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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화 장편소설『리남행 비행기』 김현화 장편소설『리남행 비행기』 김현화(1968~ )의 장편소설로 2007년 발표되었다. 제5회 [푸른문학상] ‘미래의 작가상’ 수상작이다. 지난 2000년 ‘국어문화운동본’에서 한 해 동안 우리말로 씌어진 글 중 가장 빼어난 글을 쓴 이에게 주는 [올해의 문장상]을 수상한 작가답게 서정적이고 간결한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리남행 비행기』는 봉수네 가족이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거쳐 태국을 통해 리남행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이 긴장감 있게 그려진 청소년소설이다. 온갖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인간애와 가족애를 잃지 않는 봉수네 식구들의 모습이 진한 감동을 주며, 천진한 봉화의 캐릭터를 비롯하여 각 등장인물의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열다섯 살 봉수는 할아버지 은효만 씨, .. 2010. 10. 27.
청빈예찬 / 김진섭 청빈예찬 김진섭(1903 ~ ? ) 이는 또 무어라 할 궁상이 똑똑 흐르는 사상이뇨 하고, 독자 여러분은 크게 놀라실 지도 모른다. 확실히 사람이 이 황금만능의 천하에서 청빈을 예찬할 만큼 곤경에 빠져 있다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그러나 이왕 부자가 못된 바에는 빈궁도 도저히 물리칠 수 없는 일이니, 사람이 청빈을 극구 예찬함은 우리들 선량한 빈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 그것은 절대로 필요한 개개의 힘센 무기요, 또 위안이다. 혹은 부유라 하며, 혹은 빈곤하다 말하나, 대체 부유는 어디서 시작되는 것이며, 빈곤은 어디서 시작되는 것이냐? 사람이 부자이기 위해서는 대체 얼마나 많이 가져야 되고 사람이 가난키 위해서는 대체 얼마나 적게 가져야 되느냐? 그러나, 물론 이것을 아는 이는 없다. 보라! 이.. 2010. 10. 26.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장편소설 『만연원년의 풋볼(万延元年のフットボ-ル』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장편소설 『만연원년의 풋볼(万延元年のフットボ-ル』 일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1935 ~)의 장편소설로 잡지 [군조(群像)] 1967년 1월호부터 7월호까지 연재되었고, 같은 해 9월에 가필하여 단행본으로 간행되었다.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수상작으로 1974년에는 존 베스터에 의해 영역 출간되었으며, 스웨덴에서 이 작품이 스웨덴어로 번역, 출판되어 주요 신문의 격찬을 받았다.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다. 제목의‘만연’은 연호이다. 이 작품은 오에 겐자부로의 고향인 산골마을에서 100년 전에 일어난 민란을 소재로 하여 썼는데 작가가 유년시절 고향 마을의 할머니들에게서 자주 들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고 한다. 특히 작품 속에는 조선인을 다룬 내용도 나.. 2010. 10. 22.
돌아가는 배 / 김성우 돌아가는 배 김성우(1934 ~ ) 돌아가리라. 내 떠나온 곳으로 돌아가리라. 출항의 항로를 따라 귀항하리라. 젊은 시절 수천 개의 돛대를 세우고 배를 띄운 그 항구에 늙어 구명보트에 구조되어 남몰래 닿더라도 귀향하리라. 어릴 때 황홀하게 바라보던 만선滿船의 귀선, 색색의 깃발을 날리며 꽹과리를 두들겨대던 그 칭칭이소리 없이 라도 고향으로 돌아가리라. 빈 배에 내 생애의 그림자를 달빛처럼 싣고 돌아가리라. 섬의 선창가에서 소꿉놀이하며 띄워 보낸 오동나무 종이 돛배의 남실남실한 걸음으로도 사해四海를 좋이 한 바퀴 돌았을 세월이다. 나는 그 종이 돛배처럼 그 선창에 가 닿을 것이다. 섬을 떠나올 때, 선창과 떠나는 배에서 서로 맞잡은 오색 테이프가 한 가닥씩 끊기는 아픔이었다. 그러나 나는 얼마든지 늘어지는.. 2010. 10. 21.
길 / 김기림 길 김기림(1908 ~ ? )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잊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젓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이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까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덕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 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 2010. 10. 19.
귀향, 화해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하여 / 정운영 귀향, 화해 그리고 새 출발을 위하여 정운영(1944 ~ 2005) 추석은 귀향이다. 그러나 그 귀향이 "새는 옛 숲을 그리워하고 고기는 옛 못을 생각한다(覇鳥戀舊林 池魚思故淵)"는 도잠陶潛의 감상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또한 그것은 "흥청한 나룻배에 올라 고향으로 간다 / 갈 곳은 붉은 노을에 잠을 깨었고"라는 스테판 게오르게(Stefan George)류의 오만한 「귀향」으로 나타나서도 안 된다. 고향은 언제나 우리에게 영원한 '힘의 샘'이기 때문이다. 어디엔가 돌아갈 거처가 있다는 사실은 분주한 문명에 찌든 도회인들에게 분명히 넓고 깊은 위안이 된다. 고향은 언제나 그 넉넉한 가슴으로 우리를 맞으면서도 구태여 그 대가를 기다리지 않기에, 아파트의 면적이나 승용차의 배기량으로 서열이 정해지는 도시의 각.. 2010. 10. 15.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이들의 생존 보고서 - 『젊은 창조자들』 스티브 잡스를 꿈꾸는 이들의 생존 보고서 - 『젊은 창조자들』 이 책은 글로벌 경제위기, 최악의 청년실업 등으로 정의되는 최악의 불황을 미국의 젊은이들이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를 적고 있다. IT·서비스·디자인·소셜 벤처·외식 업계 등을 뒤흔든 ‘틈새시장 창조자’ 63인의 기록인 것이다. 63명의 이야기 중 몇 개만 살펴보도록 하자. 첫 번째 이야기, 솝니Xobni라는 말은 inbox의 철자를 거꾸로 적은 것이다. 이 회사의 공동창립자는 24살의 애덤 스미스Adam Smith와 28살의 매트 브레지나Matt Brezina이다. 그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아웃룩의 메일함을 정리해주는 무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아웃룩 화면 왼쪽에 수직으로 자리 잡는 솝니는 메일을 보낸 사람 기준으로 분류함으로써 아웃룩에 친목 네.. 2010. 10. 14.
