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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딴따라'의 어원

by 언덕에서 2023. 7. 28.

 

'딴따라'의 어원

 

 

 

‘딴따라’ 또는 ‘딴따라패’ 같은 말이 사전에는 올라있는 것 같지 않다. 가령, '대중음악인을 낮추어 일컫는 말' 같은 풀이를 달고서 사전의 한 줄을 차지할 만한 것 같은데 없다. 없는 건 없는 거고, 벌써 '딴따라' 하면 얼른 떠오르는 이미지가 대중음악 쪽이다.

 그런데 요즈음에 이르러서는 ‘딴따라패’ 하면 남의 깃대잡이노릇하는 사람까지 일컫게 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남의 행렬 앞장서서 빼빼거리면서 불고 치고 하는 축이라는 데서 인지도 모른다.

 “자네 아직도 딴따라팬가?”

 악단에서 아직 나팔 부느냐는 물음은 이와 같은 말로도 충분하다. 우리가 보통 아는 말에는 ‘풍각장이’라는 것이 있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시골에 서커스단이 들어와 예고하느라고 시내를 누비며 치고 불고 다닐 때 갓을 쓴 영감네들이 하는 소리는,

 “ 그 풍각쟁이 꽤나 구성지군그래.”

였다. 본디 ‘풍각(風角) 장이’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한바탕 치고 불고 한 끝에 돈을 구걸하던 축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것이 나중에 이르러서는 음악인 일반을 낮추어 일컬을 때에 쓰이게 되었다. 하기야 음악인이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터이니까 풍각쟁이 그 말로써 어쩌면 업신여기는 뜻을 곁들이면서 썼던 것이리라.

 그 ‘풍각장이’가 ‘딴따라’라는 신식말로 바뀐 것이다. 가사를 안 붙이고, 곡만으로 노래할 때는 ‘딴따라 딴…’ 같은 소리로 대체하여 부르던 것도 이 무렵부터가 아닐지 모른다. ‘딴따라딴 딴따라딴…’ 해 가면서 행진곡도 부르던 것이었다.

 진짜 딴따라패 한 사람을 만났더니 말한다.

 “내가 딴따라팬데, 여보게, ‘딴따라’란 말은 어디서 왔나?”

 하여간 '풍각쟁이' 같은 말보다야, 어딘지 찌릿한 여운을 주는 말이기도 하여 생각해 보니, 코큰이 쪽에서부터 온 게 아닐까 생각되는 것이었다.

 영어의 ‘tantara’는 의성음(擬聲音)이다. 나팔이나 피리소리를 나타내는 말이다. 또 그와 비슷하게 'taratantara'라고도 표기하는 일이 있다. 전자는 그 발음기호대로 읽을 때 ‘탠태러’이고, 후자는 ‘태러탠태러’가 된다고 하지만, 우리말이 일제의 통치를 겪는 사이에 그들의 말을 통하여 심어진 것이 특히 외래어의 경우 많다고 할 것 같으면, 이 ‘tantara’와 'taratantara'도 그들이 그들 표준으로 발음하면서 악기의 소리를 나타낸다는 뜻에서 음악인을 가리키기 시작한 것을, 우리가 그대로 받아들여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도 든다.

 아닌 게 아니라, tantara나 taratantara는 일본말로 외래어 표기를 할 경우, 지금 우리가 쓰는 ‘딴따라’에 비슷한 소리로 되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가사 없이 곡으로만 부를 때 내는 소리 ‘딴따라딴’ 따위도, 근본은 여기서부터 비롯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이은상(李殷相) 작시(作詩)의 <성불사의 밤>에는 ‘뎅그렁 울릴 제면 또 울릴까 맘 졸이고…’ 하는 대목이 있어 종소리의 경우 ‘뎅그렁’ 또는 ‘댕그렁’으로 나타내기도 하지만, 우리 선인네들이 악기의 소리를 나타내는 데 있어 ‘딴따라’ 비슷한 말을 쓴 것 같진 않다.

 가령, ‘딩동댕동’은 가야금이었고, 피리소리는 ‘삐빼삐빼’, 나팔소리는 ‘때때’ㆍ‘따따’, 북소리는 ‘둥둥’ 같은 것이나 아니었던가.

 ‘딴따라’는 역시 코큰이 쪽의 말에 시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의성음이 그 소리의 주인공을 가리키게 발전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는 것이니, ‘끼꼴끼꼴’ 우는 꾀꼬리에, ‘쓰르르쓰르르’ 우는 쓰르라미에, ‘개골개골’ 우는 개구리 따위를 예로 들 수 있겠다.

 

 

- 박갑천 : <어원수필(語源隨筆)>(1974) -

 


 

☞ 주(註) : 국립국어원 편찬 <표준국어대사전>(1999)에는 ‘연예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