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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문화특권주의와 지식 폭력 『이문열과 김용옥』

by 언덕에서 2010. 1. 2.

 

 

 

 

문화특권주의와 지식 폭력 『이문열과 김용옥』

 

 

 

 

 

 

두터운 독자층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한국 사회의 대표적 지식인임이 분명한 이문열과 김용옥, 두 사람은 최근 십 몇 년간 문단과 학계, 신문지상과 방송가에서 떠들썩한 화제를 불러일으킨 인물들이다.

 독설과 직설의 비평으로 이름난 저자 강준만은 공교롭게도 1948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을 각각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이라는 개념을 통해 두 권의 책으로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두 사람을 둘러싼 기존의 치열한 논쟁과,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온몸으로 웅변해 보이고 있는' 문화특권주의와 지식폭력의 양상이 한국 사회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주고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강준만이 스스로 '나 놀면서 책 쓰는 사람 아니다. 무슨 조교 시켜서 책 쓰는 사람도 아니다"며 더 할 말이 많지만 두 권으로 쓴다는 이문열과 김용옥 이야기는 읽기에 따라 재미있는 책이다. 또한 읽는 이에 따라 시원하면 시원한대로, 불편하면 불편한대로, 그의 노골적이고 신랄한 필치는 이문열과 김용옥, 한국 문단과 학계, 이 사회가 뒤집어쓰고 있는 허위에 대한 고발임에 틀림없다. 1948년생 동갑내기 이문열과 김용옥은 둘 다 기득권 세력의 피해자였다. 그러나 이후 그들은 상이한 방법을 통해 한국 사회에 복수했다. 이문열이 수구 기득권 체제를 껴안는 정치 개입을 통해 정치권력을 누렸다면, 김용옥은 기존의 문화특권에 도전하는 파격과 기행을 통해 지적 엔터테이너로 인정을 받으며, 보통사람들을 대상으로 유사 종교적 권력을 누리게 된다.

 

 

 

 

 

 이문열은 자신의 극언이 '곡학아세'라는 비판에 대해 “정치인의 잣대로 문화인을 폄하하지 말라”고 항변한다. 우리는 이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인은 정치인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며 정략적이지 않다는 편견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치권력보다 더 부드럽고 노골적으로 행사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화 권력에 대해선 너그럽다. 정치권력이 늘 비판의 칼날을 받고 있다면 문화 권력은 비판의 사각지대에서 책임으로부터 면제된 특권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은 정치인이나 일반인들보다 지적으로, 그리고 도덕적으로 우월한 존재들인가 하는 점이 이 책의 요지요 논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강준만(전북대 신방과 교수)은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다'라는 평가를 받는 얼마 안 되는 좌파 지식인 중의 하나이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에게 '유별나다'는 평가는 흠이 되지는 않을지는 몰라도 듣기에 좋은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강준만은 그런 소리들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입바른 소리를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세력에게나 퍼부어대며 책을 양산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별나다'는 사람은 강준만의 입바른 소리가 성가신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인이라면 겸손하고 자신의 의견을 직선적이고 감각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냉철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식인 상에서 강준만은 완전히 반대쪽 극에 서있다. 강준만의 문체는 매우 직선적이고 도발적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강준만이 제기하는 문제 또한 그의 문체를 닮아 있다. 왜냐하면 강준만이 문제 삼는 부분은 많은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준만의 비판은 더욱 전투적이고 신랄할 수밖에 없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학벌 중심주의, 비합리주의 등의 요소는 현재의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일종의 행동 규칙으로 정착된 면이 있다. '좋은 것이 좋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강준만의 비판은 바로 그러한 '은밀한 합의'를 불편하게 만드는 면을 가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그의 문체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강준만에 대한 비판의 근거이기도 하다.

 너무나 직선적인 문체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는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까지도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에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그리고 너무 공격적인 방식은 논리와 합리성에서 벗어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강준만의 대답은 무엇일까? 다음과 같다. "매달 원고지 600장 분량의 글쓰기 작업을 한다. 그래서 문장과 논리가 거친 게 사실이다. 그게 내 단점이자 한계다. 그러나 내 글쓰기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교양이나 지식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왕따」당할 각오를 하고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책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보자.

 

제1부 이문열

1. 왜 사람들은 이문열의 소설을 사랑하는가? : 이문열 소설의 '마력'을 해부한다

2. 이문열의 곡학아세 논쟁 : 이문열과 문언유착

3. 이문열의 진정한 자전 소설 :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4. '지식폭력'의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 『시대와의 불화』를 해부한다

5. 선거 때만 되면 몸살을 앓는 이문열 : 왜 이문열은 정치 없인 살 수 없나?

6. '시대와의 간통'을 저지른 '문화권력' : 우리들의 일그러진 이문열

7. '문화 다원주의'에 적대적인 문화권력 : 이문열의 마광수 모독과 탄압

8. '이문열 현상'의 비밀 : 이문열과 '젖소 부인'의 관계2

9. 이문열의 '심층적 상업주의' : '그녀를 만나거든 내가 울고 있다고 전해다오?'

10. 이문열을 보면 한국 사회가 보인다 : 이문열의 '성공 이데올로기'

 

제2부 김용옥

1. 김용옥은 '지식폭력'의 희생자였다 : 'KS'와 '하버드'의 정치학

2. 극단적 옹호와 극단적 비판 : 김용옥을 둘러싼 다차원적 갈등 구도

3. 지식인상을 둘러싼 '문화 충돌'인가? : 서지문의 김용옥 비판에 대해

4. 철학의 광신적 대중화인가? : 김진석의 김용옥 비판에 대해

5. 철학이 '엔터테인먼트'가 되면 안 되나? : '지식폭력'에 대한 김용옥의 화려한 복수

6. 김용옥을 둘러싼 '거품'에 대해 : 김용옥의 오만을 경계한다

7. '철학자'와 '엔터테이너' : 김용옥 비판에 대한 반론에 답한다

 

제3부 이론적 논의

1. 문화권력과 문화특권주의 : 책임지지 않는 권력은 위험하다

2. '지배 이데올로기'로서의 '지식폭력' : '삶'과 '앎'을 분리시키는 국민사기극

3. 좌파·진보적 지식인들의 '지식폭력' : 이데올로기를 방패로 삼는 이문열

4. 왜 '지식폭력'으로부터의 탈출이 어려운가? : 이문열 지지자들의 심리 구조

5. 맺는 말 : '지식폭력'의 종언을 위해

 

 

  위의 소제목에서 짐작이 가겠지만 책의 내용은 이문열과 김용옥의 단점과 문제점에 대해서 종합선물 세트 식으로 열거되어 있다.

 이 책 읽기의 키포인트는 그러한 단점과 문제점들이 저자의 과격하고 직설적이며 도발적인 문체로 인하여 희석되고 있다는 점이다. 책을 읽다보면 이문열과 김용옥의 단점과 문제점은 강준만의 문제지적 방식으로인해 장점으로 보이게 하는 기현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이문열과 김용옥의 사회문화적인 장. 단점을 파악하게 하는 유용한 자료이며 글 쓰는 이의 평정심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실감하게 하는 책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