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242 만추(晩秋) 만추(晩秋)수능시험이 끝난 후의 며칠의 날씨는 마치 봄날 같아서 집 인근의 공원을 산책하며 몽환적인 느낌을 가지곤 했다. 특히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의 날씨는 3월 중순의 날씨 같아서 매일 평안했다. 아는 분의 부음을 받는 일과 친지가 병으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는 일은 요즘의 내.. 2017. 11. 29. 가을 풍경 Ⅱ 가을 풍경 Ⅱ 달력을 한 장만 넘기면 이 해의 마지막 달력 얼굴을 맞이하는 듯하다. 지나 보낸 일들에 대해 항상 아쉬워 하지만 남은 기간에 뭔가 최선을 다하면 미련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 하는 식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10여년 전, .. 2017. 11. 21. 가을 풍경 Ⅰ 가을 풍경 Ⅰ 저는 다큐멘터리나 풍경 사진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는 사진'은 사진으로서 별 가치가 없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입니다. 봄이면 매화가 피는 철로 변의 언덕에 수백 명의 진사가 진을 치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기차가 매화 언덕으로 오는 장면을 찍기 위함입니다. .. 2017. 11. 16. 가을 바다 가을 바다 작년에는 사진 강의도 듣고 책도 여러 권을 사서 읽는 등 열심히 사진 공부를 했는데, 금년에는 (젊은이들의 표현처럼) ‘완전’ 개점휴업 중입니다. 뜨겁던 열정이 식어 무관심으로 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스스로 그 이유를 찾아보니 사진을 배우려 했던 동기에 있었다는 .. 2017. 11. 14. 새벽 빗자루들의 춤 새벽 빗자루들의 춤 고은의 시 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1. 어떤 장례식 한 사람의 인생은 화장 후 한 줌 재가 되어서 정리되고 있었다. 국군묘지. 경남 산청에 그런 곳이 있다는 것은 그날 처음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앞집 아저씨인 친구 부친이 전쟁 유공자였다는 사실도 그렇다. 나의 죽마고우인 상주(喪主)는 동일인인 전처와 두 번의 이혼을 당한 상태에서 천붕(天崩)을 맞이했다. 고인은 내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고마운 분이셨다. 대학을 졸업할 즈음의 내가 대기업 입사가 확정되었을 때 두 말 않고 회사에다 보증을 서주셨다. 그 이전에 돌아가신 내 아버님과의 우정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배신과 사기가 판을 치던 그 시절에 친척도 아닌.. 2017. 7. 12. 한여름날의 추억(A summer memory) 한여름날의 추억(A summer memory) 588 무거운 DSLR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은 탓에 움직이기는 좋았지만 스마트 폰으로 찍은 사진의 화질은 형편없다. 다음부터는 필히 카메라를 지참해야겠다. 라오스.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의 중부에 있는 나라. 사회주의 국가. 수도는 비엔티안. 태국과 같은 민족. 인구 700만 정도임.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로 공산국가이며 보건상태가 나빠 말라리아, 폐렴, 영양실조 등이 만연하여 이 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50세라고 한다. 패케지 상품으로 이 나라를 우연찮게 여행했다. 우리나라의 50년.. 2017. 6. 5. 근경일기(近頃日記) 근경일기(近頃日記) 1월 27일 금 연휴이기에 그간 읽다 만 책들 중 두 권은 한나절 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여류 작가가 쓴 장편 소설로 제목은 하성란의 과 전경린의 이다. 전자는 소설의 개연성이란 면에서 스토리가 무책임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후자는 과잉 감상이 과잉의 관념을 만든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두 권의 소설은 과거 우리 세대가 만홧가게에서 빌려보던 무협지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다독(多讀)만이 능사는 아니다. 