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Ⅱ
달력을 한 장만 넘기면 이 해의 마지막 달력 얼굴을 맞이하는 듯하다. 지나 보낸 일들에 대해 항상 아쉬워 하지만 남은 기간에 뭔가 최선을 다하면 미련이 덜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래도 한 평생, 저래도 한 평생' 하는 식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10여년 전, 회식 자리였는데 여직원이 내게 선물로 책 한 권을 준 적이 있다. 자만심이 넘칠 때라 이런 책의 내용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며 책장 구석에 처박아 둔 것이었는데, 책장 정리를 하다 오늘에야 펴보게 되었다. 표지를 넘기니 '계속 시를 쓰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항상 건강하셔야 되요'라는 정갈한 필체의 메모가 있었고, 이후 봄꽃처럼 고운 그 처자의 이미지가 기억났다.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뒤늦게나마 전해본다. 책은 평범한 수필집이었다. 지난 일요일 오후에는 인상적인 글귀에 연필로 줄을 그으며 책을 읽었다.
1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