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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여유를 생각하게 해 주는 책 『느림씨 아줌마의 우리 동네 이 자연이 주는 여유를 생각하게 해 주는 책 『느림씨 아줌마의 우리 동네 이야기』 도시를 떠나 시골에 정착해 살아가는 한 화가의 소박한 일상을 그린 책이다. 홍대 서양화가를 졸업한 저자의 동화 같은 그림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잘 어우러진다. 작가는 남편과 두 아이를 데리고 농.. 2010. 10. 4.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창녀촌의 노랑머리 1984년 8월 8일 대전에서 신영복(1941 ~ ) 징역을 오래 살다보면 출소한지 얼마 안 되어 또 들어오는 친구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또 들어와 볼낯없어하는 친구를 만나도 나는 그를 나무라거나 속으로라도 경멸할 수가 없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만기가 되어 출소하는 친구와 악수를 나눌 때도“이젠 범죄하지 말고 참되게 살아라”는, 교도소에서 가장 흔한 인사말 한 마디도 저는 지금껏 입에 올린 적이 업습니다. 그것은 그가 부딪쳐야 했고 또 부딪쳐야 할 혹독한 처지를 감히 상상하기 조차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까닭은‘도둑질해서라도 먹고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까지도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의‘생각’은 일단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는 데에 있습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생각.. 2010. 9. 30.
나무 / 이양하 나무 이양하 (1904 ~ 1963) 나무는 덕을 지녔다. 나무는 주어진 분수에 만족할 줄을 안다. 나무로 태어난 것을 탓하지 아니하고, 왜 여기 놓이고 저기 놓이지 않았는가를 탓하지 아니한다. 골짜기에 내려서면 물이 좋을까 하여, 새로운 자리를 엿보는 일도 없다. 물과 흙과 태양의 아들로, 물과 흙과 태양이 주는 대로 받고, 득박과 불만족을 말하지 아니한다. 이웃 친구의 처지에 눈떠 보는 일도 없다. 소나무는 소나무대로 스스로 족하고,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스스로 족하다. 나무는 고독을 안다. 나무는 모든 고독을 안다. 안개에 잠긴 아침의 고독을 알고, 구름에 덮인 저녁의 고독을 안다. 부슬비 내리는 가을 저녁의 고독도 알고, 함박눈 펄펄 날리는 겨울 아침의 고독도 안다. 나무는 파리 움쭉 않는 한여름 .. 2010. 9. 28.
경교(景敎)는 과연 신라에 전래되었을까? 경교(景敎)는 과연 신라에 전래되었을까? 경교? 네스토리우스파(교)의 중국 명칭 경교는 그리스도교 종파의 하나인 네스토리우스파(Nestorianism)가 중국에 전래된 이후 붙여진 이름이다. 에페소스 공의회에서 이단으로 선고된 콘스탄티노플의 주교 네스토리우스가 주창한 그리스도교 일파의 중국 명칭이다. 경교가 중국에 전해진 것은 635년(정관 9)이었다. 대진경교(大秦景敎)라고도 한다. 431년에 추방된 네스토리우스 일파는 시리아를 거쳐 이란 지방에 정착하였다. 그 뒤 페르시아 사산 왕조 때 조로아스터교의 핍박을 받았으나 국왕의 비호를 받아 존속하면서 교세를 넓혔다. 중국에는 635년(태종 9)에 대진국(大秦國:로마, 페르시아) 사람 아라본(阿羅本) 일행이 당나라 수도 장안에 도착하여 선교한 데서 비롯된다.. 2010. 9. 27.
거룩하고 경건한 건축물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으라』 거룩하고 경건한 건축물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으라』 Ⅰ 몇 년 전 부터 나는 우리나라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서깊은 사찰과 성당, 교회 등을 취재 / 집대성하여 한 권의 책을 만들리라는 거창한 계획을 갖고 있었다. 사진 촬영기술이 부족하다고 늘 아쉬워 해왔지만 그간 상당량의 자료.. 2010. 9. 25.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이어령(1934 ~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그만 이파리 위에 우주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하는 하나의 나뭇잎, 한잎 한잎이 동떨어져 살고 있는 고독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잎과 잎 사이를 영원한 세월과 무한한 공간이 가로막고 있음을.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왜 이처럼 살고 싶은가를, 왜 사랑해야 하며 왜 싸워야 하는가를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생존의 의미를 향해 흔드는 푸른 행커치프.... 태양과 구름과.. 2010. 9. 23.
