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을 겪은 덕분에
어렸을 때 우리 집은 가정 폭력이 있었다. 내가 선택할 수만 있다면 평화로운 가정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나를 평화롭지 못한 가정의 외동딸로 선택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운명에 순종하고, 적극적으로 이를 개척하는 수밖에 없었다. 소녀 시절에 매일같이 이런저런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그 바람에 무척 이른 나이에 인생은 비참하고 어둡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나이에 인생의 밑바닥을 경험한 덕분인지 작은 도움에도 한줄기 빛을 만난 것처럼 감사하는 버릇이 생겼다. 아무리 어두운 터널 속에 있더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알게 되었다. 세상이 살기 어렵다지만 매년 조금씩이나마 좋아지는 모습도 있다. 나는 그 작은 변화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 별것도 아닌 일에 고마움을 느끼는 현재의 내 모습이야말로 그 시절 나를 괴롭혔던 쓰라린 운명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 소노 아야코 「약간의 거리를 두다」(책읽는 고양이) 4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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