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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프랑수아즈 사강 중편소설『슬픔이여 안녕』

by 언덕에서 2011. 6. 7.

 

프랑수아즈 사강 중편소설『슬픔이여 안녕(Bonjour Tristesse)』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1935∼2004)의 장편소설로 1954년 간행되었다. 그녀가 만 18세 때 쓴 처녀 장편소설이다. 1954년 [문학비평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사강은 바칼로레아에 합격하고 1년여를 소르본느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는데 보내지만, 교양과목 이수에 실패, 중퇴한다. 그 후 바캉스로 텅 빈 파리의 한 구석진 아파트에 틀어박혀 그 전부터 구상하고 있던 <슬픔이여 안녕>을 3주 만에 완성, 발표하는데, 이것이 그녀를 일약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든다.

 간결하고도 뉘앙스가 있는 짧은 문장,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이 작품으로 문학 비평 대상을 획득하였고 전 세계적인 신화를 탄생시켰다.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얻은 그녀는 3∼4년 동안 인세로 5∼6억 원을 넘게 받아 경주용 고급 스포츠카 재규어를 사고 표범 모피 코트와 뒤셀도르프에 별장을 샀다. 고장이 나면 값비싼 차도 헌신짝처럼 버린 채 새 차를 샀고, 술집에서는 초면과 구면을 가리지 않고 마구 술을 사줬으며, 파리에는 친구들을 위한 고급 아파트까지 따로 장만하기도 했다.

 

 

프랑스 소설가 프랑수아즈 사강( Francoise Sagan.1935∼2004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7세의 처녀인 세실은 젊고 미남인데다 바람둥이인 아버지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생활을 이해했으며 가끔은 공범자가 되어 주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아버지의 애인인 엘자와 셋이서 지중해 연안으로 피서를 가게 되었다. 거기에서 세실은 시릴을 만나 사랑에 빠졌으며, 아버지에게는 죽은 어머니의 친구이자 이지적이고 어딘가 냉기가 도는 안느가 나타난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 총명하고 세련된 여인에게 끌려 결혼을 결심한다. 세실은 공부를 강요하고 시릴과의 사이를 멀어지게 한 안느를 싫어하게 되었고, 안느가 새 엄마가 된 후 평온하지만 지겹기만 한 생활에 두려움을 느낀다. 마침내 세실은 계략을 꾸미고 시릴과 엘자를 동원하여 아버지의 결혼을 방해한다.

 그들의 음모는 계획대로 되어 아버지를 오해한 안느는 휴양지를 떠나가던 중 자동차 사고로 죽어 버린다. 결국 세실과 아버지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오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잠이 오지 않을 때 문득 죽은 안느의 기억이 되살아나 의식하지 못했던 ‘슬픔’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모리악

                                                                                                              

 

 주인공 세실은 시니컬하고 잔혹하다. 날카로운 눈으로 어른들을 바라본다. 총명하고 우월한 한 사람의 성숙된 여성을 증오한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완성된 것에 대한 반감, 반역을 지닌 것이다. 아버지의 재혼에 대한 세실의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짓궂고 끈질긴 집념으로 이어져 결국 계교를 부려 안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1950년대의 사상으로 볼 때 서양에서도 젊은 처녀애가 진실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같은 또래의 남자애와 육체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스캔들이었다. 주인공으로 하여금 에고이즘으로 미래의 새 엄마가 될 여인의 죽음을 유발케 한 사강을 두고 기독교 작가 프랑수아 모리악은 사강을 "매혹적인 작은 악마"라고 했다. 훗날 사강은 "2~30년 전만 해도 육체적인 사랑은 금기시되었는데, 지금은 이처럼 성에 대해 강박 관념을 갖는다는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세대 차이를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국 모리악은 "고전적이면서도 간결한 필치와 심리 묘사의 기교는 현대 유럽 부르주아지 사회의 퇴폐가 빚어내는 달콤한 분위기와 함께 작가의 매력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어쨌든 당시는, "젊은이나 늙은이나 모두 분개했다. ‘우리반 친구들까지도 창피하다’고 말했고 부모들은 놀라 기절할 지경이었다."

 

 

 이 소설은 사강이 주인공 세실과 같은 18세에 쓴 것으로, “나는 우울함과 나른함이 서로 뒤엉켜 곁을 떠나지 않는 이 낯선 감정에 대해서 ‘슬픔’이라는 무겁지만 멋진 이름을 붙여도 좋은 것인지 자신이 서질 않는다.”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이처럼 간결하고도 뉘앙스가 있는 짧은 문장, 섬세한 심리 묘사가 이 작품의 매력이다.

 주인공 세실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라 말하는 ‘18세’라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생에 대해 냉소적이다.

 “젊다, 젊다, 그러지 마세요. 전 될 수 있는 대로 젊음을 단축시키고 싶으니까요.”

 쾌락과 행복만을 좋아하는 것이 세실이 일관되게 가졌던 성격이다.

 “전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아요. 알죠?”

 어떤 틀에도 갇히기를 거부하는 세실은 실존주의의 폭풍이 몰아친 후 다시 경직화되기 시작한 프랑스 사회의 전형적인 청춘상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