책을 읽더라도 좋은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내일이 설날. 아내의 요청으로 딸아이와 재래시장에 갔다. 방년 24세. 이제는 시집을 가도 이상하지 않은 다 큰 처녀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와 함께 갔던 시장이라고 하니 놀란다. 무엇을 사야 하고 .. 2017. 2. 3. 어디에 계십니까? 어디에 계십니까? 1. 오발탄 고속버스 터미널 행 시내버스를 탄 적이 있다. 가는 도중 정거장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을 내다보니 연세가 여든은 넘어 보이는데, 머리부터 옷까지 희다 못해 새하얀 느낌을 주는 노인이었다. 바람이 불면 바스러질 것 같은 기분.. 2017. 1. 12. 우정, 친구 사이의 정 우정, 친구 사이의 정 1. 사소한 말다툼으로 헤어진 어린 시절의 친한 친구가 있었다. 젊은 날의 객기(客氣) 탓이었다. 주위 친구들의 권유도 있고 해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무려 10년 만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병색이 깊어 보였다. 소문을 들으니 갑상샘에 이상이 생긴 희귀질환으로 몸무게가 무려 50kg이 늘었다가 제대로 된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후에야 체중이 빠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살이 쪘다가 '쑥' 빠진 얼굴은 바람 빠진 풍선과 같아서 나이보다 늙어 보였고 주름이 지나치게 많아 보였다. 10년 만의 해후였으니 그간 세월이 많이 흐른 것은 틀림없어 보였다. 1, 2분 정도의 어색함이 사라지니 금방 10년 전의 사이로 돌아간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시절부터 둘이 만나면 하는 일이 술 .. 2016. 12. 23.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1. 초등학교 1학년 때 나보다 한 살 많은 '김성태'라는 반아이가 있었다. 2학년에도 같은 반이 되었는데 갑자기 '구성회'라는 이름으로 바뀌어서 놀랐던 적이 있다. 알고 보니 그 아이 어머니가 재혼해서 이름도 바뀐 것이었다. 삼십 대 후반에 ‘아이 러브 스쿨’이라는 동창 찾기 사이트가 유명해져서 그 시절 친구 중 한 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잠시 쉬고 있는 ‘개업의(開業醫)’라고 소개했는데, 그 '구 아무개'로 성과 이름이 바뀐 친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외할머니 슬하에서 외롭고 불행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성년이 되어 마약중독 상태로 지내다가 최근 자살했다는 것이다. 죽은 이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지만 잘 알던 사이여서 상당한 충격으로 받아들인 적이 .. 2016. 12. 9. 꿈 이야기 꿈 이야기 1. 송년회 고교 반창회가 열렸고 이번에는 평소보다 많은 숫자인 8명이 참석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동욱이는 몇 년 만에 참석했는데, 손주를 본 탓인지 완전한 늙은이가 되어있었다. 대학교수인 원일이는 해당 학과가 폐과(廢科)되어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하게 되었다며 시무룩해 있었다. 장소는 횟집이었고 동해에만 난다는 가자미회가 준비되어 있었다. 생선회 뿐만 아니라 서비스로 나온 삶은 문어와 고동, 멍게 등이 먹을 만했다. 누군가가 소맥을 돌리기 시작했고 몇 순배 돌자 다들 취색이 짙어갔다. 그날의 주제는 단연 MS 박이었다. 불쌍하다는 의견이 소수 있었지만 의식수준이라는 측면에서 뭔가 모자라도 아주 모자라는 인물이고, 또 파렴치 하다 의견이 주류였다. 그렇게 모자라는 이를 주군(主君)으로 모시는 정파.. 2016. 12. 2. 초겨울 주변 초겨울 주변초겨울 주변 마종기(1939 ~ ) 겨울은 맨 먼저 혼자 쓸쓸히 내 팔짱에 오고 조용히 바람 소리 내고 손바닥에 흘러내린다 내가 좋아하던 나그네는 벌써 빗장을 걸고 잠이 들었지. 때없이 허허로움은 늦저녁 긴 그림자 같다. 그림자 밟고 가는 구둣소리 같다. 용기가 없어도 오다가.. 2016. 11. 25. 이전 1 2 3 4 5 6 ···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