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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머슴애'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5. 8.

 

'머슴애'의 어원

 

 

사전들이 ‘머슴애’에 대해 ‘머슴살이하는 아이’에다 뜻을 한정시켜 놓고 있는 사실에 나는 반대한다. 과히 야하지도 않고 ‘사나이’나 ‘사내’라는 말로써 가름할 수 없는, 조금쯤 더 전통적인 냄새가 풍기며, 그 위에 어리광스럽고, 풀내음ㆍ바다내음이 어려 있는 향토색 짙은 말인 것을, 굳이 버리기로 든 생각에 반대한다는 말이다.

 더구나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요새같이 ‘우먼 리브’가 어쩌고 하는 세상에서는 설사 ‘어른 머슴애’들이 그렇게 하자고 해 놓았다 하더라도 ‘어른 가시내’ 쪽에서 들고일어나 표준말에 올려놓을 만한 말이기조차 한 것이다.

 낮춤말(卑語)의 인상이, ‘머슴애’나 ‘가시내’에 없는 것도 아니지만, 처음부터 쓰지 말자고만 해 버려야 하겠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 머슴아, 자슥이 우째 그리 시원치가 않노?”

 나이 지긋한 처지로도 ‘머슴아’라고 찬구를 무르면서는 동시에 친근미를 담는 정다운 표현으로 될 수 있는 것이며, 아랫사람에게 그리 부르면서는 조금쯤은 애교를 섞는 감정을 곁들이는 터였다.

 “가시내들이 머리를 풀다니(낭잣머리에 대한 단발머리나 파마머리를 이름), 그래농깨 생때같은 머시매놈들이 죽을 껏 아니냔 말여!”

 6ㆍ25를 전후해서 남도 쪽 노인네들이 낭자 않고 양머리 트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머리칼 자르는 여성들을 보고 통탄해하며 뱉던 말인데, 지난날엔 남성이 죽을 경우 여성이 산발(散髮)하던 데서 나온 말이었다.

 현대적인 언어감정으로 따질 때도 '사나이'에서는 남자 일반을 이름과 함께, 그 남성다운 기상(氣象)이 번뜩임을 느끼게 되는데, '머슴애'에서는 그저 다정하고 가까우며 조금은 어리숙한 곳이 있을까지가 연상되는 남자 일반을 이른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사실 아주 옛날에는 모든 남성이 곧, 오늘날의 사전이 해석한 ‘오므라진 뜻’대로 ‘머슴살이하는 아이’ 신세였을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 적어도 ‘머슴애’라는 말이 생겨난 배경은 농경사회의 그것이었을 것이라는 데서 그러하다. 남성 일반은 들로 나가 일하는 것이었고, 설사 여성 일반이나 거든다고 해도 남성의 본디 일이라는 것이 머슴살이 같았던 것이 아니었을 일인가.

 한자인 ‘男’자를 보아도 그러한 상황은 점칠 수 있게 된다, ‘男’자는 ‘田’자와 ‘力’자로 되어 있다. 설문(說文)에는, ‘男, 丈夫也, 田力 言男子力於田也’라 나와 있으니, ‘男’자는 ‘田’과 ‘力’의 회의문자(會意文字)로서, 남자(男)라는 것은 밭(田)에 나가 밭갈이 일을 해야(力)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田’과 ‘力’으로 ‘男’자를 만들었다.

 이렇게 볼 때 ‘男’을 ‘사내 남’ 함은 훨씬 후에 점잖게 이르면서 붙은 것이요, ‘사내 남’ 하기 전에 ‘머슴애’라는 말이 먼저 쓰였던 것이나 아니냐 하는 생각을 품게 해 준다. 핫바지저고리에 자게를 지고, 작대기로 지게 통발 두들기며 ‘육자배기’ 한 가락 길게 뽑으면서 산모퉁이를 돌던 그 사람들만이 머슴애는 아니다. 뽕바구니 이고 밭이랑 길을 돌던 댕기머리들만이 가시내가 아닌 것과도 같이. 오히려 현대에 더 많이 살리고 싶은 말이다. 찐덕찐덕한 내 살붙이의 체온이 서려 있는 말 같이만 느껴진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머슴은 고공(雇工)·고용(雇傭)·용인(傭人) 등으로도 불렸다. 1527년(중종 22)에 나온 최세진(崔世珍)의 ≪훈몽자회 訓蒙字會≫에 고공이 머슴으로 표기된 점으로 보아 머슴의 어원이 상당히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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