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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헤밍웨이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by 언덕에서 2009. 12. 15.

 

헤밍웨이 장편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미국 소설가 E. 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1899∼1961)의 장편소설로 1929년 발표되었다.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부상병 운반차의 운전병으로 북이탈리아 전선에 종군했으며, 다리에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맨 적이 있다. 그리고 밀라노의 한 병원에서 어느 간호사의 치료를 받았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적이 있었다. 이 소설은 그때의 체험을 토대로 쓴 것이다. 1930년에 L.스토링즈가 극화하고, 1932년과 1958년에 영화화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의 포화 속에서, 삶의 부조리에 스러지는 인간의 보편적 비극을 목격하는 젊은 미국인 장교 프레더릭 헨리. 전투와 부상과 도주를 겪으며 온통 환멸과 냉소로 가득했던 헨리의 마음에 들어온 영국인 간호사 캐서린 바클리. 그녀는 그의 마음을 바꾸는 단 하나의 유의미한 존재가 된다. 그리고 전쟁의 난폭함과 사랑의 기쁨을 오가던 헨리가 비극의 끝에서 그 모든 것에 작별을 고하는 순간, 마침내 그의 마음은 허무에서 의지로, 환멸에서 긍정으로 돌아선다.

 이 작품은 냉혹한 전쟁에 의해 비극적으로 끝나는 군의관과 간호원의 사랑이야기로, 헤밍웨이의 주요 테마인 ‘죽음과의 대결’이 잘 표현되어 있다. 헤밍웨이는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 A Farewell to Arms> , 1957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이탈리아 전선에 의용군으로 종군하던 미국인 군의관 프레드릭 헨리는 친구로부터 영국의 지원 간호부 캐서린 버클리를 소개받았다. 처음에 그들은 우정 어린 친구였으나, 차츰 그것은 사랑으로 발전했다.

 이윽고 헨리가 적의 박격포 공격으로 다리에 중상을 입고 밀라노 병원으로 후송되자 거기에 캐서린도 전입되어 왔다. 헨리의 수술은 성공했고 회복 기간 동안 캐서린과 사랑을 나누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밤, 캐서린은 자신들 중 한 사람이 빗 속에서 죽어가는 환영을 보았다는 불길한 예언과 함께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내 건강을 되찾은 헨리는 전쟁터로 다시 떠났고, 밀려드는 독일군에 의해 이탈리아군은 퇴각하게 되는데, 이탈리아 병사들을 아군의 부대장이 총살시키자 헨리는 강에 몸을 던져 탈주했다. 그리고 밀라노행 기타를 타고 그리운 캐서린을 만나러 병원에 갔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동료 간호원과 휴가를 떠난 것이었다.

 헨리는 그녀를 찾아갔고,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였지만 곧 그를 체포하기 위한 헌병들의 손길이 뻗쳐오자 그들은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도망친다.

 두 사람은 호수 근처에 자그마한 집을 마련하여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캐서린의 출산이 임박해 도시로 나왔는데, 그녀는 난산 끝에 아기와 함께 숨지고 말았다. 혼자 남은 헨리는 캐서린에게 작별을 고하고 쓸쓸히 병원을 나오며 캐서린의 예언대로 비가 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 A Farewell to Arms> , 1957 제작

 

 『무기여 잘 있거라』는 자신의 행복과 무관한 세계에서 작고 무력한 인간은 우주와 세상의 폭력으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가를 묻는 작품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군에 자원입대해 구급차 부대에 복무하는 미국인 중위 헨리 프레더릭과 적십자 구급간호봉사대의 일원으로 이탈리아에 온 영국인 여성 캐서린 바클리의 사랑을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의 자유의지와 그것을 가로막는 운명의 이항 대립을 다룬다.

 헤밍웨이 스스로 “나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말했던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이탈리아 전역을 주요 무대로 전쟁의 허무와 환멸 속에서 만난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연애소설이자, 같은 해 출간된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함께 당대를 대표하는 전쟁문학, 반전소설이다.

 단선적 플롯과 원형적 캐릭터, 간결한 문체로 삶의 폭력성과 실존의 의미를 성찰했던 헤밍웨이는 이 소설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절망에서 도망쳐 사랑에서 구원을 얻으려 했던 인간이 운명이라는 우주적 폭력 앞에 무너지는 이야기를 특유의 하드보일드 문체로 구현해, 소설 역사상 가장 뛰어난 결말의 하나로 회자된다.

 

 

 이 작품의 주제는 죽음과의 대결이다. 작가는 대전에 참전하여 중상을 입었는데 그는 죽음에 대한 공포로 평생 짓눌림을 받고 있었다.

 주인공 헨리는 절대로 호전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는 전쟁의 ‘참가자’가 아니라 ‘방관자’ 일뿐이다. 따라서 헨리가 전쟁터에서 몸을 사린 것은 ‘죽음’의 전쟁보다는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다만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사랑이 전쟁(죽음), 병원, 헌병과 같은 것을 배경으로 했을 때 연애가 더한층 격렬하게 연소된다는 것을 작가가 의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을 가장 잘 증명해 주는 것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다.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캐서린의 출산에 있어서 모자가 모두 죽는 일이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헨리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의 로버트 조던도, 그리고 헤밍웨이의 다른 작품에서 대부분의 주인공들은 사랑에는 승리하지만, 자신이나 아니면 애인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아픔을 겪는다는 사실이다.

 <오후의 죽음>에서 헤밍웨이는,  “만일 두 사람의 인간이 진실로 사랑한다면 그들에게 해피엔딩이란 있을 수 없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느 한쪽이 먼저 죽는 것이 상례이고 애정도 영원히 처음의 형태로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는 어떤 행복도 결국은 불행으로 끝난다고 생각했던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