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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고령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by 언덕에서 2024. 2. 17.

 

 

 

고령자에게 주어진 권리는 포기하는 편이 낫다

 

노인들이 좀 더 사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난치병의 권위자로 불리는 명의가 자주 소개되는데, 시간과 능력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한 달에 수십 명밖에 수술할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젊은 사람부터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 마땅합니다. 치료에 필요한 백신이 한정되어 있다면 수혜 받을 고령자로서 먼저 수혜 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국가 제도나 의료 수혜에서 만인은 평등합니다. 따라서 고령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양보해야 합니다. 국가가 고령자를 버리는 것이 아니고, 젊은이가 권리를 양도하라고 요구하는 것도 아닌, 고령자가 자신의 의지로 또는 미학으로서 양보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고령자의 양보가 당연한 미덕으로서 실천됐습니다. 누구도 입 밖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다들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나이가 들면 자연스레 갖춰야 할 현명함으로 사회에서 노인이 존경받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60세 생일을 맞아 친구들과 환갑 기념으로 한국을 여행했습니다. 부산에서의 첫 식사 메뉴는 불고기였습니다. 가이드는 “이 식당은 얼마든지 먹어도 값은 똑같으니까 많이 주문하세요.” 하고 친절을 베풀었지만, 친구 중 한 명이 “첫날이니까 과식하는 건 안 좋을 것 같아요. 이것만 먹고 그만 시키죠.”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적당히 사양하고 조금 모자란 듯했지만, 덕분에 접시를 깨끗이 비웠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문득 “나이가 들더니 이제야 좀 사람다워졌네.” 하고 감동했던 기억이 납니다.

 

- 소노 아야코 저 『노인이 되지 않는 법』(리수) 21~2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