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24 군중과 독재 군중과 독재 무엇 때문이었건 일찍이 자신이 속했던 특권적인 신분에서 도태된 엘리트가 그 사회에 대응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그 하나는 자신을 밀어낸 체제 전반에 대해 적극적인 반역을 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회귀본능에 자신의 모든 재능과 열정을 바치는 것이며, 나머지는 자학에 시달리다 서둘러 하위 계층으로 편입되어 가는 것이다. 법과 질서에 대한 죄의식이나 선천적인 나약함 탓도 있겠지만, 군중이란 원래가 이상한 정열에 휘말리면 성난 파도처럼 휩쓸어 갈 수도 있으나, 일단 각자의 얄팍한 타산과 실리(實利)가 그 정열을 제어하게 되면 가을 벌판의 가랑잎처럼 흩어져 가고 마는 것이다. 우리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인위적으로 조직되어선 안 된다. 아무리 훌륭한 대의와 현명한 원리로 이루어지더라도 조.. 2014. 2. 19. 순수한 개인이 부재한 잔인한 시대 순수한 개인이 부재한 잔인한 시대 적을 볼 수 없다는 것 - 그 때문에 현대전의 잔학상이 있다. 항병(降兵)을 도살한 항우는 그로 인해 천하를 잃었고 포로를 학대한 나치나 일제의 장군들은 전범(戰犯)으로 처벌되었다. 그러나 포탄이나 미사일의 발사를 명한 현대전의 장군들에게는 아.. 2014. 2. 12. 지금의 결혼형태는 앞으로의 사회와 맞지 않을 것 지금의 결혼형태는 앞으로의 사회와 맞지 않을 것 지금까지와 같은 결혼형태는 앞으로의 사회와 맞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쩌면 어느 사회학자의 주장처럼 평생 두 번을 기본으로 하는 결혼형태가 실제로 행해질 것 같은 기분이다. 그 학자의 구상은 이렇다. 한 여자를 기준으로 보면 그녀의 첫 번째 결혼은 20대 초반에 20년 연상의 남자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정도의 연령이면 삶을 즐길 경제적. 정신적인 여유나 학식. 교양. 원숙미는 물론 성적(性的)인 기교까지 젊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기에 필요한 조건을 다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 이십 년을 살다가 남자는 모든 것을 젊은 아내에게 넘겨주고 죽거나 양로원으로 가고, 그 사이 중년이 된 여자는 이번에는 20년 연하의 남자와 결혼한다. 이때 여.. 2013. 8. 21. 이문열 장편소설 『레테의 연가』 이문열 장편소설 『레테의 연가』 이문열(李文烈, 1948~ )의 장편소설로 1983년도에 [중앙일보]사에서 초판을 출간한 이래 현재까지 무려 41쇄나 발행한 바 있는 밀리언셀러다. 작가의 작품 중에서는 드물다고 할 수 있는 연애소설이다. 이 작품을 통해 작가는 '사랑'이라고 하는 억제할 수 없는 인간본연의 심리와 '도덕률'이라고 하는 사회규범, 가치의 문제를 첨예하게 다루고 있다. 이 소설은 27세의 미혼 여성이 기혼남인 한 미술가를 사랑하게 되는 동기부터 결말까지를 일기의 형식으로 쓴 글이다. '나는 내일이면 한 남자의 아내가 된다.' '여성에게 있어서 결혼은 하나의 레테(망각의 강)이다. 우리는 그 강물을 마심으로써 강 이편의 사랑을 잊고, 강 건너편의 새로운 사랑을 맞아야 한다. 죽음이 찾아올 때까.. 2012. 11. 20. 이문열 대하소설 『대륙(大陸)의 한(恨)』 이문열 대하소설 『대륙(大陸)의 한(恨)』 이문열(李文烈, 1948~ )의 역사소설로 1985~1986년 [중앙일보]에 연재되었으나 소위 ‘재미없는’ 소설로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이 소설은 이라는 제목으로 1~2부가 출간된 적이 있고, 다시 라는 제목으로 1~3부가 출간되었으나 역시 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후 작가는 이 책에 바쳤던 열정과 노고에 비해 보잘것없는 성과가 마음에 걸렸고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내용의 중요성을 떠올렸다고 한다. 역사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에 「대륙의 한」이라는 제목으로 바꾸고 내용을 보완하여 5권으로 일단락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썼다. 이 시대 최고작가의 작품인지 의심될 정도로 삼류 '무협소설’ 냄새를 풍기는 이 소설에서 생각할 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보.. 2011. 6. 3. 이문열 단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 단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문열(李文烈. 1948~)의 단편소설로 1987년 6월 [세계의 문학]에 발표되어 제11회 [이상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다.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권력의 형성과 붕괴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이 작품은 1980년대의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보여준다. 불합리한 상황 속에 놓여있는 인간들의 삶의 모습을 비판적인 각도에서 성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단순히 권력의 본질과 붕괴를 보여주고 있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응하는 ‘나’의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아주 뛰어난 내레이션 기법으로 나타나고 있다는데 더욱더 가치가 있다. 이 작품은 한국적 정치현상을 우의적으로 표현한 점이 높이 평가되어 1987년 제11회 [이상문학상]을 .. 2010. 11. 8. 이문열 단편소설 『익명(匿名)의 섬』 이문열 단편소설 『익명(匿名)의 섬』 이문열(李文烈. 1948~ )의 단편소설로 1982년 3월 [세계의 문학]에 발표되었다. 『익명의 섬』은 친인척으로만 이뤄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동네 아낙들과 덜 떨어진 듯한 남자 깨칠이의 은밀한 관계를 다룬 소설이다. 