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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에밀 졸라 장편소설 『목로주점(L'Assommoir)』

by 언덕에서 2009. 11. 7.

 

에밀 졸라 장편소설 『목로주점(L'Assommoir)』

 

  

프랑스 자연주의문학 거장 E. 졸라(Emile Zola.1840~1902)의 소설로 1877년 간행되었다. 졸라는 발자크의 <인간 희극>을 본떠 제2제정시대(1852∼1870)를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일대기를 담은 <루공 마카르 총서>를 구상한다. 여기에는 노동자, 농민, 매춘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하층민들의 삶이 숨 쉬고 있는데 『목로주점』도 이 총서 중 제7권이다. 『목로주점』은 파리 하층민의 비참한 삶을 노골적인 언어로 적나라하게 묘사하여 1877년 출간 당시 격렬한 찬반양론에 휩싸인 문제작이다. 이 소설이 발표된 이후 졸라는 일약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 가장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 선 유명 인사가 되었다.
 『목로주점』은 당시의 문학적 금기에 속하는 ‘민중’을 주제로 파리 하층민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낸 최초의 민중 소설이다. 졸라가 애초에 『목로주점』의 제목으로 생각했던 것은 ‘제르베즈 마카르의 소박한 삶’이었는데, 원래 제목처럼 이 소설은 알코올중독자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여주인공 제르베즈가 점차 알코올중독에 빠져들면서 비참한 삶을 마감하는 이야기이다. 여성이자 세탁부인 제르베즈를 장편소설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당시 보수적인 문단과 사회 분위기에는 어긋나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물론 졸라 이전에도 민중을 소재로 삼은 작품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때까지의 작품들은 익명의 시선으로 거리를 두고 민중을 바라보았다. 졸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목로주점』을 통해 계층 중심주의로 이루어진 유리벽을 부수고, 민중의 삶 속으로 파고들어 가 자신의 시선과 목소리를 민중의 그것과 하나가 되도록 시도하였다.

 이 작품은 파리 노동자들에 대한 풍자소설로서 작자의 예리한 관찰력과 구성력이 잘 나타나 있다. 1956년 프랑스에서 르네 클레망 감독, 마리아 셸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영화 [목로주점 Gervaise] , 1956 제작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제르베즈는 스물두 살의 빼어난 미모를 지닌 젊은 부인이다. 그녀는 세탁소에서 일할 때 알게 된 랑체와 동거생활을 하면서 두 아이를 두게 된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파리로 나와 싸구려 아파트의 방을 빌려 생활한다. 그러나 랑체는 일은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다가 결국은 처자식을 버리고 바람난 여자와 도망치고 만다.

 생활이 어려운 제르베즈는 밤낮으로 일을 했다. 아직은 미모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앓았던 한쪽 다리를 절며 일에 찌든 그녀의 몰골은 날이 갈수록 꾀죄죄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함석 일을 하는 심성이 착한 노총각쿠포가 그녀에게 구혼을 한다. 제르베즈는 세탁 일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기에 랑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으나, 쿠포의 열의와 그의 부지런한 성품에 결혼을 승낙하고 만다.

 그들은 열심히 일을 해서 약간의 돈도 저축하고 그 사이 딸도 두게 된다. 어느 정도 목돈이 마련되어 그들의 꿈이었던 세탁소를 개업하려 할 즈음 쿠포가 지붕에서 일을 하다가 떨어져 크게 다친다. 그녀는 남편의 간호에 온갖 정성을 다하였으나, 오랜 입원생활 때문인지 쿠포는 일에 의욕을 잃고 술만 마신다. 그로 인해 저축했던 돈도 바닥이 나고 세탁소 개업의 희망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호의를 갖고 있던 이웃집 대장장이 구제가 돈을 빌려주어 꿈에 그리던 세탁소 개업을 하게 되었다. 가게가 날로 번창하여 많은 수입을 올리게 되지만, 나태해진 쿠포는 일은 하지 않고 목로주점을 다니며 술로 소일한다. 이러한 남편의 행동에 악착같던 그녀의 마음도 변해 사치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한 쿠포가 한 사나이를 끌고 왔는데, 공교롭게도 그 사나이는 전 남편 랑체였다. 이들은 타락해 버린 남편의 권고에 따라 셋이 함께 동거하는 기묘한 관계에 놓인다. 이 두 건달과 자식들을 함께 먹여 살려야 하는 제르베즈에게는 빚만 늘어갔다. 절망에 빠진 제르베즈는 랑체와 잠자리를 같이하고, 이러한 소문이 퍼지면서 파멸의 길을 걷게 된다.