무소유 / 법정 무소유 법정(1932 ~ 2010) "나는 가난한 탁발승(托鉢僧)이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물레와 교도소에서 쓰던 밥그릇과 염소젖 한 깡통, 허름한 요포(腰布) 여섯 장, 수건, 그리고 대단치도 않은 평판(評判) 이것뿐이오." 마하트마 간디가 1931년 9월 런던에서 열린 제2차 원탁회의(圓卓會議)에 참석하기 위해 가던 도중 마르세유 세관원에게 소지품을 펼쳐 보이면서 한 말이다. K.크리팔라니가 엮은 을 읽다가 이 구절을 보고 나는 몹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진 것이 너무나 많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의 내 분수로는. 사실,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날 때 나는 아무것도 갖고 오지 않았었다. 살 만큼 살다가 이 지상(地上)의 적(籍)에서 사라져 갈 때에도 빈손으로 갈 것이다. 그런데 살다보니 이것저.. 2010. 10. 12.
최명익 단편소설 『비오는 길』 최명익 단편소설 『비오는 길』 최명익(崔明翊, 1903~?)의 단편소설로 1936년 [조광]지에(1936. 5∼6)에 발표된 작품으로, 병일이라는 한 인물의 눈에 비친 세계를 그렸다. 작가는 병일이라는 한 인물의 내면과 자의식을 천착하는데, 특히 주인공 병일의 심리 변화나 의식의 흐름을 성실하게 추적하는 심리소설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그는 문단과는 교섭이 없이 시종일관 실력으로 버틴 작가였다. 그가 소설을 통해 시도한 심리주의적 수법과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천착은 유항림ㆍ김이석ㆍ최정익 등 [단층(斷層)](1937)지의 동인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단층]은 중앙문단과 관계없이 평양을 중심으로 활약한 구연묵ㆍ김화청ㆍ최명익ㆍ유항림 등의 창작 동인지를 뜻하며, 그 .. 2010. 10. 11.
이런 남자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 신달자 이런 남자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신달자 (1943 ~ ) 남자 친구 하나쯤 갖고 싶다. 여자 친구보다는 이성의 분위기가 풍기면서 그러나 애인보다는 단순한 감정이 유지되는 남자 친구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 여자 친구보다는 용모에도 조금은 긴장감을 느끼고 애인보다는 자유로운 거리감을 둘 수 있는 남자 친구가 있다면 행복할 것 같다. 너무 자주는 말고 가끔은 내게 전화를 해서 건강도 묻고 가족의 안부를 물어주며 혹간은 너는 아직도 아름답다고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남자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어쩌다가 월급 외의 돈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를 떠올려 무얼 사줄까 물어 준다면 더욱 기쁠것 같다. 날씨의 변화에도 민감해서 비오는 날이나 바람 부는 날, 문득 거리를 걷다가 공중전화에 들어가 내게 전화해 주는 관심이.. 2010. 10. 9.
NOT FOR SALE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NOT FOR SALE 『누가 꽃들의 입을 틀어막는가』 미얀마 소년들은 어느 날 미얀마 남부의 자기들 마을에 잘 차려입은 태국 신사가 찾아왔다고 했다. 말쑥한 옷차림에 태국 말을 유창하게 하는 열네 살짜리 미얀마 소년과 함께였다. 신사는 마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마을 소년들이 태국에서 학교를 다니도록 학비와 생활비를 모두 지원해주겠다고 했다. “보세요. 여러분 지역 출신 아이가 얼마나 훌륭히 컸는지.” 남자는 동행한 소년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러분의 아들을 치앙마이로 데려가게 해주신다면 이 아이처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여자아이를 떠나보내야 했다면 부족사람들은 망설였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아이라면 제 살길을 찾아 더 넓은 세상에 나가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많은 부모들이 이 태국 신사에게.. 2010. 10. 7.
짝 잃은 거위를 곡(哭)하노라 / 오상순 짝 잃은 거위를 곡(哭)하노라 오상순(1894 ~ 1963) 내 일찍이 고독의 몸으로서 적막과 무료의 소견법(消遣法)으로 거위 한 쌍을 구하여 자식 삼아 정원에 놓아기르기 십 개 성상(十個星霜)이거니 올 여름에 천만 뜻밖에도 우연히 맹견의 습격을 받아 한 마리가 비명에 가고, 한 마리가 잔존하여 극도의 고독과 회의와 비통한 나머지 음식과 수면을 거의 전폐하고 비 내리는 날, 달 밝은 밤에 여윈 몸 넋 빠진 모양으로 넓은 정원을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동무 찾아 목메어 슬피 우는 단장곡(斷腸曲)은 차마 듣지 못할러라. 죽은 동무 부르는 제 소리의 메아리인 줄은 알지 못하고 찾는 동무의 소린 줄만 알고 홀연 긴장한 모양으로 조심스럽게 소리 울려오는 쪽으로 천방지축 기뚱거리며 달려가다가는 적적(寂寂) 무문(無聞).. 2010. 1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