동네 사람과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유일한 남자인 깨칠이는 아낙들 대부분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다. 미치광이 행세를 하며 아낙들의 비밀을 지켜주는 깨칠이와 ‘익명의 섬’인 깨칠이를 통해 억눌린 성을 분출하는 아낙들에 대한 내용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소외와 익명의 기능을 환기한다. 1980년대의 산물로서 단편소설 『익명의 섬』은 하나로 고정된 1980년대를 해체하고 복수의 1980년대를 그려 보임으로써 작가 이문열이 지각한 80년대에 대한 문제의.. 2010. 9. 17. 새지 않은 밤 / 이문열 새지 않은 밤 이문열(1948~ ) 이것은 오래전 내가 서울서 겪은 영락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그 무렵 나는 이것저것 모든 것으로부터 쫓겨 작은 가방 하나 만을 들고 아스팔트 위를 헤매던 방랑자였습니다. 그리고 그날, 날이 저물어 올 때쯤에는 나는 드디어 아무 데도 갈 만한 곳이 없었습니다. 원래 그 거리에는 친구들도 있고 인척도 더러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그들이 모두 머리를 흔들 만큼 신세를 진 후였던 것입니다. 나는 별수없이 그때만 해도 그 거리 어디에나 흔하던 무허가 여인숙을 찾아들었습니다. 독방이 300원, 합숙이 200원. 그런데도 제 주머니에 남은 것은 고작 500원뿐이었습니다. 내가 가방 속에 든 일거리를 그 밤 안으로 끝낸다 하더라도, 그것을 돈과 바꾸기 위해서는 최대한 가진 돈을 아껴야 하.. 2010. 8. 20. 이문열 장편소설 『황제를 위하여』 이문열 장편소설 『황제를 위하여』 이문열(李文烈. 1948∼)의 장편소설로 1980년 9월 [문예중앙]을 통해 발표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 자신도 시시덕거리며 썼다고 하고, 드라마로 만들어지기도 했을 만큼 코미디의 희극적 즐거움을 갖추고 있다. 세르반테스의 소설 의 플롯을 따르고 있으며 보다 웃기는 소설이지만 마냥 즐거운 얘기는 아니다. 문학평론가 김현은 이 소설을 '이문열의 가장 중요한 소설'이라고 말했다. 한국 현대사와 현대 사회에 대한 이문열의 시각과 비판이 시간 순서대로 빠짐없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이 씨의 500년 왕업이 쓰러진 뒤, 하늘이 내린 800년 운수를 받들어 계룡산 아래 신도내에 개국한 '조선국 태조 광덕대비 백성제'의 일대기를 기록한 실록이다. 잡지사 기자인 화자는 계.. 2010. 8. 9.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 『이문열과 김용옥』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 『이문열과 김용옥』 언론인·정치평론가·대학교수 강준만(康俊晩 , 1956~ )이 쓴 교양서적으로 2001년 발간되었다.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지식인임이 분명한 이문열과 김용옥, 두 사람은 최근 십 몇 년간 문단과 학계, 신문지상과 방송가에서 떠들썩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들이다. 독설과 직설의 비평으로 이름난 저자 강준만은 공교롭게도 194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을 각각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두 권의 책으로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기존의 치열한 논쟁과,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온몸으로 웅변해 보이고 있는'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의 양상이 한국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 2010. 1. 2. 이문열 장편소설 『젊은날의 초상(肖像)』 이문열 장편소설 『젊은날의 초상(肖像)』 이문열(李文烈.1948∼ )의 연작소설로 1981년에 발표되었다. 「젊은 날의 초상」은 우리 시대의 격동을 젊음의 격정 속에 포괄하고자 했던 이문열의 '하구(河口)'. '우리 기쁜 젊은 날', '그해 겨울' 로 이어지는 3부작으로, 각각의 작품이 독립된 중편소설이다.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뇌, 그리고 끝없는 방황으로 점철된 주인공의 젊은 시절. 주인공은 고통을 통해 살아간다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하고, 고뇌를 겪으면서 새로운 지적인 세계에 폭넓게 접근하며, 방황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의미를 인식하게 된다. 즉, 저자는 젊은 주인공 '나'가 정서적, 충동적, 지적 모험을 겪으면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는 과정을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젊은 날의 초상」은 1960년.. 2009. 11. 24. 이문열 장편소설 『영웅시대』 이문열 장편소설 『영웅시대』 이문열(李文烈, 1948~ )의 장편소설로 1982년 9월부터 1984년 6월까지 『세계의 문학』에 연재되었다. 1979년 중편 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됨으로써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 이후 , , , ,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보여주었던, 1980년대 이후 가장 많은 독자를 가진 인기작가이다. 이 소설은 일제치하, 8ㆍ15 해방, 6ㆍ25전쟁을 전후한 민족의 격동기에, 이념으로 인해 고통받는 지식인과 그의 가족들이 겪어가는 시련을 통해 한국현대사의 실상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이 작품은 크게 영남 대지주 아들이면서 해방 직후 남로당계 공산주의자로 활동하다 월북하여 북에서 겪게 되는 이동영의 삶과 남쪽에 남은 아내 조정인과 그의 자식들의 고난에 찬.. 2007. 12. 4.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