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싯 몸 장편소설 『인간의 굴레에서(Of human Bondage)』
영국 작가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1874∼1965)의 대표적 장편소설로 1915년 간행되었다. 국내에서는 「인간의 멍에」라는 제목으로도 번역되었다. 자전적 색채가 짙어 주인공 필립 케어리에게서는 작자 자신의 모습을 다분히 찾아볼 수 있다. 교양소설의 한 전형으로서 제명은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의 <에티카> 1장의 제목을 땄다.
이 작품에 대하여 작가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이 작품은 자전이 아니라 자전적 소설이다. 감정은 나 자신의 것이지만, 실제로 있던 그대로 사건을 서술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나는 과거의 슬픔과 불행한 추억에서 영원히 해방되었다. 나는 이 작품에 당시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을 쏟아 부었다.”
이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작가의 소년기로부터 청년기까지의 인생 체험을 소재로 했다.
주인공은 어려서 양친을 잃고 콤플렉스 속에 성장하여 하이델베르크와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인생의 의의를 탐구한다. 한편 그는 드센 여자와의 연애로 생활이 파괴된다. 결국, 그가 발견한 것은 인생은 무의미하고 연애 등에 집착하는 것이 인간의 불행의 원천이라는 사실이었다. 결국 평범한 아가씨와 결혼한다는 내용이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필립 케어리의 부친은 외과의사였는데, 패혈증으로 급사하고 이어 모친도 유산으로 돌아가셨다. 9세 때 고아가 된 필립은 켄트주의 블랙스테이블에서 목사로 있는 백부의 집으로 옮겨갔다.
13세 때 킹즈 스쿨에 입학했으나, 한쪽 발이 불구여서 학우들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내성적인 필립은 이로 인해 점점 더 폐쇄적으로 되고 자의식이 강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18세가 된 필립은 그를 성직에 내보내려는 백부와 교장의 기대를 물리치고 독일의 하이델베르그로 유학을 갔다. 여기서 그는 종교적ㆍ윤리적 속박에서 벗어나 청춘을 마음껏 즐기면서 인생에 대한 애착을 갖기 시작했다.
1년 후 귀국하여 회계사 사무소에서 근무하게 되지만, 지리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견디지 못하고 그림을 공부하러 파리로 갔다. 거기서 그는 많은 햇병아리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보헤미안적 생활에 젖어든다. 그 중에 크론셔란 괴짜를 만나 그의 인생관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또 프라이스라는 화가 지망생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악전고투하며 그림을 그리다가 좌절하여 목을 매달아 죽고 말았다. 2년간의 예술 수업 끝에 자신에게 화가적 소질이 없음을 알게 된 필립은 다시 런던의 의학교에 들어갔다.
얼마 후 밀드레드 로저스란 여급과 알게 되어 육체적 애욕에 탐닉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빈털털이가 되고, 친구의 급사 소식에 절망적인 기분이 되어 런던 거리를 헤매던 필립은 문득 생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후 필립은 샐리란 여자와 결혼하여 작은 마을의 개업의로 평온하게 살아간다.
작가 몸은 자신이 말더듬이란 사실에 열등감을 갖고 있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필립 케어리는 작가의 분신격으로, 절름발이 소년이다. 이 때문에 그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있게 말도 할 수 없고 사람들과 사귀는 것을 두려워한다. 열등감으로 인한 내향적 성격으로 언제나 자기 마음을 닫아 놓은 채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여성 혐오도 이 육체적 결함 때문에 생긴 것 같다. 필립의 밀드레드에 대한 집착은 일종의 자살 행위인데, 육체적 불구를 자신의 어리석은 행위에 대한 형벌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필립은 스스로 이 형벌을 의식하면서 괴로움에서 벗어나려 한다. 괴로움과 자학 속에서 어떤 위안을 찾으려는 것은 서머싯 몸 작품의 한 특징으로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러한 면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
♣
작가는 스물네 살 때 『인간의 굴레』의 첫 원고에 손을 댔으나 출판은 하지 않았다. 작가 자신은 훗날 이것을 퍽 다행한 일이었다고 말했는데, 그 나이에 다루기에는 너무나 벅찬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뒤 그는 서른여덟이 되어 다시 이 소설의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인생은 무의미하나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즐거운 것이기도 하다는 주인공 필립의 깨달음은 바로 작가 몸의 인생관이기도 하다. 『인간의 굴레』는 1차대전이 한창인 1915년 출판되어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청소년기의 많은 갈등과 방황 끝에 일상의 작은 행복 속으로 삶의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인생은 근본적으로 무의미하며, 평온한 행복에 몸을 맡기는 것은 훌륭한 패배라는 생각이 필립이 찾게 된 삶의 진실이다. 한마디로, 이 작품은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한 소년이 모든 굴레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아와 생의 의미를 찾게 되는 과정을 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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