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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마담'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5. 4.

 

'마담'의 어원

 

 

19세기 프랑스 사교계의 마담들이 오늘날 동양의 개발도상국 '코레'라는 나라에서 쓰는 '마담'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기절초풍하고 말 일이다. 요란한 매무새로 무도회에 나가면, 세상의 쾌한(快漢)·고관·명사들이 은근히 손을 뻗어 한번 추기를 권하는 대상인 귀부인 '마담'이었을 때 말이다.

  “마담, 이거 왜 이래? 도대체 이 집구석에선 술을 파는 거야, 마는 거야?”

 20세기 후반기 코레의 술집 마담 신세는 어쩌다가 술꾼의 반말을 들어야 하고, 웃음을 팔아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더 가까이, 더 가까이…”

 거슴츠레 뜬 눈길은 욕정에 불타 있다. 그 손이 치마를 쓰다듬는다. 속에서야 먹은 것이 그대로 되올라오는 감정이지만, 그렇대서 불쾌하게 뿌리칠 수만도 없다. 만약 그랬다간 큰일이다.

  “이봐, 주인 없나? 어디서 이따위를 마담이라고 데려다 놨어?”

 고객은 왕이라던가, 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단골손님의 서슬에 '주인마님'도 설설 긴다.

 다방에는 '가오마담'이라는 희한한 마담도 있다. 그 '가오마담'의, 그야말로 얼굴(가오: 顔) 생김생김과 아양 여하에 따라 그 다방의 매상고는 고무줄같이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한다는 것이다. 한때는 '유한마담'에 ‘계(契) 마담’도 있었다. 요컨대 살림하는 전형적인 ‘가정부인’과는 대칭의 개념 속에 있었으니, 이 ‘마담’이 이 사회의 공기를 흐려놓는 데에 이바지를 한 셈이었다.

 그 마담(madame)이, 말로 따지자면 성스러운 ‘마돈나(madonna)'와 줄기를 함께 하고 있다. 이상화의 시가 떠오르는 '마돈나'이지만, 지금의 이탈리아어 '마돈나(madonna)'는 라틴어인 ‘mea domina(my lady)’에서 온 것이고, 그 mea domina가, 프랑스에서는 지난날 ma dame이라는 형태로 표기되면서 마님 내지는 비전하(妃殿下) 같이 귀부인에 대한 존칭으로 쓰였던 것이고, 다시 17세기에 내려와서는 기혼부인에 대한 정중한 호칭으로 쓰이면서 단독으로도 성이나 칭호 앞에 붙여 부르게 되었다. 그리고 철자도 아예 붙여서 madame이라 하게 되었다.

 이 madame가 영어ㆍ독일어ㆍ이탈리아어 같은 데로 흘러들어 갔다. 이탈리아어로 가면, madama(마다마)로 되는 것이며, 독일어로 들어가선 madam(e)(마담), 영어로 들어가선 madam(매덤)으로 되었다.

 우리가 외래어 표기를 하면서 이 ‘마담’이 좀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어 위주로 생각하던 이들이 ‘매덤’ 쪽을 주장한 때문이다. 일반이 쓰는 것도 ‘마담’ 쪽이요, 또 말의 생겨남으로 봐서도 프랑스어 쪽에 근거한 '마담'이 자연스러운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우리네 다방의 '가오마담'들, 성모 마리아를 이르는 '마돈나’와 같은 항렬로 불리는 것을 결코 창피하게, 혹은 열등감으로 받아들이지들 마시라!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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