노란 손수건 / 오천석 노란 손수건 오천석1(1901 ~ 1987) 남쪽으로 가는 그 버스 정류소는 언제나 붐비었다. 생기찬 모습의 젊은 남녀 세 쌍이 까불거리며 샌드위치와 포도주를 넣은 주머니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플로리다 주에서도 이름 높은 포트 라우더데일이라는 해변으로 가는 버스였다. 승객이 모두 오르자 버스는 곧 출발했다. 황금빛 사장과 잘게 부서져 오는 하얀 파도를 향하여. 차창 밖으로 추위 속에 움츠러든 회색의 뉴욕 시가가 뒤로 미끄러져 흘러갔다. 세 쌍의 남녀들은 알지 못할 곳으로의 여행이 주는 흥분 때문에 계속 웃고 떠들어 댔다. 그러나 그들도 뉴저지 주를 지나갈 무렵쯤 되어서는 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회복하여 조용해져 가고 있었다. 그들의 앞자리에는 몸에 잘 맞지 않는 허술한 옷차림의 한 사내가 돌부처처럼 묵묵.. 2010. 9. 21.
추석 ( 秋夕 ) / 신석정 추석 (秋夕) 신석정 (1907 ~ 1974) 가윗날 앞둔 달이 지치도록 푸른 밤 전선에 우는 벌레 그 소리도 푸르리 소양강 물소리며 병정들 얘기소리 그 속에 네 소리도 역력히 들려오고 추석이 내일 모레 고무신도 사야지만 네게도 치약이랑 수건도 보내야지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입대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이 다가오는구나. 잘 지내느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으리라 믿는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말은 군대를 다녀온 모든 선배들이 알고 있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디 아픈 데는 없느냐? 몇 달 동안 소식이 없으니 궁금하기 짝이 없구나. 길을 가다가도 이병, 일병 계급장을 단 앳된 군인들을 보면 네 생각에 눈물이 난다. 네가 입대하기전인 금년 1월의 어느 날 밤, 너와 둘이서 성당 앞 곰장어 집에서 .. 2010. 9. 20.
괴롭지 않은 직장생활 『행복한 출근길』 괴롭지 않은 직장생활 『행복한 출근길』 이 책의 저자 법륜스님은 1988년 수행공동체 정토회를 설립한 이래 평화, 인권, 통일 운동을 실천해왔으며, 아시아의 노벨평화상이라 불리는 ‘라몬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대인들의 공허함과 인간성 상실이 일탈을 넘어 사회문제로.. 2010. 9. 20.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여행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언젠가는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여행 『낯선 여행길에서 우연히 만난다면』 판에 박힌 직장생활을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이 있다. 언젠가는 모든 것을 툭툭 털어버리고 바람이 불어오는 머나먼 타국, 광활한 대지로 홀연히 여행을 떠나는 일이다. 직장, 가족, 금전.. 2010. 9. 18.
이문열 단편소설『익명의 섬』 이문열 단편소설『익명의 섬』 이문열(李文烈. 1948~ )의 단편소설로 1982년 3월 [세계의 문학]에 발표되었다. 『익명의 섬』은 친인척으로만 이뤄진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동네 아낙들과 덜 떨어진 듯한 남자 깨칠이의 은밀한 관계를 다룬 소설이다. 동네 사람과 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유일한 남자인 깨칠이는 아낙들 대부분과 성적인 관계를 맺는다. 미치광이 행세를 하며 아낙들의 비밀을 지켜주는 깨칠이와 ‘익명의 섬’인 깨칠이를 통해 억눌린 성을 분출하는 아낙들에 대한 내용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소외와 익명의 기능을 환기한다. 1980년대의 산물로서 단편소설 『익명의 섬』은 하나로 고정된 1980년대를 해체하고 복수의 1980년대를 그려 보임으로써 작가 이문열이 지각한 80년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보.. 2010. 9. 17.
김수환 추기경님을 보내며 / 박완서 김수환 추기경님을 보내며 박완서(1931 ~ 2011 ) 지난해 가을이었다. 강남성모병원에 입원 중인 이해인 수녀님을 문병 갔다가 같은 병동에 추기경님이 계시다는 걸 듣고 가 뵙고 싶어 가슴이 다 울렁거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노환이지만 위중하여 문병객을 사양한다는 건 이미 들어 알고 있었지만, 수녀님 '빽'이면 혹시 뵐 수 있을까 했는데, 먼저 가 뵙고 온 수녀님이 오히려 말리셨다. 편히 주무시는 시간이 많은데 의식이 있으실 때는 간호하는 수녀님들이나 문병 오는 가까운 분들에게 미안해하시고 감사를 표하고 싶어 애쓰신다는 말을 들었다. 병환 중에도 남을 배려하기 얼마나 힘드실까. 이승에서 마지막 안식을 방해하지 않는 것도 추기경님을 위하는 길인 것 같아 뵙기를 단념했다. 선종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2010. 9.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