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장편소설『죄와 벌(Crime and Punishment)』
러시아 작가 도스토예프스키(Dostoevski Fedor Mikhailovich.1821∼1881)의 장편소설로 1866년 잡지 [러시아 통보(通報)]에 발표되었다. 세계 문학 걸작의 하나로 한국에서도 널리 애독되는 작품이다.
근대 도시의 양상을 배경으로, 작중의 하급 관리 마르멜라도프의 말대로 ‘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사람들로 가득 찬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뒷거리가 무대이다. 가난한 학생 라스콜리니코프는 병적인 사색 속에서, 나폴레옹적인 선택된 강자는 인류를 위하여 사회의 도덕률을 딛고 넘어설 권리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여 ‘이(蝨)와 같은 고리대금업자 노파를 죽여 버림으로써 이 사상을 실천에 옮긴다.
그런데 이 행위는 뜻밖’에도 그를 죄의식에 사로잡히게 하고, ‘인류와의 단절감’에 괴로워하는 비참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민감한 예심판사 포르필리가 대는 혐의에 대해서는 논리적으로 맞서나가면서도 죄의식의 중압에 견딜 수 없게 된 그의 심정은 자기희생과 고뇌를 견디며 살아가는 ‘거룩한 창부’ 소냐를 찾아 고백한다. 또 정욕을 절대화하는 배덕자 스비드리가이로프의 수수께끼 같은 삶과 죽음에 자기 이론의 추악한 투영을 보고 마침내 자수하여 시베리아로 유형된다.
작자는 그리스도교적 신앙의 입장에서 서구의 합리주의ㆍ혁명사상을 단죄하려고 한 것같이 보이지만 작품은 그러한 의도를 뛰어넘어 폐색적인 시대상황 속에서 인간 회복에의 원망을 호소하는 휴머니즘을 표출하였다.
시베리아는 러시아의 우랄 산맥에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북아시아 지역이다. 역사상 이곳은 17세기 탐험가들에 의한 조사가 활발히 전개되면서 광산 개발이 촉진되었다. 이에 러시아 본국에서는 시베리아의 발전을 촉진시킬 목적으로 강제적인 이주를 추진시킨 결과 사상범의 유형지로 유명하게 되었다.
이것은 시베리아 유형지를 배경으로 하는 러시아 고전문학 작품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난 때문에 대학을 중퇴한 23 세의 청년 ‘라스콜리니코프’는 가난과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어떤 생각에 사로잡힌다. 그는 이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없는 사람이 돈을 가지고 있는 데 대해 무한한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을 두 개의 유형으로 나누어 생각한다. 그 하나는 맹목적 복종밖에 모르는 ‘범인(凡人)’이요, 또 하나는 기성 질서를 뛰어넘는, 개혁을 위해서는 유혈도 마다하지 않는 ‘비범인’이 그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살아 있을 가치도 없고 오히려 해만 끼치는 고리 대금 업자 노파를 죽이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노파를 죽이고 돈을 빼앗기로 계획하며, 빼앗은 돈으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고 많은 선행을 실천하리라 결심한다.
마침내 도끼로 노파를 죽인 그는 살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노파의 누이동생 ‘리자베타’마저 뜻하지 않게 죽이고 만다. 다음날부터 라스콜리니코프는 공포에 떨며 악몽에 달리게 되고, 스스로 자기 혼란에 빠져 훔친 지갑과 패물을 교외 돌 밑에 버리고는 자리에 눕고 만다.
한편, 냉철한 예심 판사 ‘포르필리’는 라스콜리니코프가 쓴 <범죄론>에 흥미를 느끼고 직감적으로 그를 진범으로 단정한다. 판사는 그를 상대로 끈질기게 논쟁을 벌이며 심리적으로 그를 죄어 간다.
그럴 즈음, 전직 관리였던 주정뱅이 ‘마르멜라도프’가 마차에 치어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전부터 아는 사이라 그의 집을 찾아 간 것이 인연이 되어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의 딸 ‘소냐’와 가까워진다. 그녀는 어린 동생을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사는, 거리의 여인이 되었지만 그는 이런 소냐에게서 그리스도와 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그녀 앞에 엎드려 발에 입을 맞춘다. 소냐는 틈틈이 그에게 성서를 읽어 주곤 한다. 그에게는 소냐의 청순한 마음만이 구원의 손길이었다.
라스콜리니코프로부터 노파 자매를 죽인 사람은 자신이라고 고백 받은 소냐는 그의 고통을 이해하면서 자수하도록 권유하고, 그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르겠다고 약속한다. 이윽고 자수한 그는 8년형을 선고받고 시베리아 감옥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그는 소냐에게서 끝없는 참사랑을 발견함으로써 무서운 허무의 세계에서 벗어나게 된다.
「죄와 벌」은 인간의 원죄를 근본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도스토예프스키의 걸작 중 최고의 명작으로 꼽힌다. 특히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를 통해 창녀인 소냐에게 정신적으로 감화되면서 그리스도적인 사랑과 인종의 사상을 지니게 되는 과정을 설파하고, 서구적 합리주의를 단죄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작품은 당시의 폐쇄된 상황 속에서 해결되지 않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강렬한 소망을 호소하는 휴머니즘적인 작품으로 평가된다.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빈곤의 구렁텅이 속에서 하나의 논리를 추구하고 있다. 그가 밝힌 ‘범죄론’에 입각하여 나폴레옹과 같은 초인은 범인사회의 법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의식에 따라 자신을 그렇게 스스로 평가하여 죄의 행동을 유발시킨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상과 현실과의 차이에서 인간 모순의 비합리성에 나약함을 드러내고 초조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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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는 이런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묘사하면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죄의식과 이런 죄를 인식하지 못하고 죄를 범하는 인간들에게 경종을 울리려 했다. 그러면서도 인간의 부조리한 상황, 선악에의 분별, 죄와 구원의 문제를 명료하게 집약함으로써 소설의 구성적인 묘미를 한껏 더하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심리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는 서술에서 작품이 갖는 성격과 의미를 헤아릴 수도 있다. 주인공이 죄를 범한 이후 고통 속에서 지내다가 스스로의 의지로 복귀되어가는 과정과 소냐의 헌신적인 사랑의 추구는 그리스도가 갖는 사랑의 한 일면이 아닌가 싶다.
결국,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기본 심성에 관한 문제를 제시하며,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그리스도의 복음적인 배경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스토옙스키 5대 장편 :
<죄와 벌>(1866) https://yoont3.tistory.com/11300809
<백치>(1868) https://yoont3.tistory.com/11300808
<악령>(1871) https://yoont3.tistory.com/11299430
<미성년>(1875) https://yoont3.tistory.com/11302770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1880) https://yoont3.tistory.com/11299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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