞도록 꾸며서 창작과 다름없는 동화 구실을 하였다. 이는 사회교화와 민족개조를 지향하는 그의 사상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편자가 이 책을 엮은 의도는 그 서문에서 “학대받고, 짓밟히고, 차고 어두운 속에서 또 우리처럼 자라는 어린 영(靈)들을 위하여 그윽이 동정하고 아끼는 사랑의 첫 선물로 나는 이 책을 짰습니다.”라고 하였듯이 억압된 우리 어린이의 감성해방에 있었다. 이 책은 방정환의 첫 저서이기도 하다. 

 <사랑의 선물>에 수록된 번안 동화의 차례는 다음과 같다. <난파선>, <산드릉의 유리구두>, <왕자와 제비>, <요술왕 아아>, <한넬의 죽음>, <어린이 음악가>, <잠자는 왕녀>, <천당가는 길>, <마음의 꽃>, <꽃 속의 작은 이> 등 모두 10편이다. 그의 작품들은 말로 들려주기 위한 것을 글로 엮어 놓은 것이 많았는데, 그림 동화이건, 안데르센 동화이건 아주 우리 나라 동화로 만들어 읽는 이로 하여금 정이 들고, 마음의 양식이 되도록 하였다. 

 

 

 1921년 광익서관에서 오천석이 꾸민 <금방울>이라는 동화집이 있었고, 1925년 노자영의 청화집 <천사의 선물>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 부수와 인기에 있어서 <사랑의 선물>이 단연 독보적 존재였으며, 우리 나라 최초의 어린이 이야기책으로 오늘날에도 널리 애독되고 있다.

 이 책은 방정환의 여러 저서 중에서 가장 먼저 간행되었고, 또 그가 직접 낸 유일한 작품집이며, 우리나라 현대아동문학 초기의 번역동화집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가 크다. 「사랑의 선물」에는 총 10편의 세계 유명한 동화가 실려 있는데 모두 어린이를 아끼고 동정한 방정환의 사랑, 그 결정체라 할 수 있다. 그 사랑이 변하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방정환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