 한편, 그녀를 사모하고 있던 구제가 함께 도망가자는 제의를 하나 그녀는 이미 때가 늦었다며 거절한다. 마침내 가게는 파산하고 같은 건물 7층의 작은 다락방으로 이사를 한다. 일할 생각은 안 하고 밤낮 술에 취해 있던 쿠포는 결국 정신병원을 드나들다가 숨을 거두고, 제르베즈는 전에는 자신의 가게였던 세탁소에서 바닥 청소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 없는 제르베즈는 추위와 굶주림으로 비참한 종말을 맞는다.

 

영화 [목로주점 Gervaise] , 1956 제작

 

 

『목로주점』은 23년간에 걸쳐 집필한 대작 <루공 마카르 총서>의 제7권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발표되자마자 찬반양론이 비등하면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빅토르 위고는 ‘비참함과 불행을 그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할 수 있느냐’고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고, 자연주의 이론에 전혀 동떨어진 방빌르는 ‘정직하려는 커다란 열망’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 등 그 해의 사건이 되었던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2 제정시대의 파리 노동자들의 곤궁한 삶을 배경으로 내연의 남편 랑체에게 버림받고 쿠포와 결혼하면서 가게가 번창하여 행복을 누리는 듯하나, 쿠포의 방탕으로 결국 파멸의 길을 걷고 마는 여주인공 제르베즈의 삶의 질곡과 인간생활의 추악한 욕망을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에밀 졸라가 ‘루공 마카르 총서’라는 장엄한 꿈을 꾸기 시작한 시기는 1868년 28세 무렵이다. “나폴레옹이 칼로 한 일을 나는 펜으로 한다” 공공연히 말하며 이를 인간 희극 총서로 훌륭하게 실현한 발자크에게 졸라는 큰 자극을 받았다. 발자크처럼 하면서도 발자크를 뛰어넘는 세계를 창조하고, 더 나아가 발자크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야만 했다. 졸라는 시대의 과학이 가져다주는 진실인 ‘시대’와 ‘환경’ 및 ‘유전’이라는 세 가지 원자를 인간을 탐구하는 방법이자 무기로 삼으며, 경제와 정치로 인간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생물학과 생리학으로도 인간을 규명하고자 했다. 

 

 

 한 집안을 중심으로 강력한 유전 인자를 물려받은 5대에 걸친 인물을 저마다 작품에 배치해 다양한 환경에 놓인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을 함으로써, 현대 인간과 그 사회라는 기괴한 괴물 같은 거대한 수수께끼의 진실을 밝히려고 했다. 『목로주점』은 ‘루공 마카르 총서’ 일곱 번째에 속하는 작품으로 여주인공 제르베즈 및 그녀를 둘러싼 남자들의 타락상과 목로주점의 마력을 가차 없는 필치로 생동감 넘치게 묘사하고 있다.  

목로주점』은 하층 계급인 노동자, 장사꾼, 매춘부 등을 등장시켜 당시의 부도덕한 사회상과 그로부터 기안한 사회악을 해부, 고발함으로써 자연주의 대가로서의 졸라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난 작품이다. 파리 노동자들의 빈궁한 생활을 풍자한 작품으로 예리한 관찰력과 구성력이 돋보인다. 특히 졸라는 노동자 계급 사이에서 통용되는 속어를 작품 전체에 적절히 사용하여 파리 시민들의 삶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는 데 성